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벤츠만 사는 더러운 세상”…‘싸고 좋은 꼴찌車’ 사니 돈 벌었다 [세상만車]
중고차값도 비싸, 가성비↓
비인기차로 “부자 되세요”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뒤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죠. 세상은 1등이 주도합니다. 1등이 돈도 명예도 차지합니다.
실력은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죄인처럼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예전과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1등 지상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1등을 넘어 ‘초일류’(超一流)가 대접받기도 합니다.
신차 1등은 중고차 1등이 됩니다. 후광·밴드왜건·파노플리 효과 등 시너지를 창출하는 소비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신차 시장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차가 좋아서라고 판단, 중고차로 살 때도 선호하는 ‘후광 효과’가 발생합니다. 수요가 많은 제품을 따라서 구입해서 밴드왜건(편승) 효과도 함께 작용합니다.
고급차의 경우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파노플리 효과 덕도 봅니다. 신차보다 저렴한 값에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심리적 만족도를 느낄 수 있어서죠.
1등 입장에서는 선순환입니다. 2등 이하 순위에는 ‘설상가상’입니다. 1등과 ‘호각지세’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죽을 맛’입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중고차 소비자에게는 1등이 안 좋을 때가 많습니다. 2등 이하, 심지어 꼴찌를 사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중고차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1등보다는 2등 이하가 좋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알려면 잔존가치(신차 가격 대비 남아 있는 중고차 가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랜저 IG 2.4 프리미엄은 2019년 출시 당시 신차가격이 3235만원, 현재 시세가 1895만원입니다. 잔존가치는 58.5%입니다.
K7 2.4 노블레스는 각각 3329만원, 1849만원입니다. 잔존가치는 55.5%입니다. 그랜저보다 신차 값은 더 비쌌지만 중고차 가격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그랜저 대신 K7을 산 소비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죠. 더 비싸게 줬는데 더 싸게 팔아야 하니까요.
또 중고차는 차 상태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2019년식 K7이 반드시 그랜저보다 싸게 팔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딜러들이 매입할 때 참고로 삼는 시세가 경쟁차종보다 좋지 않고 신차 인기도가 떨어진다면 손해를 보고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속상한 일은 신차 구매자에게만 해당합니다. 중고차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비쌌던 K7을 그랜저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랜저 대신 K7을 사면 시세 기준으로 46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광택을 내고 실내 클리닝을 하고 소모품도 바꾸는 등 차 상태를 좋게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비용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고차 도·소매 데이터로 잔존가치와 시세를 산출하는 ‘밸류어블 카스탯’(CAR STAT)을 통해 국산 중형 세단의 도매시세 기준 잔존가치를 살펴봤습니다.
대표 차종은 기아 K5와 현대차 쏘나타입니다. 신차 시장에서 K5는 법인을 제외한 개인에게 쏘나타보다 인기높았죠,
2020년식 잔존가치도 K5가 69.6%에 달합니다. 쏘나타도 61.3%로 높았지만 K5에는 밀렸습니다.
나중에 중고차로 팔 생각이 있다면 신차 시장에서는 K5나 쏘나타를 사는 게 낫죠.
반대로 중고차 시장에서는 SM6와 말리부를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더 싼 값에 사거나 같은 값에 더 상태가 좋은 매물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경차 잔존가치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2020년식 기준으로 기아 레이가 51.2%, 기아 모닝이 48%, 지금은 단종된 쉐보레 스파크가 42.4%로 나왔습니다. 신차 인기도와 비례하는 결과입니다.
신차를 살 때 레이를 선택하면 중고차로 팔 때 좀 더 좋은 값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고차로 산다면 스파크를 고르는 게 좋겠죠. 다만, 경차는 가격이 저렴해 경쟁모델간 가격차이가 작은 편입니다.
시세는 차종 인기도, 수급 상황, 경쟁차종, 단종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산차는 신차로 나온 지 5~6년쯤 되면 ‘반값’이 됩니다. 그 이후 잔존가치 하락폭이 좁아집니다.
5년까지는 매년 평균 10%씩 감가된 뒤 그 이후부터는 매년 감가폭이 좁아집니다. 또 인기 차종과 비인기 차종의 가격차이도 크게 줄어듭니다.
신차 인기도는 출시 이후 5년까지는 중고차 시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2순위, 3순위, 4순위 등으로 밀려나기 때문이죠.
K7 2.4 노블레스는 각각 1849만원, 1244만원입니다. 현재 시세는 그랜저가 265만원 비쌉니다. 3년 뒤에는 68만원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그랜저는 3년간 802만원 떨어지지만 K7은 605만원에 그칩니다. 중고차로는 그랜저 대신 K7을 사는 게 더 이득일 가능성이 높겠죠.
단, 중고차이긴 하지만 인기차종을 골랐을 때 맛볼 수 있는 직·간접적인 심리적 만족도는 그랜저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또 많이 팔린 인기차는 부품 수급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고 정비사들의 숙련도도 높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고차를 살 때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좀 더 추구한다면 인기차종, 가성비를 높이고 싶다면 비인기차종을 선택하면 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찾을 수 있습니다. 신차와 달리 차마다 가격이 제각각인데다 출고된 지 5년 이내 차종은 인기도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집니다.
중고차를 살 때 인기차 대신 비인기차를 선택하면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1~2년 정도 연식이 짧거나 상태가 좋은 차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싸고 좋은 차’ 조건에 부합하죠.
‘싸고 좋은 차’ 구입 효과를 보려면 중고차 시장 비수기를 노리는 게 좋습니다.
인기차종은 비수기에도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반면 비인기차종은 수요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죠. 수요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니 더욱 알뜰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늘겠죠.
중고차 시장 비수기는 언제일까요. 겨울철입니다. 성수기는 봄철이라고 여기시면 됩니다. 여름과 가을은 성수기나 준 성수기에 해당하지만 장마나 폭염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면 ‘준 비수기’가 되기도 합니다.
연식이 바뀌어 1년 더 낡은 차가 되고, 날씨 때문에 운전 욕구도 감소하고, 연말연시 돈 쓸 일이 많아지고, 신차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11월~이듬해 1월이 중고차를 좀 더 저렴하게 사기 좋은 시기입니다.
안전 거래하려면 서류를 잘 챙겨야 합니다. 품질을 보증해주거나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험이 되는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해둬야 합니다.
매매업체에서 차를 산다면 성능 및 상태 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 둡니다. 형식적으로 점검하는 곳들이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보상받을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는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면 차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 카히스토리가 만능은 아닙니다.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사고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방법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사항에 “딜러(판매자)가 밝힌 내용에 없는 사고 사실이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는 것입니다. 사기 당할 가능성을 크게 줄여줍니다.
‘싸고 좋은 차’를 사는 알뜰 소비로 부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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