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고간다? 돌연 “다 내 탓, 바로잡는다” 이다영의 호소, ‘이재영 살리기’ 가능할까
[인천공항(영종도)=뉴스엔 안형준 기자]
혼자만 '잘 나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이다영이 쌍둥이 언니 살리기에 나섰다.
프랑스 리그 르 카네 볼레로에 입단한 이다영은 8월 5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했다. 이다영은 출국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오해들이 많았다.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불거진 학교폭력 논란으로 한국 무대를 떠난 이다영은 유럽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지난시즌을 루마니아에서 보낸 이다영은 2022-2023시즌 프랑스 리그 우승팀에 입단했다.
반면 쌍둥이 언니인 이재영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V리그를 떠난 뒤 그리스 리그로 향했지만 부상을 당했고 이후 소속팀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때 나란히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두 쌍둥이 자매의 희비는 현재 완전히 엇갈린 상태다.
언니를 두고 혼자만 '잘 나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이다영은 출국에 앞서 '이재영 살리기'에 나섰다. 해당 사건 이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이다영은 취재진 앞에 서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다영이 바로잡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다영은 "(학폭 사건은)모두 내 문제다. 이재영은 관련이 없다. 사건 당시에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며 "내 잘못으로 인해 이재영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나와 쌍둥이라는 이유로 이재영을 같이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쌍둥이라는 이유로 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 (학폭)사건은 이재영과 관련이 없다.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문제로 쌍둥이 언니가 더는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 이다영이 바로잡고 싶었던 것은 바로 사실상 V리그에서 '퇴출'을 당한 이재영의 처지였다.
이다영은 자신의 학폭 사건에 대해 "내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한다.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바로잡고 싶다"며 "하지만 그 친구(피해자)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다영은 "그때나 지금이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떻게든 만나서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들은 만나고 싶지 않고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변호사를 통해 오히려 한 사람 당 (합의금)1억 원 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 다 같이 잘 지냈는데 한 번의 다툼으로 서로 욕하면서 몸다툼도 했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다 마무리가 됐고 풀었던 상황인데 그게 다시 한 번 일어나게 됐다"고도 말했다.
또 이다영은 왜 이제서야 이재영은 사건과 무관했음을 밝히는지,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 등을 할 수 있었음에도 왜 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전 소속팀인 흥국생명 구단을 앞세웠다. "당시 모든 얘기를 다 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흥국생명 소속이라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도 말하고 싶은 부분은 많았지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컸다. 그래서 말을 못했다. 당시 단장님과 구단 변호사가 '더 이상 SNS를 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SNS를 닫았고 (자필)사과문도 내렸다"는 것이 이다영의 설명이었다.
전 소속팀 탓에 이제서야 '늦어도 한참 늦은'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흥국생명은 사건이 불거진 2020-2021시즌이 끝난 뒤 이다영과 계약을 해지했다. '흥국생명 선수'가 아니게 된 후에도 오랜시간 입장을 밝히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은 것을 납득하기엔 어려운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흥국생명 소속 당시 특정 선수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그 당시에 왜 그렇게 (나를)괴롭히고 힘들게했는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 내가 그 선수에게 (무언가를)했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같이 흥국생명에서 뛰며 (그 선수가)단 한 번도 내 공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불거진 팀 내 갈등 문제에서 자신은 피해자였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학폭 사건의 전말이 상세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고 2021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쌍둥이 자매가 국내 무대를 떠나며 학폭 사건은 물론 팀 내 갈등 논란 역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만큼 이다영 입장에서도 당시 일들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피해자들이)이미 다 마무리 된 일을 다시 꺼내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발언에 전 소속팀 핑계까지, 과연 정말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위해 꾸준히 계속 노력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다영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은 있었다. 바로 이재영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물론 이다영 본인은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V리그 복귀가 급하지 않은 내가 비난을 안고 가겠다'는 계산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속내야 어떻든 다시 대중 앞에 서서 비난을 받더라도 쌍둥이 언니의 어려운 처지는 외면할 수 없다는, 자매간의 우애만큼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영은 무관하다'는 말과 함께 이다영은 떠났다. 어쩌면 이다영 자신은 '할 말은 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 됐다. 과연 이다영의 호소대로 이재영이 V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이다영)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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