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녀 “새만금 잼버리 끔찍했다···탈출해 기뻐”
학부모와 통화한 내용 보도
외신 ‘잼버리 제보’ 코너 개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온열질환자 속출과 부실 식사, 조직위의 준비 미숙 등으로 파장이 확산하면서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는 가운데 외신들도 별도 제보 코너까지 개설하는 등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잼버리 최대 인원 참가국인 영국의 BBC방송은 4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우트의 새만금 철수 소식을 전하면서 자녀를 이곳으로 보낸 학부모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동북부 출신의 이 여성은 “딸에게 좋은 인생의 경험이 돼야 했었는데 서바이벌 미션으로 변했다”면서 “딸도 더우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샤워장과 화장실에 쓰레기와 머리카락 등이 떠다니고 배수구가 막혀 딸이 ‘끔찍했다’고 말했다”면서 “딸이 서울로 가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다른 부모들도 “‘병원이 꽉 차 밖에서 진료를 받아 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딸을 귀국시켰다”면서 자신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녀의 안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잼버리 행사의 참가자들은 보통 14∼18세 사이이며, ‘치프 스카우트’이자 유명 탐험가인 베어 그릴스(49)를 비롯한 성인도 다수 참여했다.
가디언 등 일부 매체는 홈페이지에 잼버리 관련 제보를 받는 별도 코너를 개설하기도 했다. 가디언 제보 코너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제목 아래 이름과 나이, 거주지, 잼버리에서의 역할 및 경험과 함께 사진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가디언은 “이 나라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행사 초반 며칠간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온열 질환으로 치료받게 됐다”며 “본인이나 지인이 행사에 참석했다면 상황과 경험을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BBC 역시 잼버리 참여자와 가족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전해 들은 내용과 관련 사진,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제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와 채팅 메시지 플랫폼 왓츠앱을 통한 제보도 받고 있다.
가디언은 “현재 영국 외무부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온이 38도까지 오르자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며 “행사가 열리는 지역에도 여러 차례 스마트폰 경보가 울렸고, 야외활동 자제 권고가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25회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은 극심한 폭염에 맞서느라 정신이 없는 관계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겨를이 없다”면서 “간척지인 새만금 야영장에서 참가자 600명 이상이 더위에 탈진하자 영국 스카우트 부모들은 주최 측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아침 이른 시간부터 텐트도 없고, 음식도 한정되고, 더러운 화장실이 있는 ‘모기가 들끓는 들판’에 갇혀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들을 한국에 보낸 한 여성은 새만금 야영장에 대해 “그늘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에어컨이 켜진 곳에서는 주기적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위를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람은 “많은 사람이 쉬쉬하도록 압력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새만금 대회장에 참가 중인 영국스카우트연맹의 홍보 담당자 사이먼 카터는 “안전 문제가 적절히 해결됐다”며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스카우트들을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측이 철수한다고 밝힌 이후 성명을 내고 “오늘 주최측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떠날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 스카우트 연맹 조직위는 이날 영국 스카우트 퇴소를 두고 “영국 대표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매일 최소 5만병이상의 물을 공급하고, 냉동냉장탑차도 운영하는 등 조직위는 정부 부처와 세계스카우트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 등과 함께 폭염으로부터 최대한 참가자들을 지키면서 안전한 잼버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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