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망신 잼버리, '새만금 안돼' 경고는 왜 무시당했나

CBS 오뜨밀 2023. 8.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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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총체적 난국으로 진행중
폭염 '심각' 속 온열질환, 원인은 K팝 행사?
갯벌 매립 야영지, 배수 문제 생길 수밖에
'새만금 부적절' 지적에도 강행한 게 문제
억지로 매립한 갯벌, 환경·경제 모두 놓쳐
'네 탓' 공방 정치권, 책임지는 태도 보여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해 온 주제예요.

◆ 신혜림> 전 세계에서 4만 3천 명 청소년이 모인 세계 최대 야영 축제 잼버리, 계속해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각종 운영 미숙 문제가 노출되면서 그야말로 '생존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불러다 놓고 보호하지도 못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은 당하고, 경제적으로 보니까 이득도 별로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들여다볼수록 참으로 문제적인 행사가 아닐 수 없는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건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 조석영>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갈수록 심각합니다.

◆ 신혜림> 개막 첫날이었던 1일부터 온열 질환 호소하는 스카우트 대원이 400여 명 속출했다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리고 2일 저녁에 문제의 개영식이 열렸습니다. 

◇ 채선아> 윤석열 대통령도 휴가 중에 이 개영식에 참석을 했더라고요. 근데 사진을 보니까 그때 본인도 '어린 시절에 보이스카우트 했었다', 라고 하면서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고 돌아갔거든요. 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면 굉장히 큰 행사이긴 했나 봐요.

 
◆ 신혜림> 네. 전북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큰 행사예요. 2일 밤 자정쯤에는 갑자기 속보가 떠요. 개영식이 끝나니까 청소년들이 여기저기서 수십 명이 픽픽 쓰러졌다는 거예요. 119구급대원에 의하면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에 걸렸다, 경찰 관계자도 일부 참가자들은 울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가 아수라장이었음을 말해주는 증언이 있었고요. 조직위 발표에 따르면 그 개영식에서만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이 온열 질환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더운 밤에 기수단 입장, 축사, 갈라쇼, 드론쇼 이런 식으로 2시간 반 이상 행사가 이어졌다고 하죠.

◆ 조석영> 당시 소방 쪽에서 밤 10시 반쯤 '환자들 구조해야 하니 공연을 잠깐 중단해달라' 요청했는데 주최 측이 20분간 뭉갰다, 이게 큰 뉴스였어요.

◆ 신혜림>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개영식에서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까 온열 질환은 K팝 때문이다, 처럼 들리죠.


◇ 채선아> 황당한 변명이기는 한데 그렇다 치더라도 K팝이 체력 소진이 심하다고 하면 그만두든지 중간에 아니면 안 해야 되는 거예요.

◆ 신혜림> 이 초 땡볕, 그것도 그 허허벌판에 4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모일 게 뻔했잖아요. 근데도 처음엔 준비된 병상은 50개밖에 안 됐고요. 다른 운영도 엉망이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왔죠. '샤워 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는데 옆에서 다 보이더라. 화장실이 너무 멀고 남녀 구분도 안 돼 있더라. 전기도 안 들어오더라. 지급받은 달걀에 곰팡이가 속출한다.'

◇ 채선아> 사진 보니까 다 열악하더라고요.

◆ 신혜림> 네 자원봉사자한테는 일괄 공지하는 채팅방 같은 것도 없었다 그래요. 조직위가 일을 안 한 거죠. 공식 계정에는 자녀를 한국에 보낸 부모의 항의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고요. 근데 이게 골 때리는 지점인데, 전라북도는 이 행사를 2017년에 유치 확정했어요.

◇ 채선아> 그러면 최소 6년을 준비한 거잖아요. 

◆ 신혜림> 지금 나오는 문제들, 사실 전북 언론들을 중심으로 해서 열심히 문제 제기해왔던 얘기들입니다. 예견되지 않았던 문제가 아니에요. 늘 지적된 문제는 크게 2가지예요. 첫 번째로, 폭염입니다. 8월 1일~12일이 더울 거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일정이 한국의 무더위 시기랑 겹치는데 새만금 지역은 그늘이 없는 간척지라는 게 처음부터 너무나 분명한 상황이었어요. 

◇ 채선아> 그리고 올해 정말 덥다고 했잖아요. 계속 예고했어요.

◆ 신혜림> 지금 폭염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 아닙니까? 이 심각 단계가 2019년에도 한 번 있었잖아요. 그 2019년에 해당 야영지 부근 생태공원에서 시험 삼아 '국제 청소년 캠퍼리'라는 걸 열었어요. 근데 당시 참가자가 뭐라고 말을 했냐면, "폭염으로 너무 힘들어서 무더위에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야영하며 프로그램을 수행할 방안이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성공의 열쇠가 될 거다." 그런 후기를 남겼어요.

◆ 조석영> 일종의 백신이군요.

◆ 신혜림> 그래서 폭염 대비 제대로 하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실제 대비책은 그늘 쉼터 1722개, 덩굴 터널 57개, 그리고 병상 얼마 정도였던 거죠.

◇ 채선아> 개수 상으로 많아 보일 수 있지만 4만여 명한테는 너무 적은 거죠.

◆ 신혜림> 202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북도의회에서 성경창 의원이 구체적인 평균 기온 자료를 들어가며 대회를 10일에서 23일로 조금이라도 늦추면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내려간다고, 변경하자고 제안했는데 이것도 안 먹혔어요. 우리나라가 코로나 때문에 한 해 연기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냥 강행했다는 걸 보면, 잼버리를 주관하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도 조금 보수적인 편 같기도 해요. 세계 잼버리는 4년에 한 번 열리는데요. 2015년 일본 잼버리, 2019년 미국 잼버리, 전부 온열 환자 속출했다고 하거든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 조석영> 아니면 '그게 스카우트 정신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 채선아> 두 번째 문제점으로 넘어가 볼까요?

