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물리친 樂의 열기…‘안전이 최우선’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병기 기자 2023. 8. 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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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윤원규기자

인천에서 쏟아낸 락의 뜨거운 열정은 한 여름의 불볕 태양도 이겨냈다.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인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2일 차인 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달빛축제공원에 모인 수많은 관람객들은 1일차의 열광을 그대로 이어갔다.

오후 2시 가장 더운 날씨에도 SURL의 열정적인 무대와 남다른 퍼포먼스에 수천명의 관람객들은 무대 앞에 모여 환호했고, 이어 실리카겔의 무대까지 관람객들은 락의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며 폭염을 이겨냈다. 

오후 9시45분 지난 2006년 1회 펜타포트에 이어 17년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더 스트록스(The Strokes)’는 수천명의 관객들과 호흡했다. 더 스트록스의 보컬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는  1번째 곡을 마치고 ‘감사합니데이’, ‘사랑합니다’ 등 연습한 한국말을 선보였고 이는 국내팬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했다.

주최측인 인천시와 주관사인 인천관광공사와 경기일보를 주축으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시민 안전 확보에 소방 당국과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 지시로 냉방버스를 당초 계획보다 배 이상으로 늘려 폭염으로 인한 관람객의 건강 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또 행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흉기 난동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금속 탐지기 설치 및 입장 관감객 대상 소지품 검사 강화했다. 경찰은 전술팀과 폭발물처리반(EOD),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행사장 안전 관리 강화에 집중했다.

5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SNAKE CHICKEN SOUP가 힘찬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홍기웅기자

■ 슈퍼루키, 크랙베리·김늑·SNAKE CHICKEN SOUP

‘펜타 슈퍼루키’의 공연은 그 열정만큼이나 화끈했다. 

2일차의 첫 공연은 낮 12시 써드 무대인 무신사 스테이지에서 크랙베리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2023 펜타 슈퍼루키’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TOP6에 이름을 올린 크랙베리는 이날 1번째 무대부터 관객들을 열정적으로 흥분시켰다.

헤비 메탈 밴드 크랙베리는 경쾌한 드럼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을 내지르며 관객들의 몸을 쉬지 않게 했다. 크랙베리가 첫 무대를 끝내자 이미 무대 앞은 관객 300여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크랙베리 보컬 송명섭 첫 곡을 마친 뒤 “펜타포트는 명성답게 뜨겁다”며 “피가 끓을 정도로 화끈하게 즐기자”고 말했다.

크랙베리는 이날 ‘machine’, ‘only one’, ‘shed my skin’, ‘excited’, ‘counterfire’, ‘revolution’ 등 해비메탈의 정석과 같은 파워풀한 음악을 선보였다. 크랙베리의 ‘excited’에서 고음이 터져나오자 관객들은 깃발을 중심으로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등 ‘슬램’을 했다. 관객들은 또 둥근 대형을 만들고 마구 뛰어놀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온 마이클씨(미국)는 “락 음악은 국적과 관계없이 언제 들어도 흥분되기에 충분한 장르”라며 “한국에서의 여름은 너무 더웠는데 더위를 락과 함께 시원하게 날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번째 무대엔 루키밴드 ‘김늑’이 등장,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늑은 대표곡인 ‘strawberry’를 비롯해 미발매 곡인 ‘메리꽃핀스’, ‘I think’와 ‘명치’, ‘낡은우리사랑’, ‘마이러브’, ‘춤이나’ 등 7곡을 선보였다. 1960년대 팝 음악에 영향을 받은 김늑은 멜로디에 중점을 두고, 포크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렉기타를 맡은 최장호, 장동휘는 무대 앞에 서서 특유의 화려한 손놀림으로 연주해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김늑이 strawberry를 부를 땐 관객들이 한 팔을 높이 올려 위아래로 흔들며 뛰기도 했다.

특히 보컬이자 어쿠스틱을 맡은 김늑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창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관객들은 드럼 소리에 맞춰 ‘마이러브~마이러브~’라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김늑은 “펜타포트라는 큰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며 “밴드 음악과 함께 신나게 노는 관객들을 보니 음악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느낀다. 가슴이 뜨겁다”고 했다.

