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장갑차까지…주말 잇단 살인예고에 술렁이는 도심
경찰 "장갑차·특공대 배치로 경계 강화"
(서울=뉴스1) 김예원 원태성 기자 = "도심 한복판에 장갑차가 있으니 더 실감 나네요"
5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살인이 예고됐던 당일(4일)은 아니었지만 현장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강남역 11~12번 출구 사이 차로에 장갑차 1대와 경찰차 여러 대가 곳곳에 배치돼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때문에 영어 강의를 들으러 강남역에 왔다는 20대 안모씨는 "무섭지만 시험이 코앞이고 돈도 아깝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왔다"면서 "장갑차까지 배치된 걸 보니 상황이 실감나고 이젠 정말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녀야 하나 싶다"고 우려했다.
애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나들이를 나왔다는 30대 이모씨는 "애인과 실내 데이트를 할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늘 아니면 원하는 영화를 못 볼 것 같아서 나왔다"며 "경계가 삼엄하니 별일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모쪼록 모두가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며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강남, 혜화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범행 예고글이 올라오자 경찰은 도심 안전을 순찰 강화, 장갑차 및 특공대원 배치 등을 통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말 오전 만난 시민들은 삼엄해진 경비에 안도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길가 위협을 걱정하며 서둘러 귀가를 준비하는 등 대비하고 있었다.
◇"호신용품 아직 없는데"…두려움에 떠는 용산·혜화 시민들
5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혜화역 인근. 평소 주말이라면 점심을 즐기고 오후 나들이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시간이었지만 주요 골목은 한산했다. 오전 11시30분 기준 체감온도 34도의 무더위를 감안하더라도 거리엔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만 이따금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혜화역 인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대 한모씨는 이날 오후 살인 예고 소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근무 후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날 오후 혜화역 인근에서 살인을 예고한 글이 여러 차례 공유돼 경찰이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한씨는 "호신용품을 사도 배송이 지연된다 하고 아직까지 실감이 안나서 구매를 미루고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되겠다"며 "더 이상 안전한 일상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아 무섭다. 당분간 조심해야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친구와 거리를 걷던 20대 박모씨는 "저녁에 영화도 보고 술도 한잔할 계획이었지만 살인 예고를 보고 약속을 앞당겼다"며 "집에 들어가면 밖에 안 나갈 것"이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이와 인근 과학관을 찾았다는 40대 최모씨는 "혜화에도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온 줄은 몰랐다"면서 "아이도 함께 있는데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빨리 도망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부터 용리단길 주민들도 잇단 살인 예고에 술렁이긴 마찬가지였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용산 일대에서 5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을 올린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여전히 인근 살인 예고와 관련해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용산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살인 예고 지역에 여기도 포함이 됐다니 놀랍다"며 "이 인근엔 시위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용리단길 등 유동 인구가 많아 밤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것"이라며 우려했다.
용산구 주민이라고 밝힌 70대 김모씨는 "대통령실 테러나 살인 예고글이 올라왔다는 건 주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이 인근은 경찰이 많이 돌아다니니 사고가 발생해도 빨리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경찰은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특수임무와 테러예방 활동을 담당하는 경찰특공대 107명 및 장갑차 11대를 전국 배치했다. 서울 지역엔 강남역(오전10시)과 잠실역(오후4시)에 장갑차가 투입돼 주변 경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오전 10시부터 △종로3가역 및 혜화역(오후 3시~) △강남역 △은마아파트사거리 △잠실역에 각각 경찰특공대원 4명과 카운티 경찰 버스를 투입해 현장 경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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