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속출하는 '살인 예고'… 붙잡힌 30명 중엔 미성년자들도

경찰특공대원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소총, 권총으로 무장하고 특별치안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고 등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범죄 분위기 제압 및 범행 대응을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살인 예고 지역과 다중이용시설에 경찰특공대원 127명을 전진 배치했다. 뉴시스.

잇단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여파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물이 속출하자 경찰이 엄정 대응 기조로 집중 수사에 나서 30여 명을 검거했다. 이중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도 여럿 포함됐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전후 온라인에 올라온 '살인 예고' 게시글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최소 42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중 작성자 30여 명(오후 7시 기준)을 검거해 글을 올린 경위와 범죄 혐의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나머지 게시물에 대해선 IP 추적 등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에선 전날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과 특정 학교를 거론하며 '정문 앞에서 5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쓴 미성년자가 검거됐다. '내일 밤 10시 한티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님긴 20대 남성은 자수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조사하고 있다. 강남역과 잠실역 등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온라인 게시글 또한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살인 예고 글 작성자들은 전국 단위로 출몰했다. 경기 하남시에선 전날 중학생이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글을 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날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미성년자가 자택에서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또 경북 경산경찰서는 경산 소재 대구대 유명 커뮤니티를 통해 칼부림을 예고한 20대를 검거했다. 구미경찰서는 '다음에는 구미역 칼부림이다'는 글을 쓴 10대 미성년자를 이날 새벽 긴급체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글도 올라와 공포감을 준 사건도 있었다. 인천경찰청은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특공대와 장갑차를 축제장 인근에 배치할 예정이다.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살인 예고 행위자들에게 협박,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협박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 예비나 상해예비 혐의 적용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 불안이 커지자 경찰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경찰은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해 순찰하고 있다.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에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27명도 배치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