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잼버리 정상 진행…떠난 대원에게 서울·부산 프로그램 긴급 제공(종합)
“찬 생수 무제한 공급” “식사 즉시 개선” “중앙정부가 나서라”
韓총리 이틀째 현장 점검…이상민 어제부터 숙영 중
상황 나아지며 조기 퇴영 3국 그쳐…독일·스웨덴 등 잔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폭염 속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준비가 부족해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정대로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조기 퇴영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도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조기 행사 종료를 요청했지만, 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회의를 열고 대회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스카우트잼버리 영국 대표단 4400여명은 서울로, 미국 대표단 1200여명은 미군 기지인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한다. 이들은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잼버리 대회가 끝나는 12일까지 한국에 머무른다. 우리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조기 퇴영하는 국가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기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계연맹 ‘조기 종료’ 요청했지만, 각국 대표단 회의서 계속 진행 결정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세계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대회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한 뒤 브리핑을 열어 “각국 (스카우트잼버리) 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계잼버리에는 이날 오전 0시 기준 153개국에서 4만2593명이 참가했다. 이 중 영국·미국·싱가포르 대표단이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예정보다 행사를 일찍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출국할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한국 주최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참가하고 있는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어 대회를 조기 종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계잼버리 조직위는 준비한 영내·외 프로그램과 오는 6일 아이브·엔믹스 등이 출연하는 K-팝 콘서트와 오는 11일 밤 폐영식 등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최창행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대회를 계속하기로 한 데 대해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조기 종료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세계연맹이 그 입장을 수용해서 12일까지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최국이 이 행사를 책임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폭염 상황에 대해 최 사무총장은 “2015년 일본 대회는 지금보다 더 더웠고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단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세계연맹은 모든 세계잼버리가 8월에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것(폭염 문제)를 겪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내일 K-팝 콘서트 예정대로 열려…이상민 “생수 모두 지급, 탈진 시 이송 준비”
각국 대표단이 세계잼버리 대회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정부가 예산을 긴급 투입하며 부족했던 폭염대비 물품과 얼음·생수 등을 공급하면서 현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하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4일) 세계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또 참가자들이 받은 식사가 상하거나 양이 적은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세계잼버리 현장에 폭염대비 물품과 의료물자 추가 지원, 급식 개선을 위해 한 총리에게 임시 국무회의를 열라고 지시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예비비 69억원 지원이 의결됐다. 또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북도가 아닌 행안부 등 중앙정부가 나서서 행사를 주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 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대회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이 장관은 전날부터 인파사고 우려가 있는 K-팝 콘서트가 끝나는 6일까지 현장에서 숙영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이 장관은 K-팝 콘서트와 관련해 참가자 모두에게 생수를 지급하고, 탈진 증상이 나타난 참가자는 즉시 구급차로 이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현장 상황도 나아지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화장실과 샤워 시설, 편의 시설이 불편한 문제에 대해 “불시에 점검한 결과 처음 지적한 부분보다 상당 부분 문제가 개선됐다”며 “제가 만나본 참가자들도 비슷한 개선을 실감하고 있다고 제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샤워·편의 시설 청결 유지를 위해 7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국토교통부가 현장에 쿨링버스 104대를 추가 배치했으며 국방부는 1124평 넓이의 그늘막, 캐노피(덮개) 64동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매일 5만병 이상의 물을 공급하고, 냉동냉장 탑차도 운영한다. 의료인력은 의사 28명, 간호사 18명, 응급구조사 13명 등 총 60명이 추가 투입됐으며, 서울대병원(11명)과 세브란스병원(18명) 등 민간 대형병원에서도 의료 인력이 지원될 예정이다. 온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클리닉 운영을 24시간으로 연장한다.
민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보수·증설에 필요한 설비와 인력을 투입했고, 그 외 20여개 기업과 기관에서 생수, 이온음료, 아이스박스, 손선풍기, 양산 등 폭염 예방 물품을 후원하고 있다. 다만 한 총리는 “저희는 아직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참가자들이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로 이동한 英 스카우트 대원…尹대통령 “각 시·도 관광 프로그램 실시해달라”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400여명이 참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이날부터 7일까지 사흘 간 퇴영한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이날 퇴영을 완료한다. 이밖에 조기 퇴영하겠다는 국가가 더 나올 수 있다. 다만 세계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독일·스웨덴·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 등은 대회장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최창행 사무총장은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조기 퇴영하는 데 대해 “조직위는 영국 대표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스카우트로서의 자유로운 결정을 인정하며, 폭염 등의 사유로 끝까지 스카우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역시 출국 시까지 스카우트로서 서울에서 그들의 경험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에 머물다가 12일 대회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세계잼버리 영외 프로그램이 치러지는 전북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서울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퇴영한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서울을 포함한 평창, 경주, 부산 등 각 시·도에 협조를 요청해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알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모든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실시해 달라”고 했다. 또 “시원한 냉방 버스를 함께 제공해 추억에 남는 한국 잼버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는 전북 지역과 연계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전주시 한옥마을과 순창군 고추장익는마을, 진안군 마이산, 무주군 태권도원, 고창군 고창읍성, 남원시 광한루원, 부안군 청자박물관,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등을 방문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탐방할 수 있도록 했다. 방탄소년단(BTS)이 뮤직비디오를 찍은 완주군 놀토피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서울이나 평택으로 이동한 영국·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거리가 멀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속히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게 윤 대통령 지시다. 정부는 새만금 밖에서 문화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교통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조기 퇴영한 대원들의 숙박비와 출국 항공편 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한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폭염을 고려해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교통을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정부는 한국의 산업과 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영외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해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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