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5000명 이상 퇴소 ‘잼버리’… 대회 ‘중단’ 갈림길
미국·벨기에 등도 떠날 준비…14% 퇴소 신청
‘중단’ 촉구 잇따라…“일정·장소 변경 등 필요”
폭염과 열악한 환경으로 도마에 오른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5일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떠났다. 미국·벨기에 등 대표단도 조기 퇴영을 검토하고 ‘대회 중단’ 권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회를 축소할 지 중단할 지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 대표단 10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짐을 챙겨 낮 12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잼버리 야영지를 출발했다.
전날부터 서울 호텔을 예약하는 등 퇴영 준비를 한 영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사흘에 걸쳐 전체 인원이 서울 용산 등 호텔로 이동할 계획이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우리의 파견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것이 전반적인 현장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청소년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최대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협의해 서울에서 잼버리 체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애초 계획대로 잼버리가 폐막한 다음 날인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에 이어 미국과 벨기에 대표단도 철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미국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대표단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벌레 물림과 복통 등 다른 이상을 호소하는 참가자가 늘어났고, 부실한 식사와 비위생적인 화장실 등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이에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 이날 오전 9시 기준 참가 인원(3만9304명)의 14%가량이 퇴소를 결정하자 대회를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철수 결정 이후 성명을 내고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중단이나 기간 축소 등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69억원을 편성하고 추가로 폭염·의료 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며 오는 12일 폐영까지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년간 1000억원가량을 들여 준비한 국제 행사가 중단될 경우 ‘준비 부족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가 퇴영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의 청소년들은 대회가 끝까지 치러지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회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남은 대회를 안전하게 치러야하는 만큼 프로그램 장소, 일정 변경 등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캠프장 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문화활동이나 실내활동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더위에 취약한 대원들에게 대학 기숙사를 제공하는 등 참가자를 재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36∼37도까지 치솟았던 전북 부안의 기온이 다음 주에는 33∼34도로 다소 낮아지는 만큼 대회를 중단하기보다는 공식 일정은 미리 당겨서 끝내고 폐영식은 예정대로 하는 운용의 묘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잼버리 운영 지속 여부를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하고 스카우트연맹과 논의를 거쳐 이날 오후 대회 축소, 중단 등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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