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임신, 가족 도움 못 받은 미혼모…이렇게 아이 키웠다
"아이 낳고 지금까지 7년을 눈감고 막 달린 것 같아요. 학교 졸업은 해야겠고 아이도 키워야 했으니까요."
직장인 김미현씨(24·가명)는 중학교 재학 중 아이를 임신했다. 한국 나이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됐다.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이었다. 가족의 도움은 받기 어려웠다. 막막한 김씨를 도운 건 민간 단체와 기업 사회공헌재단이었다. 김씨는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큼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생 미신고 아동 유기·살해 사건으로 한동안 한국 사회가 어지러웠다.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서도 김씨처럼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7살 된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박정현씨(28·가명)도 대학생 시절 당시 여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박씨는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 생명을 키우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몰라 막막하지도 않았다"며 "이후 '내 책임이니 내가 키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행히 어머니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손녀인 박씨 딸을 돌봤다. 대신 경제활동은 모두 박씨 몫이었다. 가족 생활비부터 본인 대학 등록금, 식비 등을 홀로 책임져야 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벅찼다. 박씨는 "그때는 돈이 항상 마이너스였다"고 했다.
청소년 미혼모였던 김씨 상황은 더 열악했다. 학업과 양육을 홀로 해결해야 했다. 두 가지를 병행하기 위해 김씨는 시설에 들어갔다. 선생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 진학은 했다. 하지만 한 번도 등교하지 못한 채 자퇴해야 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경제 문제도 컸다.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되는 국가 보조금은 김씨와 아이 몫으로 나온 월 40만원이 전부. 통상 2인 가족 기준 70만~80만원이 지원되지만 국가 보조금을 받는 시설에 머문다는 이유로 생계비가 깎여 나왔다. 턱없이 부족했으나 김씨는 저축까지 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기업 후원으로 돈 걱정이 많이 줄었다"며 "생계를 위해 휴학해야 했는데 등록금이 해결되니 학업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품 지원도 있어 절약한 생활비로 아이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줄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대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현재 한 종합병원 의료기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국가 지원은 '내가 얼마나 불쌍하게 사는지' 어필해야 하지만 기업에서는 학업계획서 등을 검토해 '나 이만큼 잘 살 수 있어'를 봐줘서 좋았다"며 "등록금 외에도 목표 성적을 달성하면 장학금을 지원해줘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매학기 장학금을 받았다. 그 돈을 모아 이후에 집 보증금으로 썼다"고 말했다.
학업을 마친 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거 안정이었다. 시설별로 머물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고 경제활동을 한다 해도 홀로 생활비, 양육비 등을 책임지다 보면 보증금 마련에 수년이 걸려서다. 한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이 있기는 하지만 까다로운 기준 탓에 실제 도움받긴 어려웠다고 한다.
김씨는 "뮤지컬 동아리를 하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래들과 하나의 목표를 갖고 무언가 해나간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컸다"며 "모인 사람들 모두 성장하고 싶은 욕구, 자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만나면 '어떻게 해야 잘 살까' 궁리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재단 지원을 받지 않지만 지금도 그때 만난 가족들과 연락하고 1년에 한두번은 같이 야외로 놀러 가는 사이가 됐다"며 "흔히 말하는 '조리원 동기'처럼 앞으로도 정보 공유도 하고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살 거 같다"고 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키워 김씨는 현재 초등학생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김씨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막막하겠지만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고자 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다"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향후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혼모뿐 아니라 모두가 '평범하게'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나도 내 집 하나, 내 차 하나 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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