5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SURL이 공연도중 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시범기자

■ ‘이열치열’ 여름 노래로 날리자…정우, 박소은, 김일두와 불세출, OTOBOKE BEAVER, 보수동쿨러 feat. BXH, SURL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2일차 서브 무대 ‘INCHEON AIRPORT STAGE’에는 가장 먼저 정우가 올라 산뜻한 노래를 선보였다. 정우가 낮 12시10분께 무대에 오르자 수백명의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정우가 가벼운 손인사와 함께 ‘나에게서 당신에게’를 부르며 본 무대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첫 노래를 끝낸 정우는 “이열치열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관객분들에게 조금 도움 되라고 잔잔한 노래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날이 많이 덥다”며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더위를 많이 느낄 경우엔 그늘에 가서 쉬라”고 덧붙이며 관객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정우는 '나에게서 당신에게'외에 'Crack', '양', '철의 삶', '충동 1분', '11월 무제' 등 감미로운 노래를 준비했다. 일부 관객은 ‘최!강!정!우’가 담긴 피켓을 들고 정우를 향한 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정우의 무대가 끝난 오후 12시40분께 메인 무대 ‘KB국민카드 스테이지’에서 보수동쿨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기타의 잔잔한 선율로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린 보수동쿨러는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로 무대 시작을 알렸다. 이와 함께 관중을 향해 뿌려진 물대포는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메인 무대 앞은 순식간 관객들로 채워졌다. 

보수동쿨러는 1번째 정규 앨범 ‘모래’에 담긴 ‘고무’로 감성 무대를 시작했다. 이어 ‘모래’, 계절', ‘숨’, ‘베티’ 등을 쉼 없이 선보였다. 보수동쿨러 리더 구슬한은 “부산에서 온 보수동쿨러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리허설할 때 저쪽에서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반가웠다”며 “여러분 사랑한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삽시다”고 했다.

‘제임스’와 ‘의자에 앉아’까지 연이어 부른 보수동쿨러는 2곳을 남겨두고 음악으로 가족이 된 해서웨이와 함께 무대에 섰다. 이들은 작은 클럽에서 함께 공연한 것을 계기로 컬래버 앨범 ‘LOVE SAND’를 발매했다.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페스티벌’과 ‘월드투어’를 성보이며 메인 무대의 시작을 장식했다.

이어 오후 1시20분에 서브 무대에는 박소은이 나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궈냈다. 박소은은 밴드 멤버와의 합을 맞추기 위해 기타를 간단히 쳐보는 등 조율에 나설 때부터 수백명의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들었다. 박소은은 이날 “인생 첫 펜타포트입니다”라며  “앞으로도 해마다 펜타포트에 참여해 멋진 공연을 펼치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빠른 템포와 기타 선율을 담은 노래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일면식 없는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줄을 지어 원을 그리며 달리는 ‘기차놀이’로 무대를 즐겼다. 그는 이날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말리부 오렌지’,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 ‘Whiskey n Whiskey’, ‘고강등’, ‘슬리퍼’, ‘2017’ 등 7곡을 불렀다.

3번째로 무대에 오른 김일두와 불세출은 회사원 같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이 내뿜는 특유의 몽환적인 멜로디에 빠진 관객들은 홀리듯이 그늘막을 빠져나와 무대 앞에 모여 들었다. 보컬 김일두는 “이런 좋은 기회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며 “그만큼 좋은 노래 들려들리겠다”고 했다.

이들이 선보인 노래에 빠진 관객들은 손을 위로 크게 뻗어 양옆으로 흔들면서 무대 끝까지 가수와 호흡했다. 김일두와 불세출은 이날 ‘그와중에’, ‘너나나나’, ‘사랑이라할테야’, ‘뜨거운 불’, ‘가깝고도 머언’, ‘I Like You’, ‘문제 없어요’ 등을 노래했다.

오후 1시50분 KB국민카드 스테이지의 2번째는 록과 블루스 기반의 4인조 밴드 ‘SURL’이 나서 무대 퍼포먼스의 정점을 찍었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선보인 ‘Desd Man’과 ‘Rope’는 확성기를 사용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했고, ‘여기에 있자’에 이은 ‘The Lights behind you’에서는 보컬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설호승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설호승은 관객들에게 들린 채로 누워 솔로 기타를 연주했다.

