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⑫] '차은우 소속사' 판타지오, 아티스트 활약에도 주가 고착 이유
'기업 사냥꾼' 남궁견 회장 인수 후 연이은 CB 등에 상승 동력 잃어
재무구조는 개선세…'세력 놀이터' 지적도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띈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이한림 기자]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차은우의 소속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는 3년째 '동전주'를 벗어나지 못한 코스닥 상장사다. 규모 측면에서 차이는 있으나 하이브, JYP Ent, 에스엠, YG 등 연예기획사가 그간 코로나19 여파로 공연하지 못했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공연이 재개되면서 주가 급등세를 보일 때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종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닥시장에서 판타지오는 전 거래일 대비 4.02%(13원) 오른 336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 달째 300원 대 주가에 머물러 있으며, 이날 거래량은 평이한 수준인 94만2406건, 거래대금은 3억800만 건에 그쳤다.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는 826원, 최저가는 302원이다. 시가총액은 396억 원이며 외인 비율은 1.53%다.
업계 내 전통적 인지도나 차은우의 소속사, 1997년 6월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치곤 초라하기 짝이없는 주가 흐름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89억 원, 영업손실은 5억 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게 저조한 주가 실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상을 놓고 보면 1000원을 넘지 못한 판타지오의 주가 흐름은 실적보다 경영진의 반복된 주식 수 늘리기로 보인다. 경영진의 연이은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 주식분할과 무상감자 등에 따라 상승 동력을 스스로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판타지오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21년 12월 3일이다. 당시 판타지오는 전날 장 마감 후 액면가 100원의 보통주 10주를 같은 액면가 보통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고, 3일 주가는 장중 액면가보다 낮은 76원까지 내렸다. 이는 상장폐지를 앞두고 거래정지 중인 종목을 제외하면 사상 최저가로 "100원 만 있어도 살 수 있는 기업이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감자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또 이후 이어진 CB 발행이나 유증, 액면분할, 무상감자 등 목적도 늘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이 결과 판타지오는 자본잠식을 면했고 CB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기회마저 줬다.
'주목적' 재무구조 개선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144.25%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이 같은 해 3분기 64.11%, 올해 1분기 76%까지 낮아졌고 매출도 2020년 164억 원, 2021년 235억 원, 2022년 389억 원으로 상승세다. 연간 영업이익이 2021년 18억 원에서 2022년 12억 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으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7억 원 손실에서 133억 원 손실로 소폭 개선세를 보인다. 이에 판타지오 CB 발행에 참여한 곳은 판타지오 주가가 지금은 저조해도 한두 차례 단기 급등세를 기록한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영진이 주식 수를 늘렸다가 줄였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주가 흐름은 회사의 실적이나 업황 개선·사업 성과 등에 따라 영향을 주는 펀더멘탈보다 다른 쪽에 영향을 더 받으면서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판타지오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주가 흐름을 사실상 좌우하는 인물로는 남궁 견 미래아이엔지그룹 회장이 지목된다. 남궁 회장은 2021년 2월 미래아이앤지 관계사 등을 통해 150억 원가량을 들여 판타지오를 인수했다. 올해 8월 2일 기준 판타지오의 최대 주주는 아티스트 외 2인(22.75%)이며 이중 남궁 회장의 미래아이앤지가 10.93%로 가장 높다. 아티스트(10.81%), 남산물산(1.02%) 등은 최대 주주 관계사로 묶여 있다.
남궁 회장은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 등과 함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린다. 자본잠식 위기를 겪는 기업을 사실상 무자본으로 인수했다가 순환출자 구조와 CB 활용 등을 통해 실적을 내는 회사로 변모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가 상장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기업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인물이다.
특히 남궁 회장이 보유 중인 회사 일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이중 코스피 상장사 미래아이앤지가 중심 역할을 하며, 판타지오를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 인콘(576원), 골드퍼시픽(현 케이바이오, 379원) 등이 그의 지배 하에 놓인 업체다. 모두 동전주라는 특징도 눈길을 끈다.
결국 일반 투자자들은 판타지오 주가가 아티스트의 활약이나 사업 성과 등에 따라 서서히 오르는 주가 흐름을 이어가다가 감자 등 이벤트를 통해 단번에 주가가 내리고, 또 천천히 주가가 오르다가 쭉 내려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선뜻 판타지오를 매수하려 들지 않는다. 최근 외인이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소진율을 끌어 올리는 등 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나, 드라마틱한 주가 반등보다 현재 진행중인 7회차 CB 물량의 전환 청구 기간(11월 18일)이 더욱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판타지오 역시 주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팬덤 문화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주는 자기가 지지하는 아티스트가 소속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로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있지만, 판타지오는 주가 흐름상 '세력 놀이터'라는 이미지가 시장에 짙게 깔려 있어서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더팩트> 통화에서 주주 가치 제고나 주주 환원책 등을 묻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신인그룹 루네이트(LUN8)가 데뷔했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 측면에선 긍정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주가에 대해선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타지오는 싸이더스HQ(현 iHQ) 출신인 나병준 전 대표가 2008년 9월 설립한 연예기획사로 그룹 아스트로를 포함해 위키미키, 옹성우, 백윤식, 임현성, 김미화, 백서빈, 조인, 박예린, 추예진 등 가수부터 중견·신예·아역 배우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소속한 매니지먼트사다.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해외 공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거 하정우, 주진모, 지진희, 김성균, 강한나, 김새론 등이 소속한 배우 중심의 기획사였다면 현재는 차은우와 고(故) 문빈 등이 소속한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성공 이후 95%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판타지오뮤직을 통해 아이돌 그룹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 기획사로 각광받고 있다. 간판 그룹 아스트로는 올해 초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체결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에는 7년 만에 내놓은 신인 아이돌 그룹 루네이트가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배우 이영애와 대규모 제작비(미정)가 투입될 사극 드라마 출연 계약 체결 소식 등을 알리며 관심을 받았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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