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구슬땀 흘리며 일하던 카트노동자 사망…노동계 “휴게 시간 보장하라”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철저한 진상 파악·감사관 파견 등 호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도 언급
노동계 “휴식 보장 됐다면 없을 일” 반발
조문 마친 사측 “지병 숨기고 입사” 막말
노동부 “법 위반 확인 땐 엄정조치” 주문
낮 기온이 33도를 기록한 지난달 31일 오후 2시쯤. 경기 하남시 소재 코스트코 하남점 매장의 한 이동형 에어컨은 ‘실내 온도 3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차장 출입문과 10여m 거리를 두고 놓인 이 에어컨 디스플레이의 표출 온도는 외부보다 높았다. 매장 바깥에서 들어온 열이 이 안에서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한 결과로 보였다.
앞서 지난 6월19일 오후 7시쯤 이 매장 주차장에서 카트와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2시간여 후인 오후 9시18분쯤 끝내 숨졌다. 사망 당시 병원 측이 발급한 최초 진단서에서 폐색전증이었던 사인(死因)은 같은 달 23일 나온 최종 진단서에서는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변경됐다.
조문을 마친 코스트코 대표이사가 직원들 앞에서 김씨에게 평소 지병이 있었느냐는 투로 묻고, 다른 간부는 ‘원래 병이 있는데, 속이고 입사했지’라는 식의 막말을 퍼부었다는 전언까지 더해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코스트코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폭염 시 휴식 시간 등이 보장됐다면 이 같은 일이 없었을 거라고 날을 세웠다.
김씨 유족 측은 지난달 코스트코 미국 본사에 보낸 ‘대한민국 코스트코 하남점의 사망 사고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A4 용지 두 장 분량 진정서에서 “철저한 진상 파악과 건강 안전에 위험한 근무환경 조사를 위한 감사관들을 파견해 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코스트코 매장의 근무자 환경을 종합 조사해 달라면서 “이번 사안을 극도로 중요하게 여겨 다시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을 보여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적 우려가 높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고 원인과 관계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히 조치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극심한 폭염 등으로 열사병 등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사업주의 작업중지권 행사로 근로자 건강 장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폭염이 몰아치면서 노동계에서는 휴게 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일 하루 파업을 하고 매시간 10∼15분 휴식 보장을 요구했다. 같은날 낮 최고 34도에 이른 기온 등을 언급하면서 “쿠팡은 매시간 15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날 하루 동안 1회, 20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도 “물류센터 노동자 권리를 위해 현장과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며 알렸고,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폭염은 과로와 더불어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정기적으로 온열질환 예방 교육을 하고 있으며, 온·습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휴게 시간도 정당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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