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서는 이혼을 믿지 마세요...결국 다시 합치니까요 [정치에 속지 않기]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2023. 8.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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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다 합치기 반복, 왜?
지난 2018년 2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5차 회의에서 바른미래당 PI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18.2.9 [연합뉴스]
요즘 여의도에서 툭하면 나오면 표현이 있으니, 탈당·분당이다. 심리적 분당이나 탈당 가능성이네 등. 덧붙여 탈당·분당의 귀결점인 창당, 신당이란 말도 자주 나온다.

이념과 정책적 의견을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조직이 정당인데, 공유의 이유에 탈이 나면서 ‘쪼개짐’이 생겨온 게 지금까지 우리네 정당의 모습이었다. 비유하건데 ‘정치적 이혼‘이다. 그러나 그 이혼은 태반이 재결합으로 막을 내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까운 사례들을 보자. 보수정당 계열에서는 새누리당 사례가 있다. 2012년 초에 출범한 새누리당은 기존 한나라당의 후신이었다. 단순이 당명만 바꾼 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심에 선 정당이었고, 경제민주화란 진보의 이슈를 끌어안은 정당이며 금기시 돼 오던 빨강색을 당색으로 정한 당이었다. 그러나 2016년 탄핵 정국 속에 당에선 극한 대립이 벌어졌고 비박계가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을 만들었고, 잔류 인사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보수색을 강화했다.

하지만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인사들이 다시 한 지붕아래 모였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역시 분당한 정당)까지 합쳐 지금은 국민의힘이 된다.

민주당 계열도 비슷한 길을 거쳤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조금씩 극복해가던 민주당은 2014년 새정치연합과 통합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장다. 당색을 한나라당이 사용하던 파란색으로 바꾸는 등 변신을 모색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이 만들었다. 이후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이 위기에 빠지는 등 곡절이 생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력인 친문과 안철수 세력의 갈등이 극심해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으로 ‘재창당’되고 안철수 세력과 호남 세력은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국민의당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보수정당에 통합됐다.

탈당 혹은 분당까지는 호기롭고, 그 뒤를 따르는 신당 창당은 야심찼다. 수두룩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보수정당 혹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 다시 흡수됐다. 그만큼 신당 창당 이후를 끌고가기에는 탈당·분당 세력이 허약했다.

왜 그럴까.

관건은 이 탈당·분당·창당을 자극하는 힘이 적극적인 지지로 이어져 과연 기존 정당이 가진 구심력보다 크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이 구심력이 더 컸다. 영남을 지지기반으로 가진 보수정당, 호남 혹은 운동권 세력이 결집한 민주당 계열 정당의 구심력이 강했다는 말이다. 마치 본가 혹은 종가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 때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40석에 육박하면서 거대 정당의 구심력을 넘는 지지를 받았는 줄 알았지만 결국엔 호남의 표심에 의존했던 정당이고 지금은 사라졌다.

요즘 나오는 분당설의 기반엔 역대급 무당층(지지정당이 없거나 지지 정당 질문에 답하지 않는 유권자) 비율이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 30% 후반에서 30% 초반까지 나온다. 거대 정당의 지지율과 맞먹는다. 기성 정당에 대한 혐오·외면이 극심해졌고 정쟁이 질린 유권자들이 많아졌으니 분당·창당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정당이 지지를 좀 받지 않을까란 생각인 거다. 거칠어진 각 정당 내부의 알력과 대립, 갈수록 늘어나는 무당층 비율은 분명 탈당·분당·창당을 자극한다.

아직은 모른다. 탈당·분당이 성공을 해서 큰 세력으로 자리를 잡는 정당이 등장할지 말이다. 그러나 그 길이 험난하다는 건 지금까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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