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하다"했지만 결국은 "아니었다"...물음표만 남기고 떠난 이다영

권수연 기자 2023. 8. 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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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이다영, 연합뉴스

(MHN스포츠 인천, 권수연 기자) 세터 이다영(27, 볼레로 드 카네)이 프랑스로 출국하며 꺼낸 말은 폭로라기보다 도돌이표에 가까웠다. 풀리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다영은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깜짝 공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억울한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2021년, 흥국생명 소속이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당해 2월, 피해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실을 밝히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같은 해 6월, 두 자매는 KBS 단독 인터뷰를 통해 "칼(과도)을 들고 욕을 했을 뿐 휘두르지 않았다", "구단이 사과를 강요했다" 등의 해명으로 논란의 불길을 키운 뒤 여론의 질타가 거세지자 그리스 리그로 이적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자매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조치를 내렸다. 

이후로도 자매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지속됐다. 

이 날 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 출발 지연으로 인해 기다리고 있는 이다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다영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으로 1억을 요구하고 있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여자배구 이다영이 출국 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이다영(좌)-이재영 쌍둥이 자매, 연합뉴스

현재 알려진 피해자 수는 총 4명이며 당시 피해자는 "4명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다, 나이는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을 고소했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고소를 하게 된건지" 묻는 질문에 이다영은 "말도 안되는 허위 사실들이 많았다, 사실도 아닌게 진짜인 것처럼 알려졌다"고 말하며 "당시 방 안에는 (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저 단 둘이 있었는데 이재영이 같이 있던 것처럼 알려져 피해를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영의 주장을 잘 뜯어보면 "이재영이 폭력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 말은 없다. 특정 순간, 특정 타이밍에만 이재영은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배구계 정통한 인사 역시 "20개가 넘는 여러가지 구체적인 잘못들 중 몇몇 상황에만 이재영이 얽히지 않았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이재영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을 안 듣거나 기합을 넣지 않으면 그냥 꿀밤 때리고, 입 한번 툭 때리고, 배를 한번 꼬집으며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정 부분 폭력에 관여한 사실을 이미 본인의 입으로 인정한 상황이다. 

만일 피해자들이 이재영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면, 이에 대한 증언이 뒤따랐어야 한다. 하지만 증언 어디에도 "이재영은 안했고, 이다영만 했다"는 증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KBS 자료화면]

또한 흥국생명 소속 시절 특정 선배 A 선수와의 불화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본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자세히 듣고자 했다. 이다영은 "7개월간 제 볼을 한번도 때려주지 않았고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 나도 힘들어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을 때려주지 않았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괴롭히고 힘들게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들을 수 없었다. 자세한 사항과 향후 쌍방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그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답변이 대신 들려왔다. 

그에게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기본인 빨래조차도 본인들 손으로 하지 않고 툭툭 치고 욕을 했다. 그 어린 나이에 참다 못해 옆 산을 타고 달아났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기분이 안 좋으면 욕하며 치고 갔다", "(피해자의) 부모님을 '니네 XX, XX'라 칭하며 욕한 것" 심경과 당시 정황, 피해상황을 구체적으로 해명한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사건이 일어난 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구체적으로 억울한 점이 있었다면 어디에든 해명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긴 시간 함구했던 이유와, 언론들의 접촉에도 침묵했던 이유를 물었다. 이다영은 "나도 힘들어봤으니 피해자들이 가장 우선이었고, 두려웠다"고 답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폭로글 말미에 "가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합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고소에 대해서도 소식이 없다. 2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금까지 어느것도 진전되고 수습된 것이 없다. 

어느 것이 잘못되고, 어느 것이 바로된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듣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공개 회견 이후에도 뚜렷이 풀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다영은 "이재영은 잘못이 없다"는 어리둥절한 말만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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