설호승은 “우리는 영광스럽게도 펜타포트가 처음이다”며 “진짜 이 무대에 꼭 올라오고 싶었는데,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기쁘고 반갑다"고 했다. 이어 “오늘 분위기 좋다”며 “노는 건 좋은데, 물 많이 마시면서 뛸 때는 열심히 뛰고 안전하게 하자”고 덧붙였다. SURL이 무대를 뜨겁게 달구던 오후 2시2분께 메인 무대 좌우에 설치한 대형 화면 아래에는 ‘(폭염특보)현재 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무더위 안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문구를 자막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이어 SURL은 ‘WHAT TIME IS IT NOW’와 ‘9지하철’, ‘옥상에서 춤을’, ‘여긴 재미가 없어’ 등 4곡을 연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최고조로 올렸다. 마지막 곡인 ‘여긴 재미가 없어’에서는 설호승이 솔로 파트 간주가 끝난 후 기타를 부셔 무대 퍼포먼스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언어의 장벽도 음악 앞에선 쉽게 무너졌다. 오후 3시50분 서브 무대에 4번째는 일본에서 건너온 여성 4인조 밴드 그룹 ‘OTOBOKE BEAVER’가 차지했다. OTOBOKE BEAVER는 어색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건넨 뒤 본 공연을 앉아서 시작하는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했다. 이들이 선보인 쉴 틈 없는 강렬한 비트가 담긴 펑크 락은 관객들이 느낄 더위도 잊게 만들었다.

무대 앞 모인 700여명의 관객 중 100여명은 서로 호흡이라도 맞춘듯 춤을 췄다. 이들은 리듬에 맞춰 머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스테이지를 ‘콩콩’ 뛰어다니는 등 며칠간 이어진 폭염을 춤으로 떨쳐내는 듯 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OTOBOKE BEAVER는 40분간의 공연 동안 조금의 쉼도 없이 ‘Pardon?’, ‘I don’t want to die alone' 등 1~2분 사이의 짧은 곡을 10곡 이상 부르며 관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둘째날인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행사장에서 이승윤이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 관객과 호흡하며 더욱 후끈…메써드, 실리카겔, 이승윤, 라드뮤지엄 잠비나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2일차 오후 공연들은 관객과 호흡하며 더욱 뜨거워졌다. 

오후 3시10분, ‘한국 대중음악상 메탈 하드코어 음반상’, ‘헤비니스 음반상’ 수상의 저력을 지닌 메써드는 메인 무대에 올라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정점에 선 밴드답게 관객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사이렌 소리에 이은 총소리, 다시 사이렌 소리 속에 울려 퍼지는 단발과 연발의 총소리는 관객들을 전쟁터의 한 복판에 서 있게 한다. 갑자기 달려드는 드럼을 시작으로 묵직한 메탈 사운드가 송도달빛축제공원을 덮친다. 

메써드 보컬 우종선은 “올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정말 놀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라며 “락은 ‘젊음의 음악’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도 열심히 음악을 듣다 보니 늙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오늘 이렇게 노는 순간만큼은 젊음”이라며 “세상 뭐 별거 있어? 아직도 모르는데 세상 잘 살았구나”라고 말했다. 매써드는 이날 ‘Halfnation Of Sorrow’, ‘Madness Of Death’, ‘Passsed By Your Side’, ‘Eclipse’,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Run For Your Life’, ‘Coldest Fear’ 등을 선보이고 무대를 내려갔다. 

메인 무대의 오후 마무리는 실리카겔이 했다. 오후 4시30분부터 5시10분까지의 실리카겔 무대는 이날 뮤지션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강렬한 드럼 소리와 함께 실리카겔이 무대 위로 뛰어 오르자 관객들이 양팔이 높게 들고 환호한다. 1~2명씩 모이는 관객들로 무대 앞은 금새 가득찬다. 이날 메인 무대에 오른 그 어떤 뮤지션보다 많은 이들이 실리카겔의 사운드에 홀려 발걸음을 재촉한다. 

