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경연 버라이어티 ‘불꽃밴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서병기 연예톡톡]

2023. 8. 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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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80년대 중반만 해도 밴드음악의 전성시대였다. 고고장, 나이트클럽과 방송에서도 밴드, 일명 그룹사운드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밴드음악을 방송에서 보는 건 흔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밴드 경연 버라이어티 MBN ‘불꽃밴드’가 지난 3일 첫 방송돼 시선을 집중시켰다.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난 2011년 KBS2 ‘탑밴드’가 방송돼 시즌3까지 간 적이 있다. ‘탑밴드’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지만, ‘불꽃밴드’는 이와는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

우선 출연진부터가 다르다. ‘탑밴드’에서 심사위원석을 지키던 사람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맏형님’ 사랑과 평화를 필두로, 전인권밴드, 이치현과 벗님들, 다섯손가락, 권인하밴드, 부활, 김종서밴드 등 평균 경력 40년, 도합 경력 284년에 빛나는 ‘대한민국 레전드 밴드’ 7개 팀이 참여해 매주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는 밴드 경연 버라이어티다.

여기서는 막내가 87년 시나위 2집 앨범 활동으로 데뷔한 김종서(58)다. 맏형은 51년생, 72세인 사랑과 평화의 이철호다. 이철호는 ‘사랑과 평화’ 활동 이전인 68년 ‘피스’라는 그룹을 결성해 미8군 클럽과 기지촌 클럽에서 블루스 기타의 천재 지미 핸드릭스 음악을 연주하고 소울과 펑크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보컬리스트 이철호는 지금도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음악활동은 55년째이고, ‘사랑과 평화’ 활동은 45년이 됐다.

이들 레전드 밴드들을 한 데 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보컬 뿐만 아니라 연주의 묘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보컬리스트만 부각되지 않고 악기 사운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보컬과 연주 모두 ‘N분의 1’의 지분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전인권이 “밴드는 결국 조화”라고 말했듯이, 세션 단계를 넘어 사운드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앙상블을 이루고 시너지를 발생시키는지를 감상할 수 있다.

이들 밴드 멤버들의 입담 또한 화끈하다 못해 살벌하다. 결코 눈치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경연이니 만큼, 상대팀에 대한 견제와 경계가 없을 수 없다. “무대를 즐기겠다”는 밴드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탈락해야 하는 만큼 첫 대면식부터 7개 밴드는 강한 승부욕과 솔직한 입담을 가동해 MC인 김구라X배성재마저 당황케 하기도 했다.

특히 밴드계 내에서 얽히고설킨 인연도 자연스럽게 토크에 녹아나와, 자칫 폭로전(?)으로 번지는 양상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편집을 거친다면 충분히 재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첫 회를 보면서, 이들의 토크속에 밴드의 역사와 비하인드를 알 수 있는 꿀잼 토크들까지 펼쳐져, 시청자들에게 역대급 흥미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밴드계의 베테랑들인 만큼, 각 무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기도 해 ‘힙합 디스전’ 못지 않은 마라맛 재미도 더했다.

자신의 밴드를 포함한 7개 팀의 순위를 직접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첫 회 평가전의 첫 주자로 다섯손가락이 나섰다.

이들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선’을 선곡해 여전히 청량한 무대를 선사했다. ‘풍선’을 동방신기의 노래로 아는 젊은 세대에게는 또 다른 느낌을, 중년에게는 추억을 각각 선물해줬다.

다음으로 김종서밴드는 김종서가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자작곡 ‘아름다운 구속’을, 이치현과 벗님들은 ‘또 만났네’를 세련되고 산뜻하게 불렀다.

전인권밴드는 독보적인 보이스와 내공이 묻어나는 ‘행진’으로 전율을 안겼다. 메탈 마니아 이윤석은 선곡이 반칙이라고 했다. 히트곡이 많은 부활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불러 감동을 극대화시켰다.

사랑과 평화는 ‘장미’를 선곡해 펑키한 사운드의 매력을 발산했으며, 마지막으로 권인하밴드는 새롭게 편곡된 ‘나의 꿈을 찾아서’를 선곡, 음악으로 세대를 초월하는 대화합의 장을 이뤘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다 색이 다른 밴드들이라 경연을 떠나 전부 역대급 무대였다”라는 게 있는데, 이는 ‘불꽃밴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서는 “지금 음악은 장르 편중시대다. 아이돌 아니면 트로트다. 밴드음악이 이 저변에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설레는 일”이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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