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활주로, 동선… 에어택시 주차장 난제들

윤정희 기자 2023. 8. 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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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UAM 앞서나간 꿈➌
교통수단 핵심은 높은 접근성
에어택시 버티포트 구축 중요
하지만 실무적 논의 진전 없어
설치 규정, 바람·소음 기준 등
구체적인 규격 마련 공 들여야
시간 걸려도 객관적 판단 필요

#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집이 역세권에 있느냐 아니냐를 필수적으로 고민할 거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정류장까지 접근성이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다.

# UAM도 마찬가지다. 에어택시가 오가는 정류장인 '버티포트'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이동시간도, 효율도 달라진다. 문제는 버티포트를 설치하는 데 고려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점이다. 더스쿠프 視리즈 'UAM 앞서나간 꿈' 마지막 편이다.

UAM 정류장인 버티포트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가지 환경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사진=Skysports 제공]

"대중교통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시민들이 이동하거나 관광객이 도시를 여행할 때 필수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중교통은 도심 운송에 매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추가 이동을 할 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월간교통」에서 분석한 대중교통의 기능과 의미다. 맞는 말이다. 대중교통은 자가용 같은 개인교통수단이 없는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와 편의를 제공한다. 소정의 요금만 지불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대중교통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운영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정류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류장을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전체 이동거리와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데다, 교통혼잡도를 대폭 줄이는 게 가능해서다.

이는 육로 대신 하늘길을 활용하는 UAM에서도 마찬가지다. UAM의 대표 이동수단인 에어택시가 버스ㆍ지하철과 다름없는 대중교통이 되려면 이들만큼 접근성이 높은 정류장(버티포트ㆍVertiport)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버티포트 설치와 관련한 실무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UAM 상용화 목표점(2025년)에 도달하기까지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는 셈이다.

오랫동안 UAM용 버티포트 설치 규격과 안전기준을 연구해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버티포트가 있어야 에어택시가 이착륙하며 승객을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버티포트부터 만드는 게 급선무"라면서 "지난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대략적인 버티포트 설치 규정을 발표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UAM용 버티포트를 설치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버티포트 안에 활주로를 몇개 두느냐부터 착륙 구역의 크기, 장애물 제한 구역 설정까지 하나하나 구체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바람이나 소음 같은 외부 환경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관건이다. 이 관계자는 "가령, 기존 공항에서도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바람의 역류나 돌풍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기 때문에 철탑을 세운 다음 바람의 영향을 분석해 비행기로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통수단은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정시성이 생명인데, 바람의 영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면 정시성을 확보할 수 없어 여행자는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UAM에서도 당연히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음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현행 비행기 소음 기준은 '공항에 있는 비행기'에 국한돼 있다. 우리가 흔히 타는 일반 여객기는 높은 고도에서 운항을 하기 때문에 도심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이착륙할 때를 제외하곤 소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하지만 UAM 에어택시는 다르다. 도심 건축물과 근접한 저고도(상공 300~600 m)를 비행하는 데다, 버티포트도 기존 빌딩의 옥상이나 복합환승터미널까지 다양한 형태로 논의되고 있다. 에어택시가 일반 여객기보다 도심지 시민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소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UAM 에어택시에 적용할 별도의 소음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부터 관련 규정까지 모두 다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정부가 외부 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항공법 개정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UAM 상용화 시점인 2025년까지 법제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 전문가는 "제도를 실제로 운용하기 위해선 현행 항공법 행정규칙에 있는 운항 기술 기준처럼 세부적인 형태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반 비행기 관련 규칙을 수십년 동안 만들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UAM 관련 법제화 역시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말하는 '상용화'의 의미는 UAM 기체가 뜨고 내리는 게 가능한 수준의 시범 운영에 가깝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본격적으로 UAM이 활성화하는 시점은 2027년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UAM 시장의 개화開花는 '아직 먼 미래'의 일로 평가했지만, UAM이 차세대 교통의 핵심이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버티포트와 관련한 법제가 아직 없다.[사진=NASA 제공]

익명을 원한 업계 전문가는 "UAM은 '가야 할 길'"이라면서 "기존 항공 산업과는 또다른 영역인 만큼 어느 부분에선 우리나라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어떤 산업이든 새롭게 태동한 분야에서 금방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UAM 역시) 어쩌면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는데, 상용화에 큰 의미를 두고 2025년이란 숫자를 부각하다 보니 오히려 'UAM이란 게 잘되고 있는 건가' 의구심을 들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UAM 산업에 뛰어든 건 그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이 커서다. 우리나라 정부가 수백억원을 들여 UAM 산업을 키우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보여주기식' 목표 달성을 위한 그럴듯한 청사진보다 산업의 기틀을 만드는 실직적인 작업을 진행해야 할 때다. 이런 노력 없이는 UAM이란 꽃을 피우지 못할 게 분명하다. 모래 위에선 어떤 꽃도 피지 못한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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