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오송참사]③제방 붕괴부터 침수까지…골든타임은 없었나

김용빈 기자 2023. 8.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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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제방 월류 시작부터 지하차도 유입까지 37분
수많았던 위험신호…도로통제 가능했던 시간 허비

[편집자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호강 임시제방 불법·부실 시공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더해진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였다. 침수 위험을 알린 수많은 경고는 묵살됐고, 참사를 막을 수많았던 기회와 인명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다. 뉴스1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당시 참상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시작이 된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참사 사흘이 지난 7월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에 방수포와 함께 모래주머니가 둘러져 있다. 2023.7.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임시제방 월류가 시작된 이후 50여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는 내용의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하차도에 강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시점부터 완전 침수까지는 불과 13분.

무자비하게 내리는 비와 무방비 상태였던 임시제방이 가져온 이 참혹한 사고에서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은 없었을까.

◇미호강의 위험 신호

미호강은 지난 15일 오전7시50분 위험신호를 보냈다. 위태롭게 흐르던 강물이 임시제방을 넘어 월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칠게 흐르는 강물을 힘겹게 버티던 임시제방은 불과 19분 만에 무너져 내렸다. 강물은 무너진 제방을 따라 인근 논과 지하차도를 향해 쏟아졌다.

지하차도로 강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간은 8시27분. 그로부터 13분 뒤 지하차도는 완전히 침수됐다. 제방 월류부터 지하차도 완전 침수까지 걸린 시간은 50분이었다.

◇"지하차도 통제해야" 감리단장의 신고

사고 당일 미호천교 지점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것은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가 즉시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호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위태롭다는 신호로는 작용했을 수 있다.

제방 붕괴 한 시간 전 6명의 인부들이 다급하게 제방 보강공사를 했고 뒤이어 굴착기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적어도 현장에 있던 감리단장은 제방 붕괴 또는 월류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리단장은 오전 7시4분 최초 112 신고 이후 7시58분 2차 신고에서 궁평 지하차도 침수우려와 그에 따른 차량통제를 언급했다. 감리단장은 임시제방의 붕괴가 곧 지하차도의 침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침수 위험을 구체적으로 인지했고 이를 입 밖으로 꺼내 경찰에 신고한 7시58분. 본격적으로 강물이 제방을 넘기 시작한 이때부터 골든타임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7월16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가 수색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7.16/뉴스1

◇구조 아닌 도로통제를 위한 골든타임

사전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를 '재난 사고나 응급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시간'이라고 명기한다. 대법원은 세월호 관련 판례에서 '구조 가능한 적절한 시점'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이번 참사에 적용한다면, 6만톤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고립자를 구조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없거나 턱없이 짧았을 것으로 보인다.

거친 물살을 뚫고 지하차도로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무리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했다가는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 수 있었다. 실제 119 구조대는 당시 현장에 출동하고도 이런 위험성 탓에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지하차도 침수 이전, 도로를 통제해 사고 발생 자체를 막을 다른 형태의 골든타임은 존재했다. 제방 월류부터 지하차도에 강물이 유입하기 직전까지 약 37분이라는 시간이다.

홍수경보라는 위험징후와 제방 월류라는 위험신호를 받은 시점부터 차량통제를 하지 않은 책임으로부터 모든 기관이 자유롭지 않다.

◇그 시각 각 기관은?

국조실 감찰 조사에 따르면 행복청은 감리단장으로부터 무려 7차례의 신고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제방 붕괴 상황을 확인하고도 관련 내용을 관계기관에 신속하게 전파하지 않았다. 시공사가 규격 미달 임시제방을 쌓을 동안에 감독에 손을 놓고 있던 점은 이번 사고의 선행요인이 됐다.

충북경찰은 감리단장으로부터 두차례 신고를 받고도 실제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첫 신고 시점 주민대피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현장 출동을 해야 했고, 두 번째 신고에서도 도로통제가 필요한 상황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오송파출소 인력만으로 당시 접수된 모든 신고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음에도 신고 종결처리된 이유는 확인이 필요하다.

충북소방은 범람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다. 강물이 제방을 월류한 상황에서 당시 소방이 보유한 장비로는 사실상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 현장 출동 대원이 이를 상황실에 보고했으나, 상황실은 장비나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열차례가 넘는 관계기관의 신고에도 꿈쩍 않았다. 행복청, 경찰, 소방으로부터 수차례 위기상황을 통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위험 신호를 묵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위 기관 모두 앞서 언급한 재난상황의 동시전파 원칙(8월3일 뉴스1 보도 ①관할 타령에 안 지킨 '상황 동시전파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인 충북도는 경찰과 소방, 청주시로부터 관련내용을 전파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북도로관리사업소가 당시 CCTV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했다고 주장한 만큼 지하차도 침수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침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도 침수 이전에 이미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충족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보고와 도로통제 요청 등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7월2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감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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