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럴리즘 철학의 거두 매킨타이어와 로티의 논쟁[PADO]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 8.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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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와 리처드 로티는 모두 시민사회의 연대를 중시하는 '리버럴'이지만 철학적 출발점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두 철학자는 서로 존경하면서도 평생 대립해왔다고 합니다. 우선 매킨타이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을 따라 객관적인 인간 본성을 상정합니다. 반면 로티는 인간 밖에 있는 객관적 자연질서의 존재를 거부합니다. 매킨타이어와 로티의 철학은 동양의 성리학-양명학 논쟁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서양 기독교의 가톨릭-개신교 논쟁을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더네이션의 2023년 5월 15~22일호 서평은 두 철학자에 대한 최근 서적을 다루면서 둘의 관점 차이를 조망하고 있어 현대 리버럴리즘 철학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적절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50여 년 전, 윌리엄 F 버클리 2세는 자신의 어머니가 리버럴리즘에 대한 책을 쓰기 전까지 더는 리버럴리즘 관련 책은 읽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당시 리버럴리즘은 큰 인기를 얻고 있었고 버클리는 아마도 리버럴리즘 옹호자들의 승리에 도취한 어조가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0년새 상황이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리버럴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해서는 겨우 한 블록 거니는 것도 힘겹다. 과격한 랜드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신(新)버크주의 보수주의자, 가톨릭 통합주의자, 비판적인종이론가, 포스트모더니스트, 그리고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까지 리버럴리즘을 비판하고 있으니.

그중 돋보이는 인물이 몇몇 있다. 마이클 샌델은 1982년 출간된 저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에서 존 롤스에 대한 학술적 비평으로 경력을 시작했으나 이후 '민주주의의 불만: 공공철학을 찾아가는 미국'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통해 미국의 공동체주의를 선도하는 대중적인 지식인으로 거듭났다. 로버트 노직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는 노직도 훗날 인정한 바 있는 명백한 오류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전 연령대의 아마추어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바이블이 되었다. '성적 계약'에서 캐롤 페이트만은 성과 젠더에 관련해 리버럴리즘의 맹점을 비판했다. 또한 '인종 계약'에서 찰스 밀스는 인종에 관련해 리버럴리즘에 비판을 가했다. 크리스토퍼 래시는 좌파와 우파 양쪽 관점에서 리버럴리즘 비판했는데, 그는 정치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자, 문화적으로는 보수주의자였다.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91년, 래시는 야심찬 사상적 종합인 '진실한 단 하나의 천국: 진보와 그 비판가들'을 출간했는데 여기서 그는 리버럴리즘과 보수주의 모두를 초월하려 시도했다.

아마도 이런 비판의 홍수 속에서 가장 예상치 못하게 인기를 끌었던 책은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덕의 상실'일 것이다. 이 책에는 리버럴리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비판과 근대성의 폐해에 대한 포괄적인 진단이 결합되어 있다. 매킨타이어 본인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토록 어렵고 추상적인 책이 그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갖게 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평소엔 그렇게 분열되어 있던 보수주의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이 책을 떠받들었으며, 심지어 대부분의 리버럴과 좌파들(적어도 철학에 관심이 있던 이들)도 마지못해 존경을 표했다. 미국 가톨릭 지식인 계층에서―미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이었던―매킨타이어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노트르담대학의 명예 교수인 그는 93세인 지금까지 저명한 철학자이자 리버럴리즘의 강력한 비판가다.

물론 리버럴리즘을 옹호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철학계의 이단아 리처드 로티가 그 중 하나다. 전통적인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해체하고 영미권 독자들에게 하이데거, 하버마스, 데리다를 소개하며, 그는 리버럴리즘이 결코 구제불능이 아니고 오히려 좌파와 리버럴이 협력해 공동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간된 두 권의 책이 리버럴리즘에 대한 로티와 매킨타이어의 논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첫째는 철학자 에밀 페로-소신(Emile Perreau-Saussine)이 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적 전기'인데 이것은 학문적 연구라기보다는 매킨타이어의 여러 논점을 주제로 쓴 에세이에 가깝다. 비록 몇몇 부분은 새로울 것 없고 약간 헤매는 듯 하기도 하지만, 접근하기 쉽고 재미있다. 매킨타이어의 삶에 대해 더 많은 걸 알려주었다면 더 흥미로웠겠지만―약간의 가십은 전기를 더 맛깔나게 해주니까―어쨌든 페로-소신은 난해할 수 있는 매킨타이어의 논의를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 책은 로티의 다양한 정치적 에세이를 엮은 '우리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이다. 사후 출간된 이 책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민주주의와 평등을 향한 로티의 인간적인 열정이다. 책의 제목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라는 칸트의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데 철학의 존재이유가 되는 필수적인 질문 중 하나이리라. '나'가 '우리'로 바뀐 것은 특히 중요한데 사람과 사람의 연대야말로 로티 정치 철학의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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