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브랜드 인터뷰] 틱톡은 소외된 10대 목소리 전하는 창구… "언론사 뛰어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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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물었더니 '그렇다'를 넘어 '해야만 한다'는 답이 왔다.
사회에서 소외된 10대 목소리를 전하고, 틱톡에 넘치는 허위정보를 정정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틱톡 구독자 추이가 올해 비교적 일정했던 것에 비해 하이니티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 언론사 중에는 틱톡 팔로워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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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숏폼 채널 '하이니티'
쏟아진 '룸카페' 기사들… "정작 10대 목소린 없었다"
"사이버렉카 차단하려면 언론 양질 콘텐츠 공급해야"
"탄탄한 팬덤 있다면 자체 수익 유지 가능, 최소 인건비 목적"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틱톡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물었더니 '그렇다'를 넘어 '해야만 한다'는 답이 왔다. 사회에서 소외된 10대 목소리를 전하고, 틱톡에 넘치는 허위정보를 정정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유튜브처럼 '사이버 렉카'가 지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데일리 틱톡 채널 '하이니티'는 언론 숏폼계 선두주자 중 하나다. 유튜브보다 틱톡에 집중하는 몇 안되는 팀이다. 하이니티는 틱톡에 관심이 덜했던 지난해 1월부터 영상을 올렸다.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했고 지난 3월 2.5배 급증해 구독자가 2만5000명이 됐다. 언론사들의 틱톡 구독자 추이가 올해 비교적 일정했던 것에 비해 하이니티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현재 구독자는 2만8000명 정도다.
'하이니티'는 단순 가십성 영상을 올리지 않고 청소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버스요금 인상', '학교폭력 근절 대책' 등이다. '청소년 담배', '룸카페 성관계' 등 10대와 맞닿은 사회 이슈도 놓치지 않는다. 자극적 숏폼이 난무하는 틱톡에서 하이니티의 생존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하이니티팀은 네이버,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며 플랫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전했다.
“어린 말투 필요 없어… 뉴스룸 장막 뒤 현장 느낌 연출”
- 숏폼을 전문으로 하는 언론사 채널이 몇 없다. '하이니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회사 차원에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MZ 세대가 너무 넓어 Z세대, 청소년으로 계속 타깃을 줄이다 틱톡에 주목했다. 지금은 포털도 숏폼을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관심이 적었다. 우리는 소수 인원이니까 이럴 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우리가 인턴이 많다. 젊은 세대 감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기도 하다.” (권상민 기자)
- 청소년을 타깃으로 해도 '틱톡'을 선택하긴 쉽지 않다.
“보통은 포털, 유튜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언론사들이 다 비슷하다. 틱톡이 수익 모델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틱톡이 제도권 밖에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에는 틱톡이 수월하다. 네이버 등 포털에 뉴스룸이 집중하는 건 맞지만 적어도 뉴미디어팀은 과감하게 기존 플랫폼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상민 기자)
“틱톡은 유튜브보다 큰 편집 품이 들지 않는다. 영상 길이가 짧고 유튜브처럼 엄청 화려한 효과가 요구되지 않는다.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선호된다. 틱톡은 기자의 개인기라 할까, 역량에 좌우되는 측면이 큰 것 같다.” (이경민 인턴)
- 원래 방송기자가 아니다. 틱톡 콘텐츠를 찍을 때 무엇을 신경 쓰는지 궁금하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성격이다. 촬영 경험도 있다. 사실 처음엔 '틱톡'이라는 생각에 옷도 발랄하게 입고 말투도 아이를 대하듯 했다. 하지만 기자님께서 오히려 전문성 있게 해보자고 했다. 그 이후부터 와이셔츠 위주에 사원증을 매고 영상을 찍는다.” (이경민 인턴)
“틱톡을 한다고 하면 어린 말투를 쓰려는 경향이 있다. 저도 처음에 그랬다. '급식체'를 섞거나 잔망스러운 BGM을 까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청소년들이 그런 걸 선호할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광고를 봐도 어른들의 말투와 방식을 세련되게 풀어낸다. 오히려 유치하게 하면 낮춰 본다. 전문 기자처럼 보이는 게 낫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자연스러워 보이려는 노력은 한다.” (권상민 기자)
- '날 것 그대로'이면서 '전문 기자'인 모습을 보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약간 영업 비밀 느낌인데, 저는 영상을 찍으며 일부러 틀린다. 종이를 잡으며 '이거 오늘 오후에 발표한 내용이야. 따끈따끈한 걸 가지고 왔어. 지금 말해줄게'라고 하며 실제 말하는 것처럼 중간에 버벅거린다. 그리고 배경엔 뉴스룸 사람들이 지나가야 한다. 뉴스룸의 어떤 장막 뒤, 현장성을 보여주며 '너랑 소통하고 있어'를 연출하는 것이다.” (권상민 기자)
- 언론사 중에는 틱톡 팔로워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콘텐츠를 찍으러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나.
