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 ‘UFO’와 ‘외계 생명체’ 청문회가 열린 이유
(시사저널=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이번 주 의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위원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7월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하원에서 열린 'UAP(미확인비행 현상): 국가 안보, 국민 안전, 정부 투명성' 청문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글렌 그로스먼 하원의원(공화·위스콘신)은 회의장에 가득 찬 청중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농담 섞인 인사말은 곧 현실이 됐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자신들의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을 진술하거나 미 정부가 외계인의 존재 정황을 수십 년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UAP는 상공에서 목격됐지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미 정부는 외계 우주선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UFO 대신 UAP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미 정보요원 출신인 데이비드 그러쉬 전 공군 소령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이 4년간 40명의 목격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개인적으로 UAP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UAP로 인해 부상을 당한 다수의 동료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UAP와 관련한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美 정부, 인간 아닌 존재 활동 인지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미 국방부 내 UAP를 조사하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그러쉬 전 소령은 추락한 UAP에서 '인간이 아닌 생물체'를 회수한 이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자신은 외계인이나 지구 밖 생물체보다는 '인간이 아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1930년대부터 '인간이 아닌' 존재의 활동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밀 프로그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에 걸쳐 추락한 UAP를 회수하고 역설계(분해 후 모방)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지만 접근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이 어떻게 자금 지원을 받는가라는 질문에는 "의회의 감독을 초월한다"면서 "자금 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제 상관들과 청문감사관들에게 보고하기로 결심했고, 그 때문에 사실상 내부고발자가 됐다"면서 이로 인해 보복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설명과 증거 제시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기밀"이라거나 "진행 중인 조사"를 이유로 공개 석상에선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직 해군 장교 2명도 출석해 UAP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데이비드 프레이버 전 해군 중령은 자신과 3명의 동료 조종사가 2004년 샌디에이고 연안에서 자신들의 전투기 아래를 맴도는 하얀색 권총 모양의 비행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해당 비행체를 조사하기 위해 전투기를 아래로 몰자 미확인 비행체가 상승하면서 자신의 전투기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해당 비행체는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나 일반 항공기의 날개, 배기가스 등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비행체는 고도 8만 피트(24km) 이상에서 2만 피트(6km)까지 급강하하고, 2만 피트로 고도를 낮춘 후엔 몇 시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시 곧바로 치솟았다. 프레이버 전 중령은 그러다 UAP가 갑자기 사라졌고, 1분이 채 안 돼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60마일(97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프레이버 전 중령은 "내가 접한 기술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을 청취한 미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정부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원들은 특히 UAP가 국가 안보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UAP에 대한 새로운 법률, 기밀 청문회,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연방정부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회 접근을 거부하는 기관에 대해 예산 삭감 등의 권한도 사용하겠다고 했다.
청문회 이후 추가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는 최근 UFO와 관련한 보도를 지속해온 언론인 조지 냅이 의회에 제출한 증언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다. 냅은 서한에서 러시아가 10년에 걸쳐 러시아군 전체를 대상으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UFO 조사를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또 냅은 러시아 전투기가 UFO와 충돌한 사건이 최소 45건 발생했으며, 이 중 3건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냅은 러시아군 관계자인 보리스 소콜로프 대령의 전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있던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에 UFO가 나타나 발사 시스템을 장악한 후 미사일을 미국으로 조준하고 발사코드를 입력하는 등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다행히 UFO들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발사통제 시스템이 셧다운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지구 밖 우주 어디엔가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중엔 인류처럼 지성과 문명을 갖춘 생명체들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과학계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만이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하기엔 우주가 너무 광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 상공에 나타나는 비행체가 모두 UFO 등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기기라는 주장에는 신중론이 대체적이다.
신중론 펴는 美 정부 "계속 연구 진행 중"
미국 정부 역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월26일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은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저는 오늘 어떤 식으로든 말할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믿는 것은 해군 및 공군의 조종사들에 의해 발견되고 보고된 UAP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UAP가 군사 대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커비 조정관은 "UAP는 일부의 경우에 우리의 훈련 범위, 조종사들의 비행·훈련·작전·대비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그것만으로도 국가 안보 문제로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만약 대통령이 조종사들의 목격이, 검토할 만큼 충분히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국방부가 사무실을 설치해 자료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수집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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