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마약의 덫에 걸렸다면… [내 아이 상담법]
10대 마약류사범 급증
청소년 파고드는 마약
마약 관리에 허점 많아
호기심·충동 조절 중요
스스로 지키는 아이 되려면
요즘 부모들에겐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마약'이다. 우리 사회를 파고든 마약이 호기심 강한 청소년들에게까지 유통되고 있어서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환각·환청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다이어트 보조제 '디에타민'을 아무렇지도 않게 복용하는 청소년들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부모는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마약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이제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일상을 파고든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손을 뻗친 지 오래여서다. 지난 4월에는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10대 아이들에게 나눠준 '마약 음료'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마약 음료를 제조해 청소년에게 투약하고,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누구든 마약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당연히 학교도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2021년엔 학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한 10대 4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10개월에 걸쳐 학교와 학교 인근에서 펜타닐을 투약했다. 펜타닐은 진통효과가 모르핀의 50~100배에 달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주로 말기암 환자를 치료할 때나 대형수술을 할 때 사용한다. 그만큼 부작용이 크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현기증, 기절은 물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의지대로 끊을 수 없을 만큼 금단현상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그런데도 이들 10대 청소년들은 펜타닐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병·의원 20여곳에서 펜타닐을 불법 처방받았는데 별다른 신분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타닐뿐만이 아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일명 '나비약'이라 불리는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투약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디에타민은 비만환자의 체중감량 보조요법으로 단기간 처방하는 약물이다. 디에타민 역시 불면증, 두통, 환청, 환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펜타닐이나 디에타민 모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거해 관리하고 있지만, 언급했듯 불법 처방을 받아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마약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을 보통 사람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치부하긴 어려워졌다. 국내에 밀반입된 마약류 양이 지난 4년 새 50배(2017년 2만6984g→2021년 101만6108g)로 증가한 건 마약이 그만큼 폭넓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10대(19세 미만) 마약류사범도 2017년 11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마약류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0.8%에서 2.8%로 커졌다.
물론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명이나 상호명에 마약이란 단어를 쓰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음식에 '마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실제로 필자는 얼마 전 '마약김밥'이라는 상호를 썼던 분식점의 이름이 바뀐 사례를 접하기도 했다. 마약과 관련해 느슨했던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마약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마약의 판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녀를 둔 부모로선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청소년기 자녀와 24시간 함께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검색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마약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할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왜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호기심 때문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는 거다. 예컨대 누군가가 "이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약인데, 줄까?"라고 물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강렬한 호기심과 함께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의심이 들 것이다.
이때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외로운 상태라면 '의심'보다는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할 게 분명하다. 반면 자아를 존중하고, 충동을 조절할 줄 아는 아이는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않을 것이다.
이렇듯 같은 환경에 놓이더라도 아이의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마약 역시 다른 청소년 문제와 마찬가지로 심리정서적 요인과 연관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심리학에선 마약류에 중독되는 원인을 '발달과정상에서 과업을 성취하지 못했거나' '비합리적인 신념'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내면이 취약해지면 마약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이쯤 되면 부모가 마약으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 잘되니?" "성적은 어떠니"와 같은 학업에 관한 질문만 해선 안 된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자녀와 부모가 편한 사이가 돼야 자녀가 힘들 때 부모를 찾는다.
자녀가 어려움을 겪을 때 '힘들다'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부모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사람에게서 위로와 안정을 찾는 아이는 결코 마약을 탐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어른의 문제란 얘기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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