1분14초의 인트로가 끝나고 ‘NO PAIN’과 ‘Sister’가 연달아 흐르며 관객들은 열광한다. 관객들은 음악 소리에 맞춰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돈다. 빼곡한 관객들 사이로 ‘호락호락’, 내꿈은 락스타', ‘이것저것 보장하락’ 등 20여개의 깃발들이 휘날린다. 관객 수백명은 깃발을 주임으로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슬램’을 하는가 하면, 보컬 김춘추의 지휘에 맞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실리카켈은 별다른 멘트 없이 ‘Budland’, ‘놀자’, ‘Desert Eagle’, ‘Realize’를 연주하며 락의 소용돌이에 관객들을 몰아넣는다. 이어 오는 18일 발매 예정인 ‘Tik Tak Tok’과 ‘Mercurial’을 끝으로 화려한 무대의 막을 내렸다. 

한낮을 녹인 햇볕이 사라지고 그늘이 메인 무대 앞을 덮은 오후 5시50분 이승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럼 소리에 등장한 이승윤은 관객들에게 따라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왔던 이승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승윤의 관객 매너는 더욱 노련해졌다. 

이승윤은 “최근에 든 생각인데, 2023년이 나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며 “여러분도 나의 하이라이트에 들어온만큼 오버해 참여해 달라”고 했다. 좌우로, 혹은 앞뒤로 적당히 흔드는 몸짓, 선이 살아있는 손동작, 그리고 10도 정도 숙인 고개에서 위로 치켜 뜬 눈은 관객들을 점점 이승윤의 마력에 빠지게 한다. ‘야생마’에 이어 ‘영웅수집가’, ‘게인주의’, ‘꿈의 거처’, ‘기도보다 아프게’ 등을 부른 이승윤은 관객석으로 내려갔다. 

가림막 사이에 두고 노란 머리의 관객이 마이크를 들자 이승윤은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주변에 있는 시민들은 이승윤 얼굴을 코 앞에 두고 휴대전화로 ‘직촬’ 한다. 잠시 뒤 메인 무대 중앙 앞쪽으로 길게 늘어선 통로를 따라 노래를 부른 이승윤은 통로 끝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곡을 마무리했다. 이어 ‘누구누구누구’, ‘도킹’, ‘들려주고 싶었던’, ‘비싼 숙취’, ‘웃어주었어’를 선보이고 무대를 마무리했다. 

오후 5시10분께 서브 무대에는 5번째 순서인 ‘라드뮤지엄’이 등장했다. 더 폴스는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대중적인 밴드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보컬 소재훈씨의 감미로운 음색은 바쁘게 살아온 관객들의 마음 속 스트레스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은 잔잔한 음악에 금새 빠져들어 한 팔을 들고 양옆으로 흔들기도 했다. 이날 라드뮤지엄은 ‘Dancing In The Rain’, ‘U’, ‘Say Hello Inner Child’, ‘Forever’, ‘한량’, ‘Off-Line’, ‘ㅗ매드키드ㅗ’ 등 7곡을 불렀다. 소씨는 “함께 뛰어노니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오후 6시40분께 서브 무대에는 ‘잠비나이’가 올랐다. 잠비나이는 생황, 거문고, 태평소, 피리 등 전통적인 음률의 악기에 기타와 드럼, 키보드 등을 조합해 특유의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잠비나이는 ‘꿈을 위해 나아가다 포기한’ 사람들의 감정을 노래에 담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잠비나이는 이날 ‘소멸의 시간’을 시작으로 ‘저기 저 차가운 밑바닥에서 다시’, ‘검은 빛은 붉은 빛으로’, ‘두 날개가 잿빛으로 변할 때까지’, ‘그들은 말이 없다’ 등 7곡을 불렀다. 잠비나이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도 화려한 전통악기 연주를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잠비나이는 “지난 2019년 펜타포트 무대에 선 뒤 오랜만에 다시 올라왔다”며 “그때보다 관객들이 더 많아져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둘째날인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행사장에서 밴드 '검정치마'가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장용준기자

■ 노을과 함께 음악이 흐르네…검정치마, 이디오테잎, 250

메인 무대에 오후 7시30분께 붉은 노을과 함께 ‘검정치마’가 등장했다. 흰 셔츠에 검정색 자켓, 특유의 틴트 렌즈 안경을 착용하고 나온 검정치마 보컬 조휴일은 등장부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정치마는 밤을 알리는 듯한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고, 이에 관객들은 어깨 동무를 하고 춤을 췄다.

