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예고” 전국 속출, 검거 30명중 미성년자 여럿…“장난” 다수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가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잇단 '묻지마 흉기난동' 이후 전국에서 이른바 '살인 예고' 온라인 글이 올라오면서 경찰이 대대적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경찰은 지금까지 30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다수였다. 상당수는 "장난"이라고 했다. 무분별한 살인예고에 경찰청장이 자제를 당부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지난 3일 분당 흉기난동 사건까지 발생하며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는 최소 42건의 살인 예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도 수십건의 살인 예고글이 추가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대구 중앙로에서 경찰특공대가 흉기 난동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 순찰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30건의 작성자를 검거해 경위와 범죄 혐의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나머지 게시물에 대한 인터넷 주소(IP) 추적 등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에선 전날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글을 쓴 20대 남성과 특정 학교를 거론해 "정문 앞에서 5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쓴 미성년자가 각각 검거됐다.

"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쓴 20대 남성은 자수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조사 중이다.

5일 대구 중앙로에서 경찰특공대가 흉기 난동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 순찰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

경기 하남시에선 전날 중학생 A(14) 군이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글을 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날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쓴 미성년자도 자택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경산 소재 한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칼부림을 예고한 20대 B 씨를 5시간 만에 붙잡았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음에는 구미역 칼부림이다"라는 글을 쓴 10대 미성년자를 새벽에 긴급체포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내 최도 규모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축제장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가 지워졌다.

경찰 관계자는 "상당수가 경찰에 검거되고 난 후 '장난이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5일 대구 중구에서 경찰관들이 '흉기 난동' 범죄 우려에 따른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

인천경찰청은 관련 수사에 나서는 한편 특공대와 장갑차를 축제장 인근에 배치했다.

대구경찰청도 시내 인파가 몰리는 중앙로역에 장갑차를 배치했다.

한때 온라인에서는 '칼부림' 살인 예고 글을 정리한 지도까지 올라올 만큼 사회적 긴장도도 높았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전국에서 범죄 예고성 협박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5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장에서도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장갑차와 특공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연합]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역을 찾아 특별치안활동 현장점검을 한 후 기자들에게 "무책임한 살인 예고성 작성을 이제 좀 자제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하고 경고한다"며 "이런 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경찰력이 낭비되는가. 사회적 손실"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대부분 성인이지만 작성자 중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모방 또는 일종의 영웅 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윤 청장은 "경찰이 총기 사용과 관련해 사실 주저하고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총기 사용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