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진료는 車보험료 먹는 하마? 청구액 2022년 1조4600억 [이슈 속으로]
교통사고 진료비서 한방 비중 58%
대인배상 비용 5년 새 3배로 치솟아
“첩약·침술·부항 등 6개 이상 ‘세트청구’
경미한 사고에도 처방돼 보험금 누수”
한의계는 “환자들 한방 선호 커진 영향
정당한 치료 받을 권리 침해 안 될 말”
첩약 등 진료 수가 조정 추진에 반발
‘5545억원→1조4636억원.’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가운데 한방의료기관 진료비는 최근 5년 새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전체 진료비에서 한방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32%에서 지난해 58%로 커졌다. 같은 기간 의과(양방) 진료비는 1조2153억원(치과 포함)에서 1조506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비중 역시 68%에서 42%로 축소됐다.
◆“경상환자 ‘세트청구’ 급증”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상해 등급 12∼14급)에 대한 한방 과잉진료가 확산한 점을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경미한 교통사고임에도 한방 세트청구 등으로 인해 보험금이 과도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4일 보험연구원이 2017∼2022년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한방진료기관 진료수가 명세서 990만97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병원의 경상환자 세트청구 비율은 82.4%, 한의원은 73.1%였다. 2017년 각각 55.2%, 53.4%였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안팎으로 급등한 것이다. 연구원은 한방진료에서 가능한 첩약·침술 등 8가지 진료 가운데 6가지 이상의 진료(첩약 포함)를 세트청구로 정의했다.
중상해로 분류되는 상해 등급 9∼11급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트청구 비율은 지난해 한방병원 74%, 한의원 65.1%로 경상환자보다 낮았다. 연구원이 세트청구 비율을 한방진료비에 적용한 결과 지난해 전체 한방진료비의 54.8%(8027억원)가 세트청구인 것으로 추산됐다. 경상환자에 대한 세트청구 한방진료비는 7440억원으로, 2017년(1926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를 진행한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방병원 수가 늘어나고 한방 복수진료에 대한 심사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방 세트청구 진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의계는 진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한방의료기관 선호도와 이용자 수가 늘어난 점 등을 꼽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입원·외래 합계)는 69만7510명, 한의원은 91만6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74%, 1.85% 늘었다. 의원(-2.07%)이나 병원(-8.10%) 등에선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2017년(한방병원 26만5048명, 한의원 59만4244명)과 비교해 보면 한방병원 환자는 163.2%, 한의원 환자는 53.2% 증가했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는 지난 5월 ‘자동차보험 대인보상비 및 진료비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한방진료비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입원환자가 양방 입원의료기관에서 한방 입원의료기관으로 변경됐고, 부상자 1인이 이용하는 한방 외래의료기관의 수가 증가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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