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벨 감독 "아쉬움 큰 대회…높은 기대치 이겨낼 수 있어야"
(인천공항=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62) 감독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아쉬움 속에 마친 뒤 "높은 기대치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벨호는 큰 기대를 받으며 이번 대회에 출격했으나, 1무2패(승점 1)의 다소 아쉬운 성적과 함께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콜롬비아와의 1차전서 0-2 패배, 모로코와의 2차전서 0-1 패배로 2연패를 기록한 뒤 독일과의 최종전서 1-1로 비겼다.
벨 감독은 "독일전에서는 우리가 가진 능력을 잘 보여줬지만 그런 모습이 1·2차전에선 나오지 못해서 아쉽다"고 대회를 총평했다.
이어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 선수들은 기대치가 낮을 때에는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만 기대가 높을 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평소에 늘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노출돼 부담에 익숙해졌으면 한다"는 견해를 냈다.
독일계 영국인인 벨 감독은 주변 독일 지인들로부터 독일전 이후 축하 문자를 받았는데, 이에 대해 "독일전이 지극히 정상적인 경기였고 콜롬비아전 후반전과 모로코전 전반전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고 답장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이제 벨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9월부터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동메달이 최고 성적인 한국은 이번 대회서 그 이상의 메달에 도전한다.
벨 감독은 "지금 좋은 퀄리티를 가진 선수들은 대부분 30대를 맞이하거나 30대 중반이다. 대신 좋은 어린 선수들도 있다. 그래서 (큰 변화가 있을) 앞으로 이어질 몇 주 동안이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뛰는 한국 여자축구를 위해 "선수 본인들이 축구에 대해 항상 진심이어야 하며, 목표를 세우고 매일매일 그 목표를 위해 헌신적으로 몰입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다음은 벨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대회를 마친 소감은? ▶조별리그 3차전인 독일전에서는 우리가 어떤 경기를 펼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하지만 그 모습이 1·2차전에 나오지 못한 부분은 실망스럽다. 콜롬비아와의 1차전에서 전반 30분까지는 굉장히 잘 했다. 하지만 페널티킥을 내준 뒤부터 선수들이 얼어버렸다. 두 번째 골까지 실점한 후에는 선수들이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뛰었다. 이어진 모로코와의 2차전도 선수들이 긴장했다.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은? ▶우리 선수들 개개인 경기력에서 고무적 모습을 봤다. 케이시 유진 페어(PDA)와 천가람(화천KSPO) 등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게 봤다. 또 이영주(마드리드CFF)는 부상으로 1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경기력이 좋았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독일전을 앞두고 우리는 잃을 게 없다는, 기대치가 낮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도전 정신이 강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한국은 항상 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 때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만 기대치가 높을 때는 그 기대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평소에 조금 더 경쟁과 그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높은 기대치를 이겨내는 힘이 선수들 DNA에 박혀 있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적절하게 활용됐으면 한다. 참고로 우리가 탈락하게 만든 독일을 포함, 이탈리아, 브라질, 캐나다 등 강호들도 이번 대회서 기대치를 감당하지 못했다.
-독일전은 좋은 경기를 했는데. ▶경기가 끝난 뒤 독일에 아는 지인들로부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는 내용의 문자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난 독일전이 오히려 정상적인 경기이고, 콜롬비아전 후반전과 모로코전 전반전이 비정상적인 경기였다고 말해줬다.
-비난을 하는 팬도 있고 앞으로의 잠재력에 기대하는 팬도 있다. ▶팬들의 관심은 늘 감사하다. 프로 무대에서 비판은 항상 감당해야 하는 일부다. 다만 이는 감정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비판이 돼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우리가 왜 이런 경기력을 펼치고 왔느냐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게 내 역할이다.
지금은 한국 여자축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다. 다만 지금 좋은 퀄리티를 가진 선수들은 대부분 30대를 맞이하거나 30대 중반이다. 좋은 어린 선수들도 물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질 몇 주 동안이 아주 중요할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각오는? ▶방금 월드컵에서 돌아왔다. 큰 대회에 있다보면 대회에 대한 몰입으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난 오늘 막 월드컵에서 돌아왔고, 심지어 (조별리그 탈락으로) 오늘 입국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엔 아시안게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짤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간 후에 다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건 '대회 모드'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다.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아시안게임에서 메우겠다는 마음도 있을 텐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상관없이, 어떤 경기든 이겨야 한다는 기대치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경기에 진심이다. 그에 걸맞은 요구를 선수들에게 하는데,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도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단숨에 월드컵 모드가 될 수는 없다. 긴 시간을 두고 몰입해 월드컵에 대한 준비를 했어야 한다.
여자축구 선수 본인들이 축구에 대해 항상 진심이어야 하며, 목표를 세우고 매일매일 그 목표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물론 선수들은 이 과정서 실수도 하고 잘못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하고 보완해 나가는 게 내 역할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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