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은행]⑥ “지점에서 손녀 자랑하고 차 마시고”… 고령층이 찾는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곳곳에 핸드레일 위치·큰글씨 ATM 모드
쉼터에서 담소 나누고 금융지식도 물어봐
점포 감소 속 금융취약계층 특화점포 중요성 대두
지난 3일 서울 화곡동에 있는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를 찾았다. 개점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이 고령층 특화점포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속속 방문했다. 이날 공과금을 내려 점포를 찾은 김모(74) 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나 같은 사람들은 조그만 글씨는 읽기도 어렵고 복잡해서 은행에 직접 찾아오는 게 편하다”라며 “여기는 다른 은행에 비해 (ATM) 기계 글씨도 크고 집에서 가까워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시니어플러스는 우리은행의 고령층 특화점포로, 화곡동 시니어플러스는 지난 1일 문을 연 3호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뱅킹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앱)에 익숙하지 못해 점포를 찾는 고령층을 위해 우리은행은 특화점포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 돈암동과 영등포동에 시니어플러스 1, 2호점을 개점했고 고령층 고객의 호응에 힘입어 3호점을 열었다.
고령층 고객은 시니어플러스에서 은행 업무가 아니더라도 여타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온 문자 메시지가 보이스피싱인지 확인해 달라거나, 스마트폰 은행 앱 구동 방법을 묻는 어르신들도 여럿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는 방법을 물으러 온 강모(77) 씨는 “손녀딸이 이전에 알려줬는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은행 직원한테 물으러 왔다”며 “주변에 스마트폰 이용법에 대해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는데, 은행 사람들이 알려주니 고맙다”고 전했다.
시니어플러스는 고령층 특화점포인 만큼 내부 시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령층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점포 내 곳곳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잡을 수 있는 핸드레일이 설치돼 있었다. 또 ATM기는 큰 글씨 모드가 기본 버전으로 준비돼 있었다. 계단을 없애고 경사는 슬로프로 설계해 고령층이 최대한 통행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 같은 시설 덕에 실제 시니어플러스 3호점 개점 이후 첫 번째 날은 170명, 두 번째 날은 100명가량의 고객이 지점을 찾았는데, 그중 70%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아울러 내부의 쉼터 공간도 눈에 띄었다. 한국 전통 인테리어 콘셉트인 이곳은 이름도 ‘사랑채’와 ‘우리마루’다. 그곳에는 넓은 테이블이 여러 개가 놓여 있어 고객은 무더위를 피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지인들과 함께 시니어플러스를 찾은 이모(73) 씨는 “함께 운동하는 지인들과 운동을 끝내고 이곳에 와 30분 정도 차를 마셨다”라며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거동이 불편해 쉬고 싶은 공간이 필요한데, 은행 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시니어플러스 3호점은 통상 은행이 있는 대로변에 위치하지 않고 화곡역과 까치산역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주거지역 안쪽에 위치한다. 또 월정로 재래시장과 화곡중앙시장이 사이에 있기도 하다. 이에 지점 근처에는 고령층과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데 이들이 대로변까지 나오지 않아도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시니어플러스 3호점 2층은 소상공인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함께 조성됐다. 커뮤니티 공간에는 세 곳의 상담실과 넓은 라운지 공간이 있다. 소상공인은 이곳에서 소상공인 전용 금융상품을 상담받고 창업 및 경영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라운지 공간에서는 개인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향후 우리은행은 강서구청 및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소상공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인근 상권을 활성화하고 이곳 소상공인과 상생한다는 목적이다.
앞으로도 우리은행은 고령층 특화점포를 통해 고령층에 더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 소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라며 “시니어라운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개점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1, 2호점의 반응이 좋아 3호점을 열게 됐는데, 향후 관련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이 고령층 특화점포를 연 이유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은행 점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점포 이용 빈도가 높은 고령층 대상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89곳으로 전년(4188곳)보다 199개 감소했다. 5대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4917개 ▲2017년 4726개 ▲2018년 4699개 ▲2019년 4661개 ▲2020년 4425개 등으로 꾸준히 해마다 100~200개가량이 문을 닫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인 만큼 수익성을 고려하면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과거처럼 기존 점포를 통해 고객 유치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고령층 특화점포와 같은 지점을 통해 금융취약계층의 소외 문제를 은행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
- ‘미스맥심’ 김나정 아나운서, 마닐라서 “마약했어요” 구조 요청
- ‘위암 원인’ 헬리코박터균 감염 치료할 후보물질 찾았다
- [투자노트] 트럼프 시대 뒤 삼성전자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신세계 스퀘어, 열흘 만에 방문객 20만 명 돌파… 인근 상권도 활성화
- ‘트럼프 굿즈’ 주문 밀려들자… 中 제조업체도 신났다
- [단독]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모친 유산 나눠달라’ 동생들 상대 소송 4년 만에 종결
- [비즈톡톡] “환율 오르면 식품업계 운다”... 옛날 공식된 까닭은
- 현대차 아산공장도 日 500대 생산 차질… 트랜시스 파업 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