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염정아→김혜수와 함께한 현장,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류승완 감독은 영화 '밀수'의 촬영 현장에 대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이전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감정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꼈단다.
최근 개봉한 '밀수'(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이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완 감독은 "새로운 시도일 것 같아 '밀수'에 뛰어들게 됐다"고 운을 떼며 "기획의 출발은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부사장이 군산 지역 박물관에 방문하면서부터였다. 그곳에 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한 것과 관련된 자료가 있었고, 공교롭게도 나 역시 한 장르 잡지를 통해 여성 밀수단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게 됐는데, 다만 처음엔 연출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곁에서 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가 초기 각본이 나온 걸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선 "작품의 배경을 가상의 도시로 설정한 건 '짝패'(2006)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무려 17년 만이다. 가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기에 조금 더 과감하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덕분에 연출하는 데 있어 마음이 편했다. 조금 강조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음악과 패션이다. 어린 시절부터 매혹되어 있던 영화의 요소들과 그 시절 대중문화의 기억을 제대로 담아보려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베테랑'을 대성공시킨 데 이어, 코로나19로 극장가에 불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와중에도 '모가디슈'로 연타 히트를 치는 데 성공한 류 감독.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부담은 된다. 다만 이번 작품의 경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기 보단 흥분이 먼저 되고 설렜다. 일단 두 주인공이 김혜수와 염정아이지 않냐. 심지어 조인성과 박정민, 고민시와 김종수 등 큰 산맥들이 작품을 지탱하고 있어 기대가 됐다"라고 밝히며 주연 배우들에 의지하며 촬영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촬영은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 영화를 재밌게 찍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현장의 좋은 분위기였다"라고 극찬하며 "정말 경쟁구도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게 너무 편했다. 아무래도 촬영을 하다 보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배우들 입장에서 생길 수 있는 경쟁구도가 있지 않냐. 간혹 카메라와 경쟁하는 상황도 있는데, 이 영화는 호흡이 좋은 건 둘째 치고 기싸움 같은 것도 없었다. 연출하는 입장에선 그런 현장의 독려하는 분위기가 너무 편했고, 배우들끼리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편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배우들의 인품이 좋았지만, 특히 김혜수·염정아라는 두 코어가 분위기를 너무 잘 이끌어줬다"라는 류 감독은 "두 사람의 조합이 너무 좋았다. 김혜수가 불이라면 염정아는 물 같았다. 김혜수는 뜨겁게 마음으로 스태프들을 챙기며 북돋아 줬고, 염정아는 진짜 대장 같은 느낌으로 조용히 다 챙겨줬다. 두 분이 전체 현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줬다. 연기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춘자의 연기 폭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건 진숙이 톤을 차갑게 유지해 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영화의 밸런스도 잘 맞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류 감독이 '밀수'에서 새롭게 도전한 또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중 액션. 물속에서 벌이는 몸싸움은 그 맛을 카메라 안에 제대로 담기 어렵기에 대부분의 감독은 기피하는 촬영 방식 중 하나이다.
이에 도전한 소감을 묻자 "처음엔 유리 수조 밖에서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는데 너무 아름답고 배우들의 움직임이 유려해 '이건 됐다' 싶었다. 배우들이 다 수영을 못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 잘 소화해 줘서 다행스러웠다"라고 답하면서도 "다만 카메라를 물속에 들고 가니 문제가 생겼다. 그때부턴 후회가 됐다"라고 해 의문을 자아냈다.
"배우들이 물속에서 움직이면 물의 움직임 때문에 앵글이 엄청 흔들렸다"라고 후회의 이유를 설명한 그는 "배우들이 동작을 완벽히 소화하면 앵글이 흔들렸고, 앵글이 잡히면 이젠 배우들이 호흡이 달려 연기할 상황이 안 됐다. 촬영 과정이 너무 어렵다 보니 '내가 왜 이걸 한다 했을까, 이걸 왜 시작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힘겨웠던 촬영은 류 감독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는 "'오케이'가 났을 때 쾌감이 엄청났다"라며 "'이게 된다고?'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현장이 힘들긴 했지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헌신해 준 덕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밀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호텔 액션신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관객들은 매번 매력적인 액션 장면을 보길 원한다. 나조차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기억에 남는 액션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액션에 감정적인 면을 넣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밝히며 "사실 세상엔 정말 많은 액션신이 있지만 기억에 남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액션을 뛰어넘는 감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복수무정' 스티븐 시걸의 기술적으로 훌륭한 액션보단, '테이큰' 리암 니슨의 액션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배우가 가진 매력을 잘 살리는 건 물론, 그 영화의 서스펜스, 전개 구성 등을 디테일하게 잘 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 감독은 "액션 장면을 수도 없이 찍어왔지만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다만 이 덕분에 스스로도 만족도가 높은 장면이 탄생했다"라며 "이렇게 풍부한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다 배우의 힘이다. 이런 장면은 진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너무 잘 소화해 주셨다. 거기에 음악의 힘도 컸고 예상을 벗어나는 지점들이 가져다주는 힘도 컸다. 매력적으로 표현돼 자부심이 큰 장면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외유내강,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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