“인터뷰를 나가면 '어 틱톡 하이니티'하고 알아본다. 신기한 건 우리가 '이데일리'라는 건 모르고 '하이니티'로 안다는 거다. 취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론이란 걸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언론 매체를 잘 구분하지 않더라. 그것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권상민 기자)
'룸카페', '족보닷컴'… 청소년이 이용해도 기사 안엔 10대가 없다
- 하이니티는 최근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와 틱톡을 비교한다면.
“유튜브는 사실 독자와 소통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는다. 반면 틱톡은 댓글,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소통이 수월하다. 여기서 놀라운 건 틱톡의 소통이 훨씬 생산적이란 거다. 청소년들이 훨씬 양질의 댓글과 DM을 많이 보낸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평소에 싶었는데 못했어요'라는 식이다.” (권상민 기자)
“청소년 흡연에 대해 취재할 때가 있었다. 강남 여러 편의점을 다니며 요즘 청소년은 담배를 어떻게 구입하는지 물어봤는데 답을 듣기가 쉽지 않더라. 그때 틱톡에 영상을 올렸다. 요즘 학생들이 어떻게 담배를 구입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말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무척 생생한 답변이 나왔다. 유튜브에 같은 영상을 올렸으면 이러한 반응이 나왔을까. 틱톡이라서 학생들이 더 찾아서 답해주고 그런 게 있다. 학생들의 제보로 다른 아이템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경민 인턴)
- 틱톡은 깊이가 얕다는 편견이 있다. 더 생산적인 논의가 나온다니 놀랍다.
“어디 가서 룸카페 보도를 사례로 많이 얘기한다. 다수 매체가 '룸카페에서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맺는다'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당연히 룸카페에서 성관계를 맺는 건 잘못이다. 하지만 하이니티 논조는 '룸카페를 막으면 학생들이 더 음지로 간다'였다.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결과다. 틱톡에서 학생들이 '룸카페를 막으면 코인노래방, 만화 카페로 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보도를 통해 룸카페 성관계 자체는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 기성 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담지 않더라.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룸카페 보도 직후 팔로워 수가 2배 넘게 늘었다.” (권상민 기자)
- 확실히 10대 목소리를 언론에서 듣긴 쉽지 않은 것 같다. 청소년이 소외됐다는 느낌도 받는다.
“각 학교의 내신 문제 기출을 제공하는 사이트 '족보닷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교사들의 저작권 문제,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 옳으냐 하는 시각에서 대부분 매체가 족보닷컴을 비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족보닷컴이 없다면 학생들은 기출 자료를 특정 학원에서만 구할 수 있다.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돼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성 언론은 족보닷컴, 교사들의 입장만 전하기 쉽다. 족보닷컴을 실제 이용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김다래 인턴)
- 기성 언론의 '출입처' 문화에선 구조적으로 10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저도 언론보도를 보고 당연히 족보닷컴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턴 얘기를 들으니 다르더라. 이 간격을 누군가는 메꿔야겠구나 생각했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틱톡에서라도 우린 10대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 (권상민 기자)
“개인적으로 10대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됐다. 실제로 보는 뉴스랑 10대의 이야기가 정말 다르다. 하지만 이걸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틱톡을 하면서 우리가 그 소통 창구가 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정말 친근하게 다가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것도 진행하고 싶다.” (김다래 인턴)
허위정보의 바다… '틱톡 저널리즘'은 해야만 하는 일
- 사실 언론사가 뛰어들기에 틱톡은 적합하지 않은 플랫폼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짧은 영상 길이 탓에 자극적인 영상이 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틱톡은 영상 길이가 사실 10분이다. 틱톡에서도 원한다면 롱폼 구현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견해인데, 언론사가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조금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큰 언론사가 붕 뜨는 와중에 작은 조직이 빠르게 치고 나간다. 오히려 언론사들이 틱톡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상민 기자)
- 대다수 언론사는 아직 틱톡에 진심이 아니다. 그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가.
