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위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성폭력 피해자는 수백명”

조사결과 발표…“일본 미디어·연예 산업, 성폭력과 괴롭힘 불문에 부치는 문화 만들어”

지난 2019년 7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연예계 거물 자니 기타가와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는 대형 스크린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인 ‘자니즈 사무소’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남성 연습생 대상 성폭력 의혹을 조사해 온 유엔 인권이사회가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전문가들은 전날 도쿄의 일본 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니즈의 연예인 수백 명이 성적 착취와 학대에 휘말렸다는, 깊이 우려할 만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무그룹은 사전 조사와 7월24일~8월4일 일본에서 진행한 면담 및 조사 등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수백 명으로 추산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무그룹은 "일본 미디어 기업은 수십 년간 이 불상사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수사와 구제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그룹은 일본 미디어와 연예 산업에 대해 "노동법에 따른 보호와 괴롭힘의 명확한 법적 정의가 결여됐다"며 "성폭력과 괴롭힘을 불문에 부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니즈가 재발 방지를 위해 설치한 팀에 대해 "투명성과 정당성에 의심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자니즈는 실무그룹 발표 이후 "견해를 엄숙히 받아들여 피해를 신고한 분들과 진지하게 마주하고, 정중하게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니즈 성 가해 문제 당사자 모임 측은 "가해를 인정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자니 기타가와는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여러 유명 아이돌 그룹을 키워냈다.

2019년 사망한 그는 생전에 다수의 동성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월 영국 BBC가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가 재점화됐고, 이후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실무그룹은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내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