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블랙 유머에 웃음도 만발…재난물에 왜 웃냐면 [N초점]①

정유진 기자 2023. 8.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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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장르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연출부 출신인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키드'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떤 면에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봉 감독의 두 영화가 계급에 대한 영화였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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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장르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일단 영화 측이 내세운 장르는 '드라마'인데, 영화를 보고 나면 드라마만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붕괴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는 재난 영화이며,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근미래 배경 영화인 것에 주목하면 SF 장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내용을 고려하면 날카로운 사회 풍자극이며, 큰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유머 때문에 블랙 코미디 영화 같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하게 되는 특징은 중 하나는 영화 속에 풍부하게 녹아 들어있는 블랙 코미디다. 이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미리 예측이 어려운 매력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웹툰 작가 김숭늉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은 박해천 동양대학교 교수 쓴 동명 저서의 제목에서 따왔다. 한국 사회에 아파트라는 주거 모델이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 및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획득한 '주거용 건물' 이상의 의미에 대해 논하는 책의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상징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컷

영화는 서울에 즐비했던 온갖 고급 아파트들이 모두 무너져버리고, 남아있는 건물이라고는 오래된 서민 아파트인 '황궁 아파트'인 것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재해가 닥친 후 황궁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신분은 하루아침에 상승하고 만다. 추운 겨울, 먼지 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서 피난처가 돼줄 수 있는 유일한 건물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삶을 지탱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고, 투표로 주민 대표를 뽑는다. 불 난 집에 달려들어 화재를 진압한 영탁(이병헌 분)이 투표를 통해 대표로 선정되고 영탁을 중심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

영탁과 황궁아파트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이기심을 선보이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다. 주민 회의를 하거나 방범대를 뽑을 때조차 여전히 '자가'인지 '전세'인지를 따지는 사람들의 모습, 재난 전 부자들이 모여 살았던 드림팰리스의 주민들을 아니꼽게 보는 주민들, 바깥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애써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보고자 아파트를 갈고 닦는 꾀죄죄한 주민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컷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연출부 출신인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키드'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떤 면에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설국열차'나 '기생충' 같은 작품들이 그랬듯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봉 감독의 두 영화가 계급에 대한 영화였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영화다. 풍부한 유머 감각으로 상황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이 달라지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본성을 꼬집어 내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사실 이 영화는 올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빅4' 영화 중에서 가장 텐트폴 영화적인 특성이 적은 작품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액션이나 볼거리 보다는 신랄하게 '현실 인간'들을 풍자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이 돋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신선함을 갖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달라진 관객들의 입맛을 당길 만한 작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흥행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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