특히 검정치마의 대표곡인 ‘Everything’이 나오는 순간 관객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송도의 밤하늘을 보는 등 하나로 뭉치기도 했다. 일부 관객들은 비눗방울을 날리며 무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냈다. 검정치마는 이날 ‘Everything’을 비롯해 ‘상수역’, ‘매미들’, ‘불세례’, ‘Our Own Summer’ 등 15곡을 불렀다.

8시40분 7번째 서브 무대는 ‘이디오테잎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디오테잎은 1시간의 공연 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물·불·조명의 화려한 무대 효과와 풍부한 사운드의 향연으로 서브 무대의 넓은 잔디를 관객으로 가득 매웠다. 이디오테잎의 노래에 맞춰 LED조명이 움직일 때마다 비추는 관객들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다.

특히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Melodie’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흥이 극에 달한 일부는 웃옷을 벗고 집어던지고 춤을 춘다. 이디오테잎은 ‘Pluto’, ‘Wasted’, ‘Too Old to Die Young’, ‘HISTORICA Live’, ‘Melodie’, ‘Plan Z’, ‘Future That Never Comes’, ‘Even Floor’ 등 9개의 곡을 마무리한 뒤 무대를 떠났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일차 써드 무대의 마지막 미드나잇 스테이지는 프로듀서이자 DJ인 ‘250(이오공)’이 장식했다. 인천시는 밤을 보내기 아쉬운 관객들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심야무대인 ‘미드나잇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250은 밤이 아쉬운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춤을 추워요’로 발동을 건 250은 ‘로얄 블루’, ‘이창’,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너를 사랑해’, ‘주세요’, ‘바라보고’, ‘뱅버스’를 라이브로 선보이며 곡 중간 DJ세트를 혼합해 관람객들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 2일차 주인공 ‘THE STROKES’

오후 9시45분께 미국 밴드 ‘더 스트록스(The Strokes)’가 메인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06년 1회 펜타포트에 이어 17년 만이더. 국내 락 마니아들이 기대하던 대망의 헤드라이너 등장에 걸맞게 화려한 조명이 밴드를 맞는다. 앞서 1시간여 전부터 그의 내한을 환영하기 위해 관객 수천여명이 무대 앞에 모이기도 했다.

검정색 선글라스를 쓴 더 스트록스의 보컬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는 국내 락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더욱 열정적인 모습이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는 1번째 곡을 마치고 ‘감사합니데이’, ‘사랑합니다’ 등 연습한 한국말을 선보였고 이는 국내팬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했다.  

1960~70년대 복고 락의 중심이자 ‘개러지 락’을 최초로 정의한 그룹 더 스트록스는 특유의 파격적이고 강렬한 음악풍에 축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베테랑 밴드답게 더 스트록스의 호흡은 완벽했고 관객들은 밤인 줄도 모르게 낮보다 열정적으로 소리 지르며 뛰놀았다.

특히 더 스트록스는 중간중간 연주를 멈추며 관객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 않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카사블랑카스가 샤우팅을 할 때마다 관객은 속이 뻥 뚫린 듯 한 환희의 표정을 짓고 몸과 머리를 흔들어 대며 호응했다.

관객들은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어깨 동무를 하고 고개를 흔들며 즐기는가 하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등 춤을 추기도 했다. 물론 깃발을 중심으로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등 ‘슬램’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관객들은 더 스트록스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인 줄 알고 아쉬워하며 ‘앵콜’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스트록스는 마이크와 기타를 놓지 않았고 어두워진 조명 속에서 다시 나타나며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더 스트록스는 이날 ‘You only live once’와 ‘Someday’, ‘Last Nite’, ‘The Adults Are Talking’ 등을 불렀다.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모저모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둘째날인 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행사장에서 이벤트 부스를 찾은 관객들이 저마다 추억을 만들고 있다. 장용준기자

■ 락 콘셉으로 미래 결혼사진 담는 ‘극락도 락이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부스 중 락의 역사를 담은 ‘극락도 락이다’에서는 커플들이 미래 결혼사진을 담을 수 있는 이색 포토존이 열렸다.

