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지켜온 장인정신의 힘, 샌들 하나로 10조원 바라보는 이유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17][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12] 콘래드 버켄스탁
흥행 돌풍의 중심에 선 영화 바비. 영화의 인기 덕에 관련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바비 인형을 생산하는 마텔사는 바비인형을 비롯한 관련 제품 판매 급증으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인형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한 슬리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마고 로비가 신은 분홍색 샌들인데요. 무더위 속 판매량 급증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버켄스탁입니다.
해당 샌달은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설립해 활동하던 1970~1980년대 주로 신던 신발로 잡스의 부동산 관리인이 짐을 정리하다 발견해 경매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로 대표되는 그의 패션의 일부분이 바로 매일 고민 없이 발을 집어넣던 버켄스탁 샌들이었던 것입니다.
4세대 경영자였던 콘래드는 1873년 6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북서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버켄스탁 가문은 지역에서 조그마한 제화점을 운영하며 근근이 가계를 꾸려가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콘래드는 사업가이자 발명가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한껏 뽐내며 버켄스탁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반을 닦습니다. 특히 올해는 현재의 버켄스탁을 만든 콘래드의 탄생 150주기이기도 한데요. 버켄스탁은 그의 탄생 150주기를 따로 기념할 정도로 그가 버켄스탁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그가 발명하기 이전 신발의 바닥은 발의 구조와 무관한 평평한 단면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오래 신으면 아프고 불편해 고통을 겪었습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대학의 해부학 교수 헤르만 폰 마이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 구조와 형태에 맞는 신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론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정작 신발 판매는 신경쓰지 않고 연구개발과 풋베드 개발에만 매진하다 보니 돈을 버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단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콘래드는 이러한 버켄스탁만의 풋베드 제조 노하우와 기술 라이센스를 제화공들에게 되파는 사업을 펼쳐갔습니다. 그의 풋베드는 입소문을 타고 독일, 오스트리아 전역에서도 찾아올 정도였고 그는 이러한 풋베드 연구개발과 제작원리 등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를 하며 근근히 버텨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콘래드는 자신의 사업을 ‘정형외과 및 패션 신발 제조’라고 명명하며 장인정신에 기반한 전문성 확보에 공을 더욱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사업을 확장할 귀인이 등장합니다. 바로 그의 아들 칼 버켄스탁입니다. 아버지가 발명가이자 발 장인에 가깝다면 아들 버켄스탁은 사업가적으로 빛이 났습니다. 칼 버켄스탁은 풋베드 판매 뿐 아니라 신발 판매원, 제화공, 정형외과 의사 등을 상대로 족학 트레이닝 코스를 개설하고 족학 전문서적을 출간해 공전의 히트를 달성하는 등 돈벌이에 재능을 보입니다.
그리고 1966년엔 평소 발에 통증이 있던 미국인 마곳 프레이저는 독일 방문 중 발을 다쳤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마드리드 착용을 권유받았고 그 매력에 빠지며 미국으로 수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버켄스탁의 시발점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버켄스탁이 추구하는 ‘자연으로 돌아가기’ 철학이 히피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자유로움과 젊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큰 인기를 모읍니다. 또한 1973년 출시한 버켄스탁 아리조나 모델은 현재까지도 버켄스탁을 대표하는 샌들로 불립니다.
현재 생산관리만 6대손인 알렉스 버켄스탁과 크리스천 버켄스탁 형제가 하고 있습니다. 콘래드 버켄스탁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버켄스탁엔 또 새로운 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뉴스입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엘 카터튼은 오는 9월께 버켄스탁을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평가받는 기업가치만 80억 유로, 한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250년의 역사를 갖고, 향후 250년의 비전을 그리기 위한 버켄스탁의 큰 그림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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