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 정명훈에서 2023 김태한까지…K-클래식 반세기의 기적
열악한 시스템 채워준 '클래식 팬덤'
[대한뉴스(1974년)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정명훈 군이 귀국했습니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정명훈 씨가 귀국할 때만 해도 '클래식'이란 말은 다소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후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이 대회 우승자 6명 중 3명이 한국인입니다. 해외에서 클래식을 배우겠다며 오히려 한국을 찾고 있는 상황. 한국의 클래식이 이룬 기적, 그 비결은 뭘까요?
정재우 기자가 음악가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정재우 기자]
22살, 가장 어린 나이로 우승한 첫 아시아인 남성 성악가, 김태한.
해외 유학을 하지 않은 국내파 바리톤이지만, 외국어 발음은 완벽합니다.
두달 전, 세계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에서 한국 클래식의 역사를 새로 썼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히려 무대 뒤였다고 합니다.
[김태한/성악가 : 더 이상의 연습은 할 필요가 없다 싶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준비를 했었고…]
첫 국제무대에서 단번에 우승한 첼리스트 이영은.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이영은/첼리스트 : 보증수표처럼 저희는 성실을 이렇게 지고 다니죠.]
한국 음악가들이 강한 이유, 역시나 '부지런함'이란 기본에 있었습니다.
[이영은/첼리스트 :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걸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 자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그래도 악기 메고 들어가잖아요, 연습실에.]
여기에 깊이도 더했습니다.
음정과 박자를 익히는 걸 넘어 곡의 배경과 역사, 의미까지 공부했고,
[김태한/성악가 : 남들이 모르는 곡, 한국 사람들이 안 불렀던 곡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한때 한국 클래식은 기술에 비해 감정이 부족하단 혹평을 들었습니다.
그 빈틈을 채운 건 본인들의 노력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영은/첼리스트 : 선생님은 정말 인생을 저희한테 쏟아부어 주시잖아요. 사실 부모님도 마찬가지거든요. 그걸 다 이고 고작 첼로 하나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상에 선 음악가들이 '벼락 스타'가 된 게 아니듯, 한국 클래식의 전성기도 하루아침에 한두사람의 힘만으로 시작된 게 아닙니다.
[정수아 기자]
사실 한국 클래식은 역사도 짧고, 수도권을 제외하면 공연장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잘 나가는 이유.
앞서 전해드린 여러 노력에 팬들의 열정까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팬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수원에서 대전까지 지하철과 기차를 갈아타며 3시간을 왔습니다.
[박형우/경기 군포시 당정동 : 예전엔 천안도 갔고, 대전도 갔고, 대구도 갔던 것 같아요.]
이유는 하나. 조성진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공연 날엔 전국 어디든 팬들이 모여듭니다.
[오늘 시험이 끝나서 저에게 주는 선물로]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 추억으로]
예매표는 금방 동납니다.
[이다솜/울산 옥동 : (빈자리를) 포도알이라고 하거든요… 저는 체감상 5초 안에 다 없어지는 것 같아요.]
멀리 해외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한예지/인천 주안동 :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까지 갔다가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갔다가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킹스턴까지 가서 20시간 안 되게 걸렸어요.]
이런 팬덤 문화는 K-클래식만의 특징입니다.
[티에리 로로/영화감독 : K팝 아이돌처럼 젊은 사람들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나 힘을 주는 팬들을 위해 음악가들은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연주회로 보답했습니다.
[조성현/플루티스트 : 한국인들만의 에너지, 열정 이런 것 같아요.]
(VJ : 이재성/ 영상취재 : 황현우 김준택 이주원 / 영상그래픽 : 김지혜 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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