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뜨는 별들①] 황선우 앞세운 수영 ‘황금세대’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3. 8. 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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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 노려…홈 이점 누리는 中이 경계 대상 1호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황금세대'. 야구나 축구 같은 단체 구기 종목 얘기가 아니다. 개인 종목, 그것도 기초 종목에서 황금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바로 수영이다. 황선우(20)만 있다면 황금세대가 아니다. 김우민(21), 이호준(22), 양재훈(25), 백인철(23)도 있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박태환이 '나홀로' 물살을 갈랐다면 이들은 다 함께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황금세대는 한국 수영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황선우가 7월26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3관왕 노리는 황선우

황선우는 한국 수영의 슈퍼스타다. 17세이던 2020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여러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워왔다. 세계 주니어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면서 국제대회 출전을 거의 못 한 채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 7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50m, 100m, 150m를 1위로 통과해 놓고 경기 경험 부족으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막판에 역전당한 게 아쉬웠다. 자유형 100m에서는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결선에 올랐다. 최종 순위는 5위였으나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수영 단거리는 체형과 체력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독무대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은 황선우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한국신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내면서 박태환도 이뤄내지 못했던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작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m 기록만 놓고 보면 1년 사이에 0.05초(1분44초47→1분44초42) 단축했다.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1위와 2위는 매슈 리처즈(20), 톰 딘(23·이상 영국)이었다. 전년 대회 우승자 다비드 포포비치(19·루마니아)는 4위.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황선우가 단연 1위였다. 황선우와 함께 결승에 오른 이호준은 6위를 차지했다. 한국 경영 선수가 동시에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아시아 선수만 놓고 보면 둘만 결승에 올랐다.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최강을 재확인한 황선우는 항저우아시안게임(9월23일 개막) 3관왕을 겨냥하고 있다. 비록 세계선수권에서는 빠듯한 경기 일정 탓에 체력이 떨어져 자유형 100m 결선에 못 올랐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 일정은 조금 여유롭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경영 종목은 9월24일부터 29일까지 치러지는데 자유형 100m의 경우 9월24일 예선과 결선을 다 치르고 자유형 200m는 9월27일에 펼쳐진다. 도쿄올림픽 때 세운 자신의 기록(47초56)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나 황선우로서는 충분히 100m, 200m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황선우의 경쟁자는 중국의 '라이징 수영 스타' 판잔러(18)가 될 전망이다. 판잔러는 지난 5월 중국수영선수권에서 47초22의 기록으로 황선우가 도쿄올림픽 때 세운 100m 아시아기록을 깼다. 세계선수권에서는 4위에 올랐다. 200m에서는 준결승전에서 떨어졌으나 기록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황선우는 개인 종목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사냥한다. 계영 800m다. 황선우를 비롯해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이 합을 이루는데 이들은 세계선수권 결선에 올라 6위의 성적을 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결선에 올랐기 때문에 컨디션만 이대로 유지한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경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한민국 남자 계영 대표팀이 7월28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 ⓒ연합뉴스

단체전 첫 금메달도 겨냥 

'드림팀'의 마지막 영자였던 이호준은 세계선수권이 끝난 후 "영자 간 교대 기록이 엄청 빠르진 않았는데 기록을 줄일 여지가 있다. 강한 상대와 계속 경기하면서 레이스 감각도 많이 익히고 있어서 자신감도 쌓였다. 아시안게임은 더 강한 강도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 남은 기간에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우민의 경우는 자유형 400m, 800m 아시아 최강자를 노린다. 그는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홀로 결선에 올라 5위를 기록했다. 자유형 800m에서는 7분47초69 기록으로 박태환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세운 한국신기록(7분49초93)을 2초24 당겼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김우민에 앞서는 기록을 낸 아시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우민은 자유형 1500m와 단체전까지 합해 4관왕에 도전한다. 한국 수영 사상 아시안게임 4관왕은 없었다. 
 
황선우, 김우민 외에도 백인철이 세계선수권 접영 50m에서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나은 기록(23초50)을 세워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백인철은 올해 계속 한국기록을 단축하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크다. 자유형 황선우, 배영 이주호(28), 평영 최동열(24), 접영 김영범(17)으로 구성된 남자 혼계영 400m팀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항저우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는 개인, 단체 모두에서 아시아 정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국 수영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아시안게임 최고의 성적을 냈다. 금메달 4개를 비롯해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따냈다.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3관왕(100m, 200m, 400m)에 올랐고, 정다래가 여자 평영 200m에서 깜짝 1위를 했다. 그러나 박태환의 기량이 떨어진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에 금메달을 단 한 개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1년 연기돼 치러지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다가온다. 한국 수영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바라고 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결과만 놓고 보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다. 경영 종목에서만 8차례 한국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만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판잔러 등 중국 선수들은 경계 0순위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내년에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까지 정조준한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는 중국 수영을 넘어야만 완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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