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아프다'…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도덕적 해이에 빠져 앓고 있는 건강보험 해부
의료 수가만 억제·의료 이용량은 전혀 관리 안 해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료율을 해마다 인상하는 의료 보장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는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 급여액의 차액만 부담시키고 재정이 부족하다며 보험료율을 매년 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의료보장 원칙을 무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국민 4명 중 3명이 건강보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혜 순천향대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건강보험이 아프다’(북앤피플 발행)에서 이 같은 도발적인 주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영상의학과 교수이면서도 의료정책가와 의사 간의 가교 역할을 하려고 늦깎이 학생이 돼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일관되게 저(低)수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는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결국 가장 손해보는 것은 국민들이고 정치인들이 가장 이익을 보고 있다”고 했다.
“마치 사탕 장수(정치인)가 아이들(국민)에게 사탕을 계속 파는 것과 비슷하다. 사탕 장수는 돈(표)을 벌지만 아이들은 용돈을 다 털리고 이가 썩는다. 썩은 이를 치료하느라 명절에 받은 새뱃값도 날아간다. 사탕이 달콤하더라도 적당히 한두 개만 먹어야 하고 먹고 난 뒤에는 양치질을 해야 한다. 의사들은 (몸은 고달프지만) 박리다매를 통해 그럭저럭 살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별 것도 아닌 병으로 스스로 환자가 되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이 유지되려면 의료 행위의 적정 수가(酬價·의료 행위 값)와 환자들의 적정 이용이 어우러져야 한다”며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이용해 급여 수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의료 이용량은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즉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건강보험공단이 ‘수가’ 두더지가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계속 때리고 있지만 다른 구멍에서 ‘이용량’ 두더지가 엄청나게 튀어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의료이용량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이용량은 전 세계 1위다. 1인당 연간 이래 방문 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2,5배 많고, 1인당 연간 평균 입원 일수도 2.4배 많다.
이렇게 된 데는 좌우 정부를 막론하고 국민의 표(票)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의사 13만 명만 핍박(?)하면 훨씬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기에 정치인의 시각에서는 의료 수가를 계속 억제하고 국민들의 의료 이용 자유도를 최대한 올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의료 비용을 관리하지 않았기에 건강보험 급여 수가를 아무리 억제해도 의료비 총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의사들도 낮은 자신이 전공 분야 수가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쉬워 보이고 비급여로 할 수 있는 유방이나 갑상선 초음파검사 등을 남발하고 있는 데 이것은 정말 비극”이라며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정 수가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유방 촬영 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초음파검사에서 병변이 잘 보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초음파검사에서 모든 병변이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진단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정 진료과목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 교수는 “이처럼 건강보험이 의료보장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아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며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려면 건강보험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료보장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는 건강보험에서 배제해 본인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건강보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전체 의료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전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적시에, 적절한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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