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MF 새 옷 입고 '패스 감각' 보여준 이승우, "선수 하면서 처음 보는 포지션… 아시안게임, 어려울수록 함께해야"

(베스트 일레븐=수원)

이승우가 '수원 더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영향력을 드러내 더욱 인상 깊은 게임이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수원 삼성-수원 FC전이 벌어졌다. 경기 결과는 2-0, 수원 FC의 승리였다. 수원 FC는 전반 27분 라스, 전반 45+3분 이승우의 연속골로 연승을 달리고 있던 수원 삼성을 완파했다. 이로써 수원 FC는 승점 23점으로 10위, 수원 삼성은 승점 18점으로 11위를 유지했다.

이승우는 전반전엔 탁월한 마무리로, 후반전엔 정교한 볼배급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이승우를 최전장이나 윙어가 아닌 중원에 배치하며 또 다른 플레이를 유도했다. 이승우가 공수의 연결 고리를 하며, 볼을 지켜주고, 때로는 마무리를, 또 어떤 순간엔 패스를 보여줄 수 있음을 확신했던 모양이다.

미드필더라는 새 옷을 입고 나타난 이승우는 '수원 더비'를 수놓은 최고의 수원 FC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경기 후엔 "중요한 시기에 더비에서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 중요했던 경기인 만큼 노력해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골에는 크게 의의를 두고 있지 않은 듯했다. 합심으로 얻은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서만 언급했던 이승우다. 이승우는 "골보다는, 팀의 성적이 안 좋아서 신경이 쓰였다. 모든 선수들, 코칭스태프 분들이 열심히 노력한 게 결과로 이어졌다. 남은 원정경기와 홈경기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원 FC는 정말 오랜만에 이겼다. 6월 3일 수원 삼성전 이후 대략 두 달 만에 승리다. 이승우는 그간 수원 FC가 흔들렸던 까닭에 대해 박주호의 부재를 토로했다.

"박주호 선수가 은퇴를 했다. 우리 팀에서 큰 역할을 했던, 중심에 있던 선수였다. 경기장 안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장 밖에서도 존재가 컸다. 그래서 힘들었다. 주호 형의 이탈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이정수 코치님도 다시 오시고, 용 형도 있고, 다들 다시 뭉쳤던 게 잘됐다. 이제 승리함으로써 선수들이 잘 이겨낼 수 있을 거 같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원 삼성전에서 주목을 받았던 한 가지는 역시 이승우의 포지션이었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이승우는 역시 볼을 많이 만져야 한다"라고 경기 후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이승우는 새로운 포지션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긴 하다. 선수를 하면서 처음 보는 포지션이다. 아직까지는 많이 해보지 않았다. 힘든 부분은 당연히 있는데, 팀 성적이나 위치가 하고 싶은 자리를 보는 건 아닌 거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이 있다. 그 부분을 잘 하려고 한다. 밑에서 받고, 위에서 받고. 라스나 김현, 윙어 선수들과 호흡을 잘하려고 해봤다. 그런 부분에서 잘 나온 거 같다."

마지막으로 이승우는 아시안게임에 나설 선수들을 향해서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을 전했다. 이승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바 있다. 금메달리스트 이승우는 팀으로서 화합을 강조했다.

"그때는 내가 어렸다. 와일드카드였던 흥민이 형, 의조 형, 현우 형, 문환이 형, 이런 형들이 더 간절했을 거 같다. 그래서 당시에는 형들만큼 와 닿지 못했던 거 같다. 하지만 또래 선수들을 보며, 후배들을 보며,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선수들에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중국에서 할 텐데 먹는 거나 경기장 스케줄이나 빡빡하다. 그래도 그런 부분들을 선수들끼리 불평하거나 불판을 품지 않아야 한다. 어려울 때 다 같이 모여서 이겨내야 하고, 어려울 때 함께해야 잘할 수 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