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원들 "더위 적응, 한국 잼버리 재밌어"…어른들 "걱정" 여전[르포]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에서 영국 스카우트단이 철수 결정을 통보하면서 전체 대회의 운영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잼버리장에선 영국 참가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해외 참가대원들은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다만 델타 지역 이벤트 행사들에 참여중인 일부 해외 대원들은 영국 철수 소식에 다소 동요하는 모습이다. 이미 폭염대책으로 조직위원회가 체력을 요구하는 영내 야외 프로그램을 4일 전면 중지한 상태라 대원들은 이전보다 체력부담은 덜 한 상황이다.
아울러 4일부터 정부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긴급 예산을 지원해 냉방 버스와 쉴 곳을 늘리고, 생수와 얼음 등 폭염 대응물품을 무상으로 추가 지급하고 있어 현장 상황은 초반보다 많이 개선되고 있다
4일부터 대원들은 영내 실내 행사나 전시행사를 둘러보거나 다른 나라 전시텐트를 방문해 친교활동을 하는 게 주 일과다. 그외엔 버스를 타고 아예 영지 밖으로 이동해 전북 부안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준비한 9개 영외 지역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24시간 새만금 숙영지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게 아니다. 일과시간이 끝나 해지는 저녁쯤 돌아와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기상하는 시간까지가 숙영지에 머무는 시간이다.
한국 스카우트단의 한 지역 대장은 "아이들이 더위로 초반에 고생하긴 했지만 며칠간 적응도 됐고 폭염을 피해 낮에는 대부분 냉방이 되거나 무리가 없는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매일 학부형들도 문의를 해오고 있어 학생들 건강문제를 계속 체크한다"고 말했다.
영내 프로그램이 중지됐지만 3일까지 진행됐던 물놀이 프로그램인 '똇목 만들기'와 '워터 슬라이드' 등에는 많은 해외 대원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놀고 있었다. 4일 영외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부안군이 준비한 직소천 '스탠드업 패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 대원들도 잼버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더운 날씨에 즐기는 물놀이 프로그램이어서 인기도 많았다. 외국 대원들은 서로 물장구를 치면서 패들보트를 즐겼다. 직소천에 설치된 부유식 수영장에도 많은 대원들이 물놀이에 빠진 모습이었다.
직소천에서 만난 일본 에히메현에서 온 스카우트단의 한 청소년대원은 "여기도 덥긴하지만 일본이 더 덥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며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서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유창한 에히메현 스카우트단 부대장도 "이번 여름 일본 더위에 비하면 새만금 더위는 아직 괜찮은 정도"라며 "아이들이 한국 가수들을 좋아해서 잼버리장에서 한다는 K-팝 공연에도 인솔해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스탠드업 패들'을 즐기던 영국 청소년 대원들도 "재미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한다"며 "시원한 물놀이 외에도 한국 잼버리에서 할 수 있는 흥미로운 활동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4일 낮 고사포해수욕장에서 숲밧줄놀이와 해양활동, 캠핑용품 만들기 등 영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해외 대원들도 쉬는 시간에 모여 피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등 친교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대형 행사들이 이뤄지는 장소인 델타 구역에서 만나는 청소년 대원들도 5일 오전까지도 잼버리를 즐기는 모습이다. 호주에서 왔다는 한 청소년 무리는 무더위에 얼음 음료를 편의점에서 사먹고 텐트 그늘에 앉아 쉬면서도 "영국 친구들 얘기는 들었다"면서 "같이 내일(6일) 한다는 K-팝 공연도 보고 마지막날까지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공동종합상황실장인 제이콥 머레이 세계스카우트연맹 이벤트 디렉터는 4일 브리핑에서 "청소년과 IST(국제운영요원)봉사자들은 좋은 시간을 갖고 있으며 잼버리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며 "대원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고 그들은 매우 어려운 환경도 적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참가자 중 61%가 '현재 잼버리 운영에 만족한다'는 통계가 나왔고 오직 8%의 참가자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4일 밤 인근 변산해수욕장 '변산비치파티'축제에서 만난 30대의 칠레 출신 IST운영요원은 "잼버리에 여러 번 자원봉사로 갔는데 이번 대회가 날씨는 최악이지만 프로그램이나 지원은 더 나은 것 같다"며 "상황이 나아지고 있고 다른 나라 친구들과도 업무가 끝난 시간이나 휴무인 날에 이렇게 해수욕장에 와서 놀 수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반면 자녀를 새만금 잼버리장에 보낸 국내외 학부모들은 우려와 항의를 표하고 있다. 일부 국내 학부모들은 "대통령이 참석한 폭염 속 개영식 때문에 사망자가 나왔다"거나 "남녀가 같이 샤워하게 둔다"는 등 허위로 밝혀진 가짜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직접 스카우트 지역단에 항의하거나 언론에 잼버리가 중단돼야 한다는 제보를 하고 있다.
외신까지 잼버리 관련 부정적 보도가 퍼지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잼버리 초기의 시설미비 상황이 확산되면서, 해외 학부모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철수를 결정하자, 다른 나라 대사관 등도 현장 상황을 확인하면서 추가 철수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안(전북)=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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