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선거’ 안믿는 미 공화당 지지자들…‘대선 불복’ 재연 우려

코로나19 시기 실시한 우편투표를 부정의 온상으로 여겨
공화당원 70% “바이든 부정한 승리”…“내년대선 개표 신뢰” 4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대법원 앞에서 재판에 출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 지지자들의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부정선거임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여러 여론조사에서 2020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부정하게 승리했다고 보는 공화당원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공화당원이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수년간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의 소속 정당이 패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에 달했고, AP-NORC의 6월 여론조사에서는 2024년 선거 결과가 정확하게 집계될 것으로 믿는 미국인이 4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원들이 내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선거 결과에 저항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유권자들의 선거 관리에 대한 극심한 불신에는 우편투표 도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치러진 2020년 대선 당시, 여러 주에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우편투표를 확대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우편투표 집계와 개표 과저에서 부정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WSJ와 인터뷰한 미네소타주 윌머의 공화당원 샤론 에릭슨(69)은 "다른 많은 공화당원과 마찬가지로 나는 2024년 부정직한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 완전히 대비하고 있다"며 2020년 선거의 우편투표 집계 과정에서 선거 결과가 부당하게 바뀌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과 미국 사회의 분열 속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주에서 선거 규칙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스다코타주의 한 선거 담당 공무원은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는 소인이 선거일 이전으로 찍혀 있더라도 집계하지 않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펜실베이니아주의 공화당 인사들은 우편투표법을 아예 무효화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애리조나주에서는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개표기를 쓰지 말고 수개표할 것을 카운티 당국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선거 관리 공무원은 선거 부정을 사실로 믿는 공화당원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퇴직을 택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