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옆경2’ 손호준 스토리로 시작..김래원 서사는 언제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 날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모여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 환호의 순간은 절망으로 끝났다. 그날 생일케이크에 꽂혀있던 촛불은 불쏘시개가 되어 친구의 살과 집을 살라먹었다.
4일 첫 방송된 SBS 새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극본 민지은, 연출 신경수)는 시즌 1에 이어 연쇄방화사건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소방 측 ‘불도저’ 봉도진(손호준 분)의 과거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시즌1이 에피소드 외 메인스트림을 경찰 측 ‘진돗개’ 진호개(김래원 분)의 서사로 끌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진철중(조승연 분), 양치영(조희봉 분), 마태화(이도엽 분)가 여전히 등장하고 있어 드라마 중후반에 접어들면 어떻게 전개될 진 장담할 수 없다.
태원 연쇄방화에는 여타 방화 사건에선 볼 수 없는 범인의 시그니처가 등장한다. 화재 현장은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든다. 따라서 그 시그니처는 화재 현장에 처음 진입하는 소방관들만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시그니처 발견자는 봉도진이었다. 진호개는 봉도진을 향해 심상하게 물었었다. “너 누구에게 원한 산 일 있냐?”
제반 강력 사건에는 경험 많은 진호개지만 연쇄방화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진호개는 자신이 잡아 가둔 일명 ‘봉오동 불다람쥐’ 하영두(최원영 분)를 찾는다. 그 자리에서 총 49번의 방화로 19명의 사망자를 낸 하영두는 연쇄방화범에 대한 추론을 말해 준다.
하영두는 범인에게 오래된 화상이 있을 것이라며 ‘화상은 방화범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또한 “불로 인해 무언가를, 아주 중요한 것을 빼앗겨 봤을 거야. 어마어마한 두려움과 상실감을 느꼈겠지. 그러면 불이란 걸 경외하고 신뢰하게 되거든. 감정이 전부 고갈돼 버리고 화염이 주는 기쁨, 환희 그런 거만 남게 되지.”라고도 말한다.
시그니처에 대해서도 불이 타고 꺼지는 그 순간 그 시그니처를 볼 수 있는 사람, 즉 소방관을 의식한 것이라며 “불 꺼줄 사람들이 타겟이 되면 그 불은 또 누가 꺼야 되지?”라고 의미심장하게 되묻는다.
그 무렵 봉도진에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도진은 흔쾌한 기색으로 “강도하? 한국에 있는 거야?”라고 반긴다. 그리고 조만간 보자며 전화를 끊는 강도하(오의식 분)의 오른 손등에는 화상 자국이 보인다.
시즌1 12화에서 도진은 독고순(우미화 분)에게 “소방관과 방화범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혹시 이 말 믿으세요?”라고 물으며 자신이 소방관이 된 이유, 자신이 방화범이었던 과거를 고백했다.
그 친구의 생일날 촛불 붙인 케이크를 들고 오는 친구에게 어린 도진은 축하 스프레이를 뿌렸고 그 스프레이는 촛불을 키워 불을 냈다. 아이들이 도망가고 친구는 불을 끄려 애쓰며 “도진아, 도와줘!” 호소했지만 도진 역시 겁에 질려 도망치고 말았다.
당시 도진은 “그 이후 다신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소방관이 되고 나서도 그 결심 못지킨 적이 너무 많아요.”라 자책했다. 그 친구는 어찌 됐는지 묻는 독고순의 질문엔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생겼죠.”라 답했었다.
한편 도춘 빌라화재, 핫도그 트럭 화재, 미중아파트 정화조 폭발로 이어진 태원 연쇄 방화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마공종합건설 전무 조일준으로 특정됐다. 결정적으로 무영동 신시가지 스타 센트럴의 조일준 사무실에서 일조량의 방향을 조절해 핫도그 트럭의 화재를 야기한 거울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범인도 별모양의 시그니처를 남겨 ‘스타’의 이미지를 진호개에게 주입한 바 있다.
하지만 조일준은 갈매주차타워 화재현장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포박돼 죽은 채 발견됐다. 연쇄방화사건이 연쇄방화살인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봉도진은 갈매주차타워 발화지점에서 독일제 특수공구의 흔적을 발견하고 진호개는 특수공구 도난 사건을 추적, 범인이 톨루엔을 훔치기 위해 위장 취업한 공장에서 각각 방화현장 관계자용 의상을 발견한다. 그 중엔 아직 벌어지지 않은 방화현장 무영지하상가가 적힌 덧옷도 있었다.
하지만 진호개는 한 발 늦었다. 이미 무영지하상가에는 화재가 발생했고 요구조자 수색에 나선 송설(공승연 분)은 화재로 인한 붕괴사고로 요구조자와 함께 매몰된다.
아직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온 강도하가 어린 시절 화상을 입은 그 친구인지, 그리고 태원 연쇄 방화범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봉도진의 과거는 심리적 갈등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2화 예고에서 강도하가 누군가와 통화하며 “내가 관여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단언함으로써 제 3의 인물, 특히 시즌 1의 악역 마태화의 관련 여부에 대한 의심도 부추긴다.
드라마는 법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음에도 크게 법 신경 안쓰고 고민 없는 진호개의 대충 살기와 착하고 원칙적인 봉도진의 진지빨기의 케미가 시즌1에 비해 진화한 모습을 보여 반갑다.
또한 “대한민국 인구가 5천 만 명야. 범인은 한 명야. 그런데 그걸 수 만 명으로 줄였어. 그럼 이건 어떤 거야?” 묻는 진호개에게 “대단한 거죠!”라 맞장구치는 진호개 전문 수발러 공명필(강기둥 분)의 코믹 호흡과 삼각관계의 꼭지점 송설의 진호개·봉도진 조작 스킬도 일취월장해 반갑다.
진호개의 말처럼 세상에는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누구는 불을 지르고 누구는 칼로 찌른다. 그 이단아들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과 경찰, 그리고 국과수의 공조 이야기를 본격 다루는 이 드라마는 ‘묻지마 범죄’가 판치는 현실에 비춰 시의성도 적절하다. 짜임새 있는 구성, 스릴 넘치는 연출, 탁월한 연기들과 더불어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기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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