◆ 신혜림> 배수 문제입니다. 지금 야영지가 잼버리를 유치한 다음에 잼버리를 위해서 갯벌을 매립한 곳이에요. 무려 267만 평의 갯벌을 야영을 위해 매립했어요. 근데 매립하고 났더니 텐트를 설치해야 할 부지에 비가 오기만 하면 물이 안 빠져서 웅덩이가 자꾸 생기는 겁니다. 올해 5월부터 계속 침수돼요. 전북 언론들이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보도합니다. '정말 이대로 한다고?' 이런 마음으로 보도하는 게 느껴졌는데, 주최 측은 결국 이 배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아서 텐트 설치했어요. 이 작업만 6억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 조석영> 결국 장소가 새만금이기 때문에 이 문제들이 발생한 것 같은데요.

◆ 신혜림>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장소를 변경하면 안 됐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이유는, 전북 입장에서는 새만금을 위해서 이 잼버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채선아> 잼버리보다 새만금이 먼저예요?

◆ 신혜림> 네. 새만금 활성화가 먼저다. 잠깐 사회탐구 시간 가져보면, 새만금 다들 교과서에서 배우셨을 거예요. 서울의 3분의 2 규모의 초대형 간척지. 놀랍게도 제가 이걸 교과서에서 배운 지가 20년이 넘어가는데 간척은 현재 진행형이죠. 91년부터 시작해서 지금 30년 됐고 2050년에 끝나는 게 목표예요. 

당시 노태우 정부가 개발이 경상도로 편중돼서 전북 민심을 잃으니까 이걸 달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진행한 농업용 간척 사업이었던 건데, 지금도 어떻게든 이 땅을 가지고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의지가 있죠. 소외되어 온 호남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어떤 주민들의, 지자체의 그런 의지가 결집한 땅인 거죠.

 
◇ 채선아> 결국엔 잼버리도 그 일환으로 새만금으로 유치한 거네요.

◆ 신혜림>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새만금에서 진행해선 안 되었던 거죠. 2023년 6월 30일에 전북의 소리에서 한 전직 공무원을 인터뷰했는데 이렇게 말을 해요. "잼버리 개최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새만금의 경우 폭염과 폭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무시됐다. 오로지 새만금을 홍보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무주 태권도원이나 구천동 야영장 이런 대안이 플랜B가 있을 수 있었는데 이런 후보지는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잼버리 용도로 매립했다는 해창갯벌은 원래 국내 최상급 바지락 생산지였고 생태 복원력도 특별히 뛰어난 곳이라고 해요 근데 2주 동안의 야영을 위해서 그 귀한 갯벌을 매립한 거죠.

◆ 조석영> 환경 관점에서는 테러죠. 이 정도면

 
◆ 신혜림> 근데 배수 문제도 발생한 거예요. 농어촌 공사가 이 부지를 매립할 당시에 용도를 농지로 잡았어요. 그래서 농지관리기금 가져다 매립했고 배수기준도 농지 기준으로 잡아서 한 거예요. 근데 농지에는 물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기울기가 많이 안 기울어지게, 좀 평탄하게 매립한 거예요. 배수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 채선아>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이 어떤 판을 깔고 야영하고 있는 그곳은 논인 거고, 지금 논에서 야영을 하게 된 셈이고, 스카우트 대회가 아니라 생존 게임을 하게 된 현실이네요.

◆ 신혜림> 새만금 간척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당시에는 간척이 되게 좋은 거처럼 얘기가 됐겠지만 그 간척이 진행된 30년 동안 알려진 사실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97년에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갯벌의 편익은 간척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에 이른다. 근데 우리는 농지로 만들고 있는 거죠. 

두 번째, 우리나라 갯벌은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탄소 흡수원으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거예요. 2021년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연간 최소 26만 톤에서 최대 49만 톤을 흡수한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자동차가 최대 20만 대 분량이 뿜는 그런 이산화탄소를 갯벌이 흡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잖아요. 간척지는 해수면 상승에 굉장히 취약하겠죠.

 
◆ 조석영> 이제 거기는 바다가 되는 거예요.

◆ 신혜림> 겨우 땅이 됐더니 바로 침수 위기예요. 2020년 그린피스가 만든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가 있는데, 간척 완료 목표가 2050년이라고 했잖아요. 이대로라면 새만금은 그전에 침수된다. 이런 상황에서 갯벌이 매립돼서 잼버리가 유치된 거죠. 유치 당시 전북연구원이 대회 기간의 국내 생산 유발 효과를 796억 원으로 분석했어요. 전북만 하면 531억 원 정도고요. 갯벌의 가치가 1㎢ 당 63억 원 정도라고 하는데 그럼 이번 잼버리로 매립된 것만 해도 5~600억 되거든요. 이대로라면 갯벌은 잃고, 국제적인 오명은 받고, 경제적 이득도 크게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 채선아> 당황스러운 점은 제삼자가 봤을 때는 '이거 난리 나는 거 아니야?, 걱정된다' 하는데 지금 조직위나 지자체 어디서도 미숙한 운영방식을 인정하는 소리가 안 나오고 있다는 거예요.

◆ 신혜림> 정말 기막힌 일이에요. 잼버리가 그동안 2인 공동 조직위원장 체제로 준비됐어요. 한 사람은 여가부 장관이고, 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입니다. 여야가 잘못을 서로 뒤집어씌우려 들지 말고, 본인들 스스로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며 지금 이 상황을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채선아> 여기까지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가 역대급 무리였던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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