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김용화 감독이 달로 떠난 이유[TF인터뷰]
한국 SF 영화의 새 장을 연 '더 문', 8월 2일 개봉
"달의 양면적인 측면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지난 2일 스크린에 걸린 '더 문'(감독 김용화)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 감독은 우주로 시선을 돌렸고, 익숙하고도 낯선 달이라는 세계를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냈다. '더 문'으로 약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김 감독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김 감독은 "'신과함께-인과 연'을 개봉하고 바로 '더 문' 작업에 들어갔어요. 하루도 안 쉬고 작품을 한 느낌이에요. 제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재국의 이야기를 덜어내고 선우의 고군분투기가 더 많이 담긴 '더 문'이다. 도경수는 미지의 공간인 달에 홀로 남겨진 두려움부터 떠난 동료들을 향한 그리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다짐까지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오롯이 눈빛과 표정으로 전달하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고,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이에 김 감독은 "결과론적이지만, 제 예상보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신과 함께' 때 경수가 엑소의 리드보컬인지 몰랐어요. 히트곡 '으르렁'도 나중에 알았죠. 그의 퓨어한 이미지가 잘 맞겠다고 판단했을 뿐이에요. 늘 인지도는 높지만, 잠재적 포텐셜이 터지지 않은 배우가 잘 해냈을 때 상대적으로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요. 물론 경수가 인지도는 높지만, 아직 보여줄 매력이 많다고 판단했고요. 또 와이어 액션도 잘 소화해서 VFX(시각특수효과)가 하는 상당 부분을 대신 해줬어요.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또한 김 감독은 설경구와 김희애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7개의 작품을 연달아서 하면서 타성에 젖고 지칠 무렵 설경구를 만났다는 그는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예전부터 어떤 작품이든 함께 하자고 했었고, 이번에 꼭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 없이 선배님을 찾아갔어요.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죠. 정말 영화 생각만 하는 선배님"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김희애 선배님은 40년 동안 연기를 하셨는데 매번 신선하고 신중하세요. 정말 소녀 같으시고요. 이번에도 다섯 가지 버전을 준비해 오셨죠"라고 함께 호흡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신과 함께'의 대부분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그는 6개월 동안 13벌의 우주복을 제작했고, 우주선 안에 있는 스위치 등 사소한 것 하나 모두 자문을 구해 실제와 같은 재질로 만들며 현실감을 부여하려 노력했다. CG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교함과 집요함으로 디테일을 살린 김 감독은 VFX가 할 일을 줄이면서 완성도는 높이는 영리한 작전을 꾀했다.
"샷 수를 줄이고, 남아있는 샷의 완성도는 이전 영화에서 구현했던 것보다 높은 품질로 해야 했죠. 촬영과 VFX, 색 보정 등 전체 공정을 4K로 작업했고 극강의 완성도를 올려보려고 승부수를 뒀어요."
이렇게 김 감독은 한국형 SF의 새 장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이고, 이에 도달하기까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려움과 현실의 벽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로 시선을 돌린 선택을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던 힘이 궁금했다. 이에 김 감독은 "달이 가진 양면성에 끌렸다"고 답했다.
이 세상에 온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김 감독은 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다루며 극적인 순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더 문'도 우주로 향했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다. 재국이 우주센터장을 그만둔 이유부터 선우가 달로 간 이유, 그리고 이들이 얽히고설킨 관계 등이 드러나면서 용서와 구원의 과정이 그려진다.
이를 두고 일부 관객들은 '알고도 눈물이 터진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일부는 '신파'로 여기기도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은 그럼에도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작품으로 전하는 위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아프시면서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삶이라는 게 기쁨보다 아픔이 더 많고, 성공의 환희보다 실패의 아픔을 더 많이 있죠. 자의로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위로받고 싶었고, 관객들도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어'라는 말을 소재만 바꿔가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를 그만두기 전까지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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