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원인은 조현병? 연관성 추측 자제해야" 입장 낸 단체는?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서울과 경기 성남 등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칼부림 사건'과 모방 협박 글이 잇따라 발생하자 대구지역 치안당국이 범죄 예방을 위해 도심 다중밀집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2023.8.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연이은 흉기 난동 사건 보도가 특정 정신질환을 언급하자 범죄와 정신질환이 관련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가 나왔다.

4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시 '조현병' 같은 특정 질환을 언급하며 마치 사건 용의자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추측성 보도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벌어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다수 매체에선 "용의자가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 중", "조현병 등 정신 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또 '정신질환 진단 확인', '분열성(적) 성격 장애 진단', '대인기피증 · 성격장애'와 같이 피의자의 정신질환 진단명을 언급하는 등의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동 지원단은 "정신과 진단이 곧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암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존 범죄 사건에서 범인의 과거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됐더라도 사건과 정신질환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을 언급하고 진단 이력을 명시하는 건 사건의 원인이 정신질환이라는 것을 암시하게 된다는 게 지원단의 우려다.

지원단은 "이런 보도들은 정신과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수많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을 조장한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혐오는 결국 치료와 회복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지난 4일 지원단 사이트에 '흉기 난동 사건 관련 정신질환의 원인 추정 보도 자제 요청'을 제목으로 한 입장문을 냈다. /자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이 입장문에서는 "범죄 행위에 대한 분노는 정당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정신질환자들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회복의 길로 나아가려 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 되고,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화해 환자들 스스로가 음지로 숨어들고 치료의 기회를 외면하는 건 아닐지, 사회적인 격리와 제재가 가속하는 건 아닐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도 말했다.

한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5항에 따라 설치돼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 관련 자문·지원 기구다. 이 지원단의 위원으로는 정신의학, 정신간호, 정신건강사회복지, 임상 심리, 작업치료,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