“어리다고 뉴스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10대, 20대를 위한 뉴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사람들이 머무르는 플랫폼에 있어야 하는 게 맞다. 언론사가 여기로 발을 뻗어야 한다.” (이경민 인턴)
“SNS에서 진짜 조심해야 할 채널은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아니다. 취재를 하는 유튜버들이 더 위험하다. 저널리즘 책무 없이 자극적인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유튜브처럼 '사이버 렉카'가 지배할 수 있다. 양질의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언론이 뛰어들어야 한다.” (권상민 기자)
- 틱톡에서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가.
“올해 상반기에 틱톡에서 큰 이슈가 있었다. 한 틱톡커가 베트남 여성 말투를 희화화해 인기를 끌자 다른 틱톡커가 그건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틱톡 상에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대형 이슈였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없더라. 만약 이 사건이 트위터나 유튜브에서 발생했어도 그랬을까. 길거리를 나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학생들은 키워드를 실제로 틱톡에서 검색한다. 과장된 허위정보가 틱톡에 많은 걸 생각하면 섬뜩하다. 틱톡 안에서 저널리즘이 충분히 구현 가능할 뿐더러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권상민 기자)
- 직접 틱톡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 입장에서 딜레마도 있을 것 같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흥하는 건 사실이지 않나.
“소재별로 조회수 차이가 있긴 하다. 연애나 이상형 등 말랑말랑한 소재가 평균적인 관심도가 높다. 길거리에서 10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코너 '십인사'가 조회수가 항상 준수하게 나온다.” (이경민 PD)
“그러한 코너도 '스낵컬처'(웹툰 등 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취지 자체는 연성 뉴스의 '경성화'다. 최신 이슈를 아이들 입장에서 '틀어서 보자'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물가가 엄청 뛰었는데, '학생들이 생각하는 물가 인상은 뭐가 있어'라고 물어본다.” (권상민 기자)
“자체 수익 채널 유지가 목적… 영상 먼저 만들고 찾아가는 전략”
- 언론사가 틱톡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 중엔 수익 문제도 크다. 틱톡은 영상이 짧아 광고 수익이 붙지 않는다. 영상 안에 상품 광고를 녹이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한 방안인데, 하이니티도 사례가 있나.
“연락은 몇 번 왔는데, 아직 계약한 적은 없다. 화장품 광고 등이 왔는데 우리가 해오던 맥락과 맞지 않아 거절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안 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채널을 유지하고 싶은 게 있다. 하지만 단기적 수익을 위해 아무 광고를 받았다간 이미지 자체에 손상이 간다고 생각했다. 뜬금 없는 콘텐츠가 나오면 이탈률이 좀 있다. 요즘은 우리 콘셉트에 맞는 영상을 먼저 만들고 광고주와 접촉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찾아가자는 전략이다.” (권상민 기자)
- 회사 지원 없이 채널 자체 수익만으로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조회수 수익은 한계가 있다. 결국은 브랜디드 콘텐츠인데 그걸 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팬덤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 가능하다. 하반기에도 계속 접촉을 시도할 거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최소 인건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상민 기자)
“기업들에게 보내는 것도 있지만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청소년 정책이 나오면 그걸 영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은 뉴스보다 우리 영상을 보고 소식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발 빠르게 정책 정보를 전달하는 포트폴리오도 쌓고 있다.” (이경민 인턴)
- 틱톡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인력이 사실 걱정이다. 기자 1명, 인턴 2명으로 운영되는데, 사실 인턴 이상의 몫들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최근 하기 시작했다. 팀 일부가 빠지거나 인력 이동이 되면 이 채널이 흐지부지 없어질까 걱정이다. 모든 뉴미디어팀이 비슷하다. 가고 싶은 방향과 그 수준 대비 자원이 부족한 게 있다.” (권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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