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지키기 위해 ‘성전환’ 했다?…이 동물의 놀라운 능력[생색(生色)]
[생색-9] 조직의 위기였습니다. 극단적으로 무너져 버린 성비 때문이었습니다. 새끼를 부양할 아비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지요. 조직을 부양하던 리더 수컷이 사고로 죽어버린 이후였습니다. 암컷만 득실득실한 이 공동체에 미래는 없어 보였습니다. 다른 조직에서 수컷을 데려오자니 미덥지 않고, 이대로 살자니 끊겨버릴 후사가 걱정입니다.
이윽고 산란기가 찾아오자 암컷들이 새끼를 낳습니다. 수컷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 녀석들이 독수공방을 참지 못하고 외부에서 제 짝을 찾았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암컷들의 아비는 바로 늠름해진 ‘암컷’이었습니다. 암컷이었던 그녀가 수컷으로 성전환을 단행한 것이었습니다. 조직의 연명을 위해 성별을 바꿔버린 눈물 나는 스토리. 어류인 ‘혹돔’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참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성별 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선 이놈들의 조직을 살펴봅니다.
문제는 수컷이 죽어버렸을 때입니다. 다른 곳에서 수컷을 새로 들여오자니, 검증의 기간이 오래 걸리지요. 외부인을 내부로 들이는 일은 언제나 두려움이 앞서는 법이니까요. 혹돔 무리는 난관을 묘수로 해결합니다. 무리 중 가장 힘이 세고 지도력이 있는 암컷이 성전환하는 것이지요.
용치놀래기 같은 경우도 흑돔처럼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을 단행합니다. 옅은 붉은색을 띠는 암컷이 어느 순간 초록의 수컷으로 늠름하게 유영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둘의 모양이 너무 달라 다른 종의 물고기라고 여겼던 때도 있었지요.
어종마다 성전환은 다른 경로를 거쳐 갑니다. 암컷으로 먼저 성숙했다가 수컷이 되는 자성선숙(용치놀래기), 수컷으로 먼저 살다가 나중에 암컷이 되는 웅성선숙(감성돔)이 있지요, 용치놀래기 역시 조직 내에서 수컷의 필요성이 커지면 일부 개체에서 성전환이 일어납니다. 산호초에 사는 비늘돔류도 수컷이 사라지면 암컷 중에서 가장 센 녀석이 성전환을 감행합니다.
ㅇ혹돔 무리에서 수컷이 죽으면 대장 암컷이 성전환한다. 후사를 남기기 위해서다.
ㅇ물고기 중 481종이 성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에서 암컷으로도 가능하다.
ㅇ이들은 ‘인구절벽’ 아니 ‘어구절벽’에 대응이 가능하다.
<참고문헌>
ㅇ카도타 타츠루 외, 물고기의 자웅동체 짝짓기 시스템, 스프링어,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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