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지 "과학자들 '상온 초전도체 LK-99' 과대 광고 경계"

해외 LK-99 재구현 실험 잇따라 실패
이론 분석에서도 "근거 없다" 
"세계 과학자들, 매우 회의적"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 자석(둥근 물체) 위에서 상당 부분이 공중에 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공

최근 진위 논란에 휩싸인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해 세계 과학자들이 매우 회의적이라는 기사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4일(현지시간) 네이처지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 물질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과장 광고를 거부하고 있다”며 "연구원들은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이 이끄는 한국 연구진은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납 기반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구현해냈다는 논문 2편을 공개했다. 이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꿈의 물질’을 개발했다는 의미이기에 전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주요 기관들에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LK-99를 재구현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네이처지에 따르면, LK-99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인도 국립 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항대는 한국 연구진의 논문을 바탕으로 LK-99를 합성했지만, 초전도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남동대 연구진도 직접 재구현한 LK-99에서 초전도 징후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상온이 아닌 영하 163도에서만 작동해 '상온·상압'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실증 연구뿐 아니라 이론 연구자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K-99의 전자 구조를 계산하기 위해 밀도 함수 이론(DFT)을 활용한 결과 이론적 차원에서도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네이처지는 “DFT 계산은 LK-99가 초전도성 같은 흥미로운 기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연구도 LK-99가 ‘주변 조건에서 초전도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나 비시크 미 UC데이비스대 응집물질 연구원은 "(LK-99에 대한) 내 첫인상은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아카이브에는 1년에 한 번쯤 ‘미확인 초전도물체’라고 불리는 물체가 보고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