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종료일 통일 원해…유럽 빅클럽, 3주 더 있는 사우디 마감일에 벌벌 떠는 중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발 '오일 머니'에 유럽 빅리그가 벌벌 떨고 있다. 거액의 이적 자금이 오가면서 팀을 흔드는 경우도 있고 돈을 벌어 새로운 선수 영입 비용으로 활용하는 등 나름의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알 나스르로 향하면서 2025년까지 계약을 맺고 2억 유로(약 2,879억 원)의 다양한 옵션이 포함된 연봉을 받는 사건 발생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축구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다. 그저 호날두가 돈을 보고 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처럼 오일 머니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선수 이적 가치를 주로 측정하는 트랜스퍼마크트가 지난 3일 발표한 현재까지의 여름 이적 시장 지출에 따르면 사우디가 무려 4억 2,400만 유로(약 6,105억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측정했다.
물론 전체 1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다. 14억 8,000만 유로(2조 1,311억 원)다. 선수 영입 씀씀이가 남다른 프리미어리그가 왜 유럽축구연맹 순위 1위이자 상업 리그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지 숫자로 증명 중이다.
다만, 2위부터는 큰 차이가 없다. 이탈리아 세리에A가 5억 4,900만 유로(약 7,905억 원), 프랑스 리그앙 4억 9,000만 유로(약 7,055억 원), 독일 분데스리가 4억 5,100만 유로(약 6,494억 원)로 1천억 사이에서 다투고 있을 뿐이다.
이 순위에 사우디 프로 리그를 대입하면 5위다. 리버풀을 떠난 미드필더 파비뉴가 4,500만 유로(약 656억 원), 뉴캐슬 유나이티드 알랑 생-막시맹이 3,400만 유로(약 490억 원) 등 기본 이적료만 최소 3,000만 유로(약 431억 원)에서 시작한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카림 벤제마도 4억 유로(약 5,759억 원)의 연봉에 알 이티하드 유니폼을 입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알 아흘리, 알 힐랄, 알 이티하드, 알 나스르 등 4개 구단의 지분을 75% 인수해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다.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가 784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큰 돈이 사우디 프로 리그에 투자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알 힐랄이 킬리안 음바페의 이적료로 무려 3억 유로(약 4,319억 원)에 연봉만 7억 유로(1조 79억 원)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도 PIF의 자본력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아직 이적 가능성이 열린 선수는 많다. 빅터 오시멘(나폴리)에게 1억 4,000만 유로(약 2천15억 원)를 알 힐랄이 부르는 등 돈 잔치는 이어진다. 이적료 이상의 연봉을 주겠다는 구단이 있으니, 돈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유럽이 걱정하는 것은 또 있다. 사우디의 여름 이적 시장 마감일이다.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대부분은 9월 2일 오전(한국 시간)에 종료된다. 예외적으로 튀르키예가 8일, 포르투갈이 22일이다.
그렇다면 사우디는 언제일까. 같은 달 20일이다. 유럽 빅리그가 문을 닫은 뒤에도 영입이 가능하다. 선수 뺏기기를 바라지 않는 유럽 빅리그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 등은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사우디발 선수 영입에 걱정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2일에 이적 시장 문이 닫힌다. 사우디와는 거의 3주 가까이 차이가 있다. 내주 구단 총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사우디의 선수 이적에 따른 지출액을 놓고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최악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우디의 이적 시장이 3주나 더 열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유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축구연맹(UEFA)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며 은근슬쩍 축구 국제기구의 개입을 바랐다.
프리 시즌 한국 투어에 나섰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사우디 오일 머니의 위력을 체감 중이다. 물론 맨시티 구단주가 아랍에미리트(UAE) 부호 셰이크 만수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사우디의 확장은 놀라운 일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우디가 (축구) 시장을 바꾸고 있다"라며 "이렇게 많은 선수가 사우디에서 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 중국보다 더 큰 움직임이다. 마레즈는 믿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그에게 남아달라고 하기 어려웠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사우디 리그는 프리미어리그 개막 주에 동시 개막한다. 선수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이적 시장 종료일 통합을 촉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유럽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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