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美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진’ 지속

연선옥 기자 2023. 8.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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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물가 지표에도 ‘관심’
“급등 종목 피하고 실적 따져봐야”

지난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12년 만에 강등되면서 금리 상승 우려가 커졌다. 이를 계기로 2차전지 업종의 급등으로 과열 논란이 지속된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다. 지난주(7월 31일~8월 4일) 코스피 지수는 0.2% 하락한 2602.80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주가 증시를 이끌고, 2분기 기업들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 1일 코스피지수가 2667선까지 올랐지만,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악재로 작용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 여파는 이번주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유가 새로울 것이 없는 데다,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이벤트가 회복세로 방향을 잡은 경기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주 미국 경기가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제 지표가 발표된다.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도 눈여겨봐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일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연합뉴스

◇ 美 신용등급 강등, 과열된 증시에 조정 빌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일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통치 침식(erosion of governance)’을 지목했다.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일상적인 정부 지출까지 제약받는데, 이는 미 국채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국제 투자자들의 믿음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2011년 8월 또 다른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결정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강세를 보인 주식시장에는 조정의 빌미가 됐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과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상승한 자산 가격의 유일한 약점은 경기 상승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당시만큼 격렬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가 중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아직은 지수 전체의 하락보다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고 미국에서도 누적된 기술적 부담이 해소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경계심의 수위를 높일 필요는 있다”라고 했다.

◇ 美 7월 물가 발표… MSCI 편입 종목 조정

우리나라 시간으로 4일 저녁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됐다. 취업자 수는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18만7000개 증가하는데 그쳐,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실업률은 전달(3.6%)보다 0.1%포인트 떨어진 3.5%였다. 미국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견고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10일에는 7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과 별개로 미국 고용, 물가 지표를 통해 골디락스(경제에 과열도 없고 위축도 없는 이상적 상황) 기대가 지속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이라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 대비 3.0%, 전년 대비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물가 상승 기대가 다시 커지면 연준의 긴축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크게 상승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었는데, 긴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 증시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러스트=손민균

11일 발표되는 MSCI의 8월 종목 변경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새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에코프로, JYP Ent., 한화오션이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마트, CJ, 팬오션 등은 편출 예상된다. 다올투자증권은 “과거 사례를 보면 새로 MSCI 지수에 편입된 이후 주가 상승 강도는 둔화된다”며 “특히 에코프로는 대형 종목이라 수급 여파가 커질 수 있어 지수 편입 전후 등락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과열주 조정 가능성… 기계·조선업에 관심”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과열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조선과 기계 등 이익이 증가하는 업종 주가는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설비 투자와 이에 따른 한국의 첨단분야 수출 호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증시가 단기 박스권에 진입할 것을 염두에 두되, 조정 이후에는 미국 공급망 재편과 관련된 첨단 분야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조선, 방산·우주항공, 전기장비, 건설기계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추천했다.

최유준 연구원은 “일부 과열, 쏠림 현상이 나타난 업종이 조정받을 수 있다”며 “(2차전지 등) 최근 상승 폭이 컸던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익 모멘텀이 긍정적인 업종이더라도 수급상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연구원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월부터 신용융자잔고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코스피 잔고는 연중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잔고 비율이 높은 업종이나 종목에 차익 실현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쏠림 현상이 해소된다면 반도체, 기계, 조선 등 기존 주도주와 최근 인공지능(AI) 기대가 작용하는 소프트웨어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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