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도 뙤약볕 거리로 나온 5만 교사 외침…"교육권 보장하라"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체감온도 34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며 교사들이 집회를 열고 교육권 회복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교사들은 수많은 교사가 폭언과 법적 고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등을 통한 교육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5일 오후 2시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등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의 인파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에서 '교사와 학생 교육권 확보를 위한 3차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관리하고자 경복궁 광화문 맞은편 정부서울청사 앞부터 서울경찰청 앞에 이르기까지 편도 전차를 통제했다. 주최 측 추산 5만여 인파가 검은 옷을 입고 차량이 통제된 도로를 메웠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집회 현장에는 구급차가 대기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하라", "일원화된 민원창구 마련하라", "수업 방해 대응체계 마련하라"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치며 손팻말을 흔들었다.

집회 참여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고인의 사촌오빠는 "존경하는 경찰과 수사 관계자분들, 동생의 동료 교사분들, 이 자리에 오신 많은 교육 책임자분들, 제발 부디 제 동생의 억울했던 상황의 진상을 조사해달라"며 "조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반복돼선 안 된다"며 "억울함을 밝혀달라. 올바른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이초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구호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 끝내 오열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주최 측에 따르면 지방에서도 교사 3000여 명이 버스 80여 대를 빌려 집회에 참석했다.

일선 교사들은 악성 민원 피해 사례를 폭로하며 학교와 교육 당국의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었다며 분노했다.

한 공립 유치원 교사가 연단에 올라 학교폭력을 저지른 원아의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자신을 신고해 유산 위기에 몰려 휴직했다고 밝히자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신을 26년 차 초등교사라고 소개한 참가자는 "서이초 선생님은 지금까지 붕괴된 교실을 방관했던 교육부와 사법부의 희생자"라며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의 원인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이 선생님 죽음 내몬 가해자들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에게 거짓된 무고로 민원을 제기하는 악성 민원 학부모로부터 교사를 보호해달라"며 "왜 악성 민원인의 편에 서서 무고한 교사들을 사지로 내모는가"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전국교사모임은 입장문을 내며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수사와 진상규명 △교육활동 보호 특별법 제정 △일원화된 민원 창구 마련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교사들의 집회가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가 진행될 오는 9월4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추모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뉴스1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