"낯선 얼굴, 하나는 깼다" 박보영의 도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우리가 알던 '뽀블리' 박보영이 아니다. 박보영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색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하나씩 천천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물들이는 그녀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너의 결혼식'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박보영은 "이렇게 공백이 길어질 줄 몰랐다. 이 작품도 출연은 일찍 결정됐는데 개봉이 밀리는 바람에 텀이 이렇게 됐다. 텀을 두고 싶어 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년 만에 스크린에서 자신을 마주한 박보영은 "아쉽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장면마다 아쉬운 게 보인다. 방금 전에 연기한 것도 아쉬운 게 많은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년 전에 촬영했다 보니 아쉬운 게 더 많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박보영은 무너진 현실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 역을 맡아 '뽀블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무거운 장르물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보영은 "이런 작품을 원래 좋아하고 이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대표님이 많은 시나리오 주고 이런 장르 어떻게 보는지, 캐릭터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실 나한테 들어왔던 작품은 아닌데 그걸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박보영은 명화 캐릭터에 대해 "최소한 자기 윤리 지키는 역할"이라며 "사람들은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명화 같은 사람은 분명 존재할 거기 때문에 이 친구의 선택 응원하고 싶었다. 리뷰 중에 명화가 이 영화의 유일한 희망이자 숨 쉴 구멍이라는 리뷰가 명화 캐릭터를 제일 많이 대변해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직하고 답답할 수 있는 명화의 캐릭터.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박보영은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마음이 컸다"고 캐릭터 이해 과정을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 읽다가 한숨도 쉬었다가 멈췄다가 했다. 명화처럼 하는 게 맞는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는 이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보영은 "명화를 연기해야 하는데 박보영이 튀어나와서 힘들었다"는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원래 톤도 높은 편이고. 약간 콧소리도 있다. 민성(박서준)과 숨는 장면에서 콧소리가 섞여서 '들어와'가 아닌 '들어왕'이 됐더라. 그걸 보고 이건 명화가 아니라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점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러블리의 대명사 박보영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긴다. 근데 한쪽으로 캐릭터가 커지는 느낌이 들더라"는 남다른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는 동그랗게 커지고 싶다. 다른 부분도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싶고 부딪혀 봐야 뭘 하면 안 되는지 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역할 경험하고 동그랗게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박보영, 그럼에도 그는 "작품 하나로 이미지 변신은 어려울 것 같고 문을 계속 두드려 봐야 할 것 같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엄청나게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생각은 안 한다.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새로운 변주를 했다"며 "완전 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고 익숙한데 조금 다른 애로 젖어 들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냐는 물음에는 "낯선 얼굴을 찾았을 때 하나는 깬 느낌이었다"며 "모난 부분은 조금은 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모에서 조금 동그라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부딪혀 보자고 선택했고 좋은 사람들과 연기를 해서 잘 끝냈다는 건 칭찬해 주고 싶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박서준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이에 그는 "서로 작품을 보기 때문에 만나지 않아도 뭔가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워낙 성격도 편하게 해주시는 편이라서 어렵지 않았다"며 "나도 (작품에서) 결혼을 되게 많이 했고 박서준도 많이 했을 거다. 그래서 웨딩 촬영도 익숙하게 했다. 결혼을 생각보다 많이 했더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되게 이상하게 상의를 많이 안 해도 주고받는 게 잘 되는 배우였다"며 "얘기를 안 해도 그냥 테스트하면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게 더 많았다. 그래서 부부의 호흡이 더 편안하게 됐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촬영하며 이병헌의 포스에 무서움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 선배님의 눈빛이 무서웠다. 열심히 노력은 했는데 실제로 만나면 굉장히 무서운 눈빛이 있어서. 첫 테이크 할 때는 좀 쫄았다"고 털어놨을 정도.
그는 "내가 걱정 많이 하는 거 보고 감독님이 (포스터 중) 가장 영탁처럼 나온 고화질 사진을 주셨다. 그래도 무서워하니까 감독님이 갈치라고 생각하라고 했다"며 "익숙해지기 위해 그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해놨었다. 처음엔 깜짝깜짝 놀랐다. 그 신 찍고 바로 바꿨다"고 연기를 위한 노력을 밝히기도 했다
박보영은 "명화(박보영)와 영탁(이병헌)의 관계에 이어서도 긴장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빨리 친해지지 않았다. 작품을 할 때는 어려웠지만, 작품 끝나고 편안해졌다"면서도 "편해지진 않았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선배인 이병헌을 보면서 박보영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그는 "선배님 덕분에 내 일기장이 '난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라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중간에는 슬럼프도 왔다. 나는 명화를 찾아가는 것도 한 번에 잘 찾아가지 못하고, 어느 날은 부딪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내가 봐도 아닌 것 같고, 늘 2%가 부족한데 선배님은 예열도 필요 없어 보이더라.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냐는 물음에는 "결국엔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극복 아닌 극복을 할 수 있었다. 선배님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는 마음이었고 매일 그냥 일기장에만 썼다"고 고민과 성장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어느덧 데뷔 17년 차,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든 박보영은 "아직 많은 장르를 해보지 못해서. 갈 길이 멀다"며 "SF도 안 해보고 어른 멜로도 안 해봤다. 이제 나이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고 있는 와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천천히 가다 보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선택지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개봉을 앞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말에 박보영은 "재난 영화나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와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작품이 무거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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