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에도 거리 가득 메운 교사들 “극단 선택 진상규명·대책 마련하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교사들 4만여 명이 모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교권 확립을 촉구하는 도심 집회를 벌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졌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검은 옷차림으로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조속한 진상규명과 교권확립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4만 명, 경찰 추산 1만8000∼2만명이 참가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말에 대거 거리로 나서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집회에는 서이초 교사의 유족도 처음으로 동참했다.
숨진 교사의 사촌오빠 A씨는 연단에서 “본인뿐 아니라 주변의 동료 교사가 힘든 일을 당할 때마다 동생은 자기 일처럼 괴로워하고 떨었다”며 “언젠가 자기에게도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고인이 남긴) 많은 기록에서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이슈 위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해달라”며 “여러 동료 교사들의 피해사례도 반추해주셔서 올바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주시기를 감히 호소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평교사뿐만 아니라 교감과 교장들도 여럿 참여했다. 초등학교 현직 교장 10여명은 연단에 함께 올라 찜통더위에도 거리에 나선 평교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경기 부천의 초등학교 교장 양동준 씨는 연단에 올라 “전국에서 175분(의 교장 선생님)이 같은 마음을 내주셨다”며 “교사답게 가르칠 권리를 찾겠다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시겠다는 선생님들의 절절한 외침과 행동에 우리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도 교권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며 연단에 섰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우리나라 미래고 교사 인권 추락은 대한민국 미래의 추락”이라며 “선생님들이 저희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도 전국 각지의 교사가 참가했다. 주최측은 비수도권 지역 교사 2천700여명이 버스 80대를 대절해 상경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폭염 속에 참가자 1명이 구토하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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