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 잘못하면 개미는 울고 ‘회장님’만 웃는 이유 [자이앤트TV]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8. 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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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갑성의 자이앤트TV 인터뷰]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한국의 실질 상속·증여세율은 60%로 높지만, 투자자 보호제도는 매우 취약합니다. 경영진을 통제하는 지배주주가 주가를 올리는 것 보다 주가를 낮춰 상속·증여세액을 낮추는 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한국증시가 선진국의 길을 갈지, 신흥국의 길을 갈지 국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최근 매경 자이앤트TV에 출연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 주식 시장의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율과 취약한 투자자 보호제도, 높은 실질 상속·증여세 부담을 지적했습니다. 올해 정부가 추진해온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최종 불발되면서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지수 편입은 빨라도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자산 성격상 시장의 흔들림에 따라 주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곤 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장기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는 선진국 증시에 대비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같은 주주환원이 매우 뒤쳐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김 회장은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경제위기와 큰 폭의 주가 하락기간을 견딜 수 있으려면 의미 있는 수준의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국주식은 회사가 사업을 잘 해서 돈을 벌면, 그 중 일부는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데 반해 한국주식은 주주환원율이 너무 낮아 장기투자하기에 나쁜 시장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을 KB증권에서 집계한 결과 2010~2020년 동안 한국의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주요국 증시에서 가장 낮은 28%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미국(89%), 선진국 평균(68%)은 물론, 개발도상국 평균(38%)이나 중국(3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하게 된 배경으론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누적된 지배주주 대 소액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가 취약한 투자자 보호제도로 인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김 회장은 “과거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벌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와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담보물 역할을 하던 계열사 지분의 주가를 높게 유지할 유인이 있었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엔 지주사 지분 상속·증여를 위해 주가를 낮추는 게 유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주식투자는 회사가 돈을 벌면 주주에게 배당을 주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한국은 최대주주가 경영진을 겸하거나, 경영진을 통제하며 최대주주 입맛에 맞는 정책만 펼친다”고 꼬집었습니다.

낮은 주주환원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건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입니다. 지난 6월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사 NXC에 따르면 올해 2월 기획재정부가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별세하기 전까지 창업자 일가가 100%를 보유하던 NXC 지분에 대해 유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4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NXC 지분을 정부에 물납했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대체로 싱가포르, 인도 같은 아시아 신흥국은 상속·증여세율이 낮은 대신 투자자 보호제도가 취약하고,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대신 강력한 투자자 보호제도를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은 상속·증여세율은 대주주 할증(최대 60%)을 감안하면 선진국 보다 높은데 투자자 보호제도는 신흥국 수준으로 미흡하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속·증여세제 선진화에 대한 전국민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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