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싱가포르 대표단 잼버리 퇴소 결정...파행 불가피
■ 진행 : 김선영 앵커, 조진혁 앵커
■ 출연 : 황보혜경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와이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참가국 가운데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에 이어 미국도 조기 철수를 결정한 건데요,
조직위원회는 오늘 오후쯤 대회 강행 여부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미국이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싱가포르도 철수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오늘 오후 2시 싱가포르 대회 참가단 65명이 조기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참가국 158개국 가운데 영국과 미국에 이어 공식적으로 철수가 확인된 세 번째 국가입니다.
앞서 YTN은 미국 대표단은 1천2백여 명이 철수를 결정했다고 단독 보도했는데요,
루 폴슨 미국 보이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 스카우트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기상과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오늘까지는 정규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해 오는 11일까지 머무를 예정입니다.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이 대회 철수를 통보한 데 이어 미국과 싱가포르까지 이탈을 선언하면서 새만금 잼버리 대회 현장은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앵커]
영국 대표단은 이미 퇴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영국 대표단은 이미 새만금 영지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데,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관내 한 호텔에 1천6백여 명이 묵기로 했고, 또 다른 호텔에도 1백여 명이 묵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참가 인원이 4천 명이 넘는 만큼 서울 시내 여러 호텔에 분산 투숙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국 스카우트 측은 숙소가 부족하면 호텔에 있는 연회장에 텐트를 치고 묵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제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천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전체의 15% 넘게 퇴소를 결정한 셈인데요,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에 있는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어제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조직위에 대회 중단을 권고했는데,
오늘 오전 조직위 회의 결과는 나왔나요?
[기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철수 결정 이후 성명을 내고, 사실상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최 측이 상당한 추가 자원을 투입해 폭염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장하면서 행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오전 9시 각국 대표단 정례 회의가 예정대로 열렸는데요,
이 회의에서 각국 스카우트들은 철수 결정 여부 등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잼버리 조직위는 이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하고 스카우트연맹과의 회의를 거쳐 오늘 오후에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게 대회 '강행'과 '중단' 또는 '축소 운영 후 조기 폐막'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앵커]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뭔가요?
[기자]
폭염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먼저 새만금 영지가 지난달 내린 장맛비로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생활하는 야영장 곳곳에서도 물웅덩이가 생겨 대원들이 장화를 신고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게다가 한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찜통더위 탓에 현장은 텐트만 치고 생활해야 하는 대원들은 마치 불가마와 다름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결국, 온열 질환자가 수백 명 발생하면서 '생존 게임'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왔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야영장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7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확진자는 외국인 65명, 내국인 5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 오전 아일랜드 국적 60대 환자가 심정지가 왔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단순 온열 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날씨뿐만 아니라, 불량한 위생 상태나 식사 등도 문제로 제기됐는데요,
YTN으로도 관련 제보가 이어졌다고요?
[기자]
네,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의 위생 상태가 불량해 이용을 아예 포기했다거나,
물이 나오지 않아 새벽까지 씻지 못했다는 대회 참가자들의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부실한 식사도 문제입니다.
어제 잼버리에서 제공한 아침, 점심 식사라면서, 한 참가자가 YTN으로 제보한 사진입니다.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이 전부입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초코파이 같은 낱개 과자 2봉에 소시지, 음료수 한 캔이 놓여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 간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잼버리 영지 내부 병원의 치료 실태를 지적한 한 대원의 제보도 있었습니다.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들과 화상을 입은 대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건데요,
심지어, 직접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 옷이 녹을 정도였는데도 약조차 발라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성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30대 남은 개막식 첫날부터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내부 병원이 모두 수용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환자들이 리셉션장에 있는 식탁 위에 누워 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의료 인력들은 인력과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제보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잼버리 대회 성인 자원봉사자 : 개막식하고 나서 (온열 질환) 환자들이 막 밀어닥치니까, 환자들이 누울 공간은 없고, 병원 뒤편에 있는 리셉션 공간을 활용한 거죠. 준비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30대 성인 남성도 견디기 힘든 환경인데, 청소년들은 오죽하겠느냐고도 덧붙였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원회의 대처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기자]
조직위원회는 화장실 부족이나 위생 불량 등의 문제가 계속 지적됐는데도 이를 한동안 내버려 뒀습니다.
보다 못한 서울시가 이동형 화장실 50개 동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조직위가 공식 석상에서 '스카우트 정신'을 언급하며, 폭염이나 벌레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는 대신, 다른 부처나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또, 참가자들은 얼음도 부족해 편의점 앞에서 긴 줄을 서야 하는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에어컨이 설치된 글로벌 리더센터에 머물고 있다며 꼬집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새만금 잼버리대회장을 직접 찾아 현황을 점검하고,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앵커]
조직위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조직위는 아직 잇단 참가국들의 철수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 등을 고려하면, 대회 중단까지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예비비 69억 원을 편성해 폭염·의료 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만큼, 예정일인 오는 12일 행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겁니다.
조직위는 이번에 투입된 예비비로 얼음 생수를 지급할 냉동탑차를 배치하고, 급식 질 향상과 간식 추가 제공, 의료 물자 보급 등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또, 다음 주에는 전북 부안의 기온이 33∼34도로 다소 낮아지는 만큼 식 일정을 미리 당겨서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 날씨 조건 등은 청소년 건강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잼버리대회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여전히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대회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준비 부족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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