부스에서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한 가수 검정치마의 ‘TEAM BABY’의 앨범 커버 사진을 따라 찍어보는 이색적인 포토존을 만들었다. 부스 참여자들이 모던 락을 이끌고 있는 검정치마의 앨범커버를 따라하면서 해당 장르에 대한 생각을 되새겨 보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부스 참여자인 장민규씨(20)와 서난씨(20)는 “평소 좋아하던 스트록스 밴드를 보기 위해 펜타포트에 왔다”고 했다. 이어 “해당 부스에 참여해 우리 둘만의 이색적인 추억도 쌓을 수 있어서 좋다”며 “사진과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사랑을 이어나가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스 관계자인 김은서씨(23)는 “과거 락을 주름 잡았던 오아시스부터 앞으로 락을 이끌어 갈 펜타포트 슈퍼루키에 참여한 밴드들을 한 곳에 진열해 모아봤다”며 “락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우리 부스에 많은 분들이 다녀가 더욱 락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5일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이틀째 송도소방서 구급대와 의용소방대가 대기 중이다. 장용준기자

■ “마음 놓고 놀아요.” 환자 발생시 소방대원·의료진 신속 조치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행사장에는 관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송도소방서 대원 등이 안전한 축제를 위해 대기했다. 송도소방서 대원 80명과 의용소방대 40명은 온열질환 등 환자 발생시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구급차 등 12대를 준비한 뒤 비상 대기조를 구성해 출동 준비 태세를 갖췄다.

유시태 송도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시민들이 축제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전관리 등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행사가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료지원센터에서는 의료진들이 가벼운 타박상 등 부상을 입은 관객들을 치료했다. 무대를 즐기다 발목이 접질려 이곳에서 치료받은 이미현씨(31)는 “여태 다녀본 음악 페스티벌 중에 가장 안전하다”며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겠다”고 말했다.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둘째날인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행사장에서 인천경찰특공대와 폭탄 탐지견이 순찰을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 폭염에 온열질환·안전사고 예방 '총력'... 인력·장비 추가 투입

인천시와 경찰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추가로 투입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인천시는 이날 유정복 시장의 지시로 냉방버스 대형 4대와 소형 2대 등 총 6대를 추가 투입했다. 이를 통해 행사장에는 종전 6대를 포함, 모두 12대의 냉방버스를 마련해 시민 등 관람객들의 폭염 온열질환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시는 이 밖에도 살수차를 동원해 통행로 등 행사장 곳곳에 수시로 물을 살포하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몽골텐트 쉼터 3곳을 추가로 운영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인력과 장비의 추가 투입을 신속히 결정했다”며 “6일까지 열리는 행사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경찰청도 최근 다중밀집지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송도달빛축제공원 주차장 입구에 전술팀과 폭발물처리반(EOD) 등 특공대 6명, 장갑차를 배치했다. 또 종전 배치한 기동대 40명에 더해 20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경찰은 1시간마다 특공대원과 폭발물 감지견을 투입해 순찰을 했다. 

5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관객들 위로 무지개가 뜨고 있다. 김시범기자

■ “펜타의 열기가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서브 무대 앞에는 ‘인천음악전문 공연장 협회’ 부스가 눈에 띄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무더운 날씨 속 락을 즐기다 지친 시민들을 위해 붙이면 시원해지는 쿨패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부스 안에서 서브 무대를 지켜보던 안원섭 협회장은 “가슴이 뜨겁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9년에 열린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전신 ‘트라이포트 락페스티벌’부터 매번 참여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락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많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안 협회장은 “이렇게 뜨거운 락의 열기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끝나고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무대 전에는 인천지역 곳곳에서 소규모 공연들을 하지만, 사실 금방 락의 열기가 사그라든다”며 “지역 곳곳에서 락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이시명 기자 sml@kyeonggi.com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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