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인데”… 10대부터 30대까지 철 없는 ‘살인 예고’

김희원 2023. 8.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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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펜션서 휴가 중인 중학생 검거
“장난으로 올린 글…이렇게 퍼질 줄 몰라”
경찰 “3년 이하 징역 ‘협박 혐의’ 적용”

서현역 칼부림 난동 이후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경찰이 검거한 글 작성자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으며 대다수가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날 오전 7시까지 온라인에 최소 42건의 살인 예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대학생 익명커뮤니티 등 게시 장소도 다양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축제장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운데 5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앞에 경찰특공대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충남경찰청은 이날 SNS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고교생을 협박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17)군은 이날 오전 2시24분쯤 칼 형상을 한 사진과 함께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작성해 올린 혐의를 받는다.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해당 ID를 추적해 충북 소재의 한 펜션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던 A군을 붙잡았다.

A군은 “사진은 칼이 아닌 이쑤시개를 확대한 것으로,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청주 칼부림 예고글’을 조작해 유포한 30대가 경찰에 자수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남성은 전날 오후 7시 15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는 ‘칼부림 예고 지역 목록’을 보고, 이 목록에 청주의 특정 식당과 도로를 추가로 기재한 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서 “친구들에게 장난으로 보낸 글이 이렇게 퍼져나갈 줄 몰랐다”고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에서도 흉기 범행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전날 낮 12시 9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점심 먹고 식칼 들고 나주 간다”라는 글을 작성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경찰특공대원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소총, 권총으로 이중 무장을 하고 특별치안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하남시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을 쓴 사람은 중학생으로 밝혀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토요일 12시에 미사역 시계탑 앞에서 다 죽여줄게’라는 글을 올린 B(14)군을 협박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게시물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B군의 신원을 특정한 뒤 동선을 탐문해 신고 접수 2시간여 만에 미사역 인근의 한 피시방에 있던 A군을 붙잡았다. 검거 당시 B군은 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B군은 “사람들이 흉기 난동을 보고 많이 놀라니까, 실제로 사람을 살해할 마음은 없었고 심심해서 장난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전날에도 전국 각지에서 SNS에 장난으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들이 줄줄이 검거됐다.

4일 오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오늘 7시 (부산) 재송역 주변이랑 센텀 쪽 사람들 다 죽일 겁니다. 경찰도 죽일 겁니다. 저를 막을 순 없을 겁니다’ 등 내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미성년자로 확인됐으며 장난삼아 올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흉기 난동이 발생한 서현역에서 멀지 않은 모란역 일대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을 쓴 20대 남성도 4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남성에게서 실제 범행을 준비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 “지인이 묻지마 범죄를 걱정하는 글을 썼길래 장난삼아 쓴 댓글”이라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고 글을 올렸다가 5시간 만에 긴급체포된 남성도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직 게시자를 찾지 못 한 ‘살인 예고’ 건에 대해 IP 추적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또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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