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새만금잼버리…김관영, 죽은 송하진에 쫓긴 ‘산 중달’ 되나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8.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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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心’ 간택으로 전북도지사에 오른 고시 3관왕 김관영
‘위기’의 잼버리…몸집 키운 집행위원장 김관영 발목잡나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요즘 전북 정가에선 격량에 휩싸인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두고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쫒다(死公明走生仲達)'는 고사성어가 회자되고 있다. 이 말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때 자주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여기서 '죽은 공명'은 정계 은퇴한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를, '산 중달'은 김관영 현 도지사를 지칭한다. 김관영 지사가 송하진 전 지사가 6년 전 고군분투 끝에 유치한 새만금 잼버리 준비 부실에 소환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6월 14일 제1회 '전북 CEO 지식향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전북도

애증의 전·현직 전북지사 송하진 vs 김관영

송하진과 김관영은 전·현직 전북 도백이다. 지난날을 복기해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애증의 강이 흐른다. 송 전 지사는 지난해 4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경선 탈락)됐다. '이변의 고배'를 마신 송 전 지사는 곧장 연가를 내고 숙고에 들어간 끝에 나흘 뒤 쓸쓸히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당시 3명의 경선 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김 지사(전 국회의원)는 한껏 몸을 낮추며 '송심' 구애에 나섰다. 김 지사는 송 전 지사의 경선 탈락이 발표된 이튿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고향 전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송하진 지사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전북경제 도약의 길을 열어준 업적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전북 정치의 큰 어른으로 모시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송 지사의 용퇴를 주장한 지 4일만이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지난해 6월 1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정계 은퇴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북도​

'용퇴'와 '존경' 사이…金, 宋 향해 오락가락

김 지사가 앞서 같은 자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송 지사의 과욕이 정치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시장 8년, 도지사 8년이면 충분했다. 명예롭게 물러나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역 정가의 어른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직격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김 지사의 이날 존경 발언은 '정치적 어른'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송 지사의 조직과 고정표를 확보하기 한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됐다. 당시 차기 전북지사 당선의 열쇠는 '송심(宋心)'의 간택에 달려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송심의 향배는 송 지사의 핵심캠프 인사들의 움직임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김 지사가 '송심' 구애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송 전 지사의 핵심 인사들이 김 지사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내면서다. 고성재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송 전 지사의 지지자들은 "현 시점에서 지사님의 도정 성과가 온전히 도민들께 이양될 수 있도록 계승할 수 있는 후보는 김관영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반면에 측근들은 품고 있는 적의를 다른 후보에게 드러냈다. 정확히 계량할 수는 없지만 송 전 지사 측 지원 덕분에 예선이 곧 본선인 지역 정치구도에서 김 지사가 비교적 손쉽게 도지사 자리를 거머쥔 것이 분명하다는 게 지역정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정계은퇴 송하진 잼버리의 보복?…김관영, '부실 행정가' 오명 위기   

그렇지만 세옹지마(塞翁之馬)이라고 했던가. 최근 새만금 잼버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6년 전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한 송 전 지사가 김 현 지사를 자칫 정치적 벼랑 끝으로 내쫓을 수도 있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새만금 잼버리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다. 

새만금 잼버리는 지난 1일 개막 후 온열질환자 속출과 상한 달걀 제공, 매점·화장실 위생 및 이용 불편 등 운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언론들은 물론 외신들도 문제점들을 잇따라 보도하며 크게 우려했다. 

대다수 외신의 초점은 폭염과 안전문제였다. '더위를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새만금 지역에서 잼버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AP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대회 조직위 등은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 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지경에까지 왔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8월 1일 오전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에서 한 참가자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부안군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연합뉴스

'액소더스' 잼버리…옮겨 붙는 책임론 불똥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에 이어 미국마저 철수를 결정해 잼버리가 사실상 중단위기에 처했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 '새만금 잼버리 엑소더스(탈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책임론이 불거지고 그 불똥이 주관부처인 여가부와 함께 조직위 집행위원장인 김 지사한테 옮겨 붙는 모양새다. 6년 동안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국제적 망신 뿐 아니라 대회 파행을 불러일으켰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까지 새만금 2차 전지 특화단지 유치 등으로 상종가를 치면서 호남의 대표적 정치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회한을 가슴에 묻고 야인으로 돌아 간 송하진 전 지사의 도움(?)으로 도지사에 오른 김 지사가 그가 심혈을 기울여 유치한 잼버리의 부메랑으로 자칫 '부실 행정가'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도 있는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민선 8기 도정을 이끌고 있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까지 패스한 '고시 3관왕' 출신이다.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19,20대 의원을 지냈다. 그는 입법·사법·행정 등 대한민국 국정 운영 시스템 전반을 두루 경험한 화려한 이력을 지녔으며 실용주의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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