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올랐는데 ‘물가 안정’ 맞아?.. “하반기도 더 어둡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21% 치솟아
국제유가·곡물가 변동.. 태풍 등 날씨 변수
버스요금, 도시가스까지 줄인상 이어질 듯
정부, 물가관리 실패 지자체 대상 불이익도
“세수 확보 관건, 지자체별 추진 지켜봐야”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역대 최대 폭까지 하락한 석유류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각종 공공요금과 채소류, 여기에 외식 물가 등이 물가 상승률을 크게 뛰어 넘어 물가 체감도를 낮추면서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사실상 기저효과가 줄어든데다 국제 유가에 곡물가 추이가 심상찮은 탓으로 풀이됩니다.
폭우와 폭염 등 날씨 변수에 교통요금 인상까지 상승요인이 잇따르는 실정입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각종 가공식품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추가 물가 상승 우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소비자물가 25개월 만에 최저치.. 체감 ‘아직’ 왜?
오늘(5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둔화세로 2.3%를 기록했습니다.
6월(2.7%)에 이어 두 달째 2%대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이같은 하락세는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25.9%)으로 감소한 석유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가 -1.49%포인트(p)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워낙 올랐던 국제 유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더불어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이 6.3%로 정점을 찍는 등 이른바 기저효과 영향도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2%대 낮은 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습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선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탓입니다.
■ “체감물가 부담”.. 전기·가스·수도 비롯 가공물가 상승 폭 커
대표적으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만 해도 전년 대비 21.1%, 두 자릿수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전기료 25%, 도시가스 21.3%, 지역난방비 33.4% 올랐습니다.
물론 앞선 달과 비교했을 때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4.9% 떨어진 수준이라고 하지만 20%가 넘는 상승률은 일반 가계가 부담하기엔 한참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빵(8.1%), 우유(9.3%), 커피(12.3%) 등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10.4% 상승한 이후 점차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다만 4~6월 7%대에 이어 지난달 6.8%로 6%대를 기록하면서 다른 품목들보다 상승 폭이 다소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17.5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 대비 3배 높은 수준입니다.
전체 가공품목들도 내린 품목이 드뭅니다.
7월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공품목 73종 가운데 5종을 제외한 68종, 93%가 전년 대비 가격이 올랐을 정도입니다.
이 중 20개 품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드레싱(32.3%), 잼(27.8%), 고추장(23.3%), 어묵(21.8%), 치즈(20.5%), 맛살(20.0%), 파스타면(19.5%)를 비롯해 차(17.7%)와 초콜릿(17.0%), 참기름(16.2%)까지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대비 가격이 내린 품목은 건강기능식품(-1.0%)과 유산균(-3.0%), 식용유(-4.1%) 등 3종으로 하락 폭도 미미합니다.
막걸리, 이유식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역별 추이도 비슷해 제주만 해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 폭이 큽니다.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라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무색하게 7월 7.4%로 6월(8.0%)보다 다소 내린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전국적인 채소류 물가는 7.1% 상승했고, 특히 상추(83.3%)와 시금치(66.9%), 열무(55.3%) 등 상승 폭이 두드러졌습니다.
■ 집중호우·폭염·태풍.. 추석 명절까지 변수 계속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주춤하다 싶던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달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 선언 이후 변동 폭을 키우면서 원자재 수급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달 25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은 부셸(bu. 27㎏)당 7.7725달러에 거래되면서 올해 2월 21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통상 국제 곡물 가격이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하반기 밀 가격 상승세에 따라서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정부 등의 수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중호우에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앞으로 예상되는 태풍, 또 각종 제수용품 수요가 몰리는 추석 명절까지 줄줄이 변수가 대기 중이라 물가 전망은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대기.. 정부 대책 “글쎄요”
전국적인 공공요금 인상 행보도 이어집니다.
서울시만 해도 12일부터 버스요금을 300원 올리고 10월 7일부터 지하철 요금도 150원 인상합니다.
경기도 역시 같은 시기부터 지하철 요금을 150원씩 올릴 예정이고, 인천시도 시내버스 요금을 250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서민 경제 부담을 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양, 안산, 평택 등이 상수도 요금을 인상했고 고양, 오산, 시흥은 하수도 요금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그나마 지자체 재정에 가장 부담이 덜한 쓰레기종량제 봉투 요금의 경우 경기도 31개 시군이 모두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도시가스의 경우 인천시가 내달부터 도시가스 기본요금을 840원에서 1,000원으로 160원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당국의 물가 상승 우려감도 맞물립니다.
앞서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8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을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정부는 물가 관리에 실패한 지자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조사한 ‘지방물가 안정관리 평가’ 결과, 서울·울산·대구·세종 등은 최하 수준인 ‘다’ 등급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수 확보가 다급한 지자체 입장에선 ‘인센티브 삭감’ 불이익에도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야할 상황이라, 각 지자체별 추진 향방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8~9월 기상여건과 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동향을 점검·관리하며 물가 안정 흐름